예은 “원더걸스 아닌 핫펠트 음악 들려줄께요” [인터뷰]
OSEN 김사라 기자
발행 2014.07.31 07: 58

원더걸스 예은이 ‘핫펠트’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솔로 데뷔를 했다. 원더걸스 활동을 하면서부터 작사, 작곡에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예은은 자신의 자작곡만 모아 데뷔 앨범 ‘미(ME?)’를 준비했다.
31일 공개되는 핫펠트의 ‘미’는 원더걸스 예은의 음악과는 많이 다른 느낌이다. 원더걸스로서는 보여주지 못했던 뮤지션 예은의 진심이 녹아 든 앨범. 그래서일까? 오랜만에 만난 예은은 전보다 더욱 여유롭고 성숙해진 모습이었다. 자신의 새 모습, 핫펠트에 대해 그는 “원더걸스 음악이 아닌 제 음악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다부진 표정을 지었다.
다음은 최근 그와 청담동 한 레스토랑에서 만나 나눈 일문 일답.

-솔로 데뷔는 어떤 계기로 선택했나.
“2011년부터 계속 곡 작업을 해왔어요. 그러다가 박진영 PD님이 ‘네가 전곡을 작사, 작곡한 앨범을 내 보면 어떻겠나’ 제안을 하셨어요. 그렇게 시작된 것이 1년이 지나고, 1년 반 전부터 앨범 준비한 앨범이 이번에 나온 거에요. 이번 앨범에는 총 7곡이 실렸는데, 이 외에도 원래 10곡이 더 있었어요.”
-작곡은 어떻게 시작했나.
“원래 저는 상상하는 것을 좋아해요. 가사 쓰고 멜로디 쓰는 것을 워낙 좋아했었어요. 원더걸스 ‘노바디(No Body)’ 앨범에서 ‘세잉 아이 러브 유(Saying I Love You)’가 계기가 됐어요. 그 때 회사에 작곡가로서 계약도 했거든요. 제가 하고 싶은 음악, 가사가 생기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작곡을 하게 됐어요.”
-솔로 예은 하고 싶은 음악은 어떤 음악인가.
“그때, 그때 떠오르는 것들을 많이 해요. 가사 같은 경우는 어떻게 보면 제 경험담, 사랑, 이별, 제 꿈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많이 담았어요. 장르는 실험적이었어요. 힙합 곡 작사부터 모던 락 성향의 발라드 곡까지, 제가 당시 느끼는 것을 위주로 작업을 했어요.”
 
-첫 솔로 앨범이다. 작업하면서 기분이 남달랐을 것 같은데.
“일단 저한테 집중을 했어요. 뭔가를 만들어야겠다는 고민보다는 곡이 저에게 떠오른 것이 많아요. 이번 앨범에 7곡은 조금씩 다 달라요. 락 베이스의 곡이 많은데 힙합 곡도 있고, EDM 곡도 있고.. 곡들이 팍팍 튀지 않고 유기적으로 흘러간다는 느낌을 받으실 거라고 생각해요.”
-특별히 잡은 콘셉트가 있나. 곡이 유기적으로 흘러간다는 느낌은 무엇인가.
“콘셉트를 안 잡았어요. 이렇게 7곡을 내게 될 줄도 몰랐어요. 작업 당시에는 생각나는 대로 했는데, 다 끝나고 나서 보니까 곡 순서가 머릿속에 떠올랐어요. 확신이 들었죠. 앨범의 전체적인 느낌은 첫 앨범이니까 ‘나를 소개하는 앨범’이에요. 그래서 ‘미(ME)’에 물음표가 붙었어요. 첫 곡 ‘아이언 걸(Iron Girl)은 저에 대한 얘기에요. 제가 음악을 하고 원더걸스로서 활동 하면서 느꼈던 굴곡들을 ‘아이언 걸’, 그러니까 ‘아이언맨’에 비유를 해서 표현했어요. 스스로를 위로 하려고 한 것도 있어요. 마지막 곡은 완전히 특정 상대를 위한 곡이에요. ‘다운’이라는 곡인데요. 팬 한 분이 작년에 돌아가셨어요. 그 분을 추모하는 곡으로 만들었어요. 그 사이 곡들은 ‘너와 나 사이’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담았어요.”
-타이틀곡 ‘에인트 노바디(Ain’t Nobody)’는 어떻게 골랐나.
“사실 이곡을 만들기 전까지는 타이틀곡이라고 생각을 안 했는데 다 만들고 나니까 ‘이거 타이틀곡인데?’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랑 가장 비슷한 곡이에요. 앨범 구성이 처음과 끝 쪽은 굉장히 감성적이에요. 첫 곡은 기타, 마지막은 피아노 반주로 돼있고, 가운데로 갈수록 더 화려해져요. 산에 올라갔다 내려가는 느낌이에요. 타이틀곡은 3번 트랙인데, 굉장히 감성적이면서 파워풀한 곡이에요. 복합적인 느낌인데.. 저를 보여주는 트랙이에요.”
-예은은 복합적인 사람인가.
“저는 제가 가끔 느끼기에도 복잡할 때가 있어요. AB형에 쌍둥이 자리에요. 별자리 안 믿으시죠? 별자리 얘기 안 하려고 했는데. (웃음) 쌍둥이 자리는 이성적이면서 감성적이고, AB형은 소심하면서 대범한 성격이 있다고 하잖아요. 정체성의 혼란이 올 때가 있어요. (웃음) 정말 되게 감성적이면서도 소심한 나도 있고, 이성적이면서 화끈한 면도 있어요. 그런 면들이 곡에서 많이 나오는 것 같아요.”
 
-타이틀곡에서 ‘노바디’가 반복되는 부분은 원더걸스를 연상시킨다.
“처음에는 원더걸스 ‘노바디’를 생각하고 썼어요. 다큐멘터리 촬영 차 아프리카 간 적이 있는데, 아프리카에서 쓴 유일한 곡이에요. 혼자 호텔에서 팬 카페를 보다가 팬 분들의 글을 봤어요. 우리가 활동을 안 하니까 다른 걸그룹을 보러 가셨는데 ‘000 걸그룹 보고 왔는데 정말 예쁘더라. 그래도 원더걸스를 떠날 수가 없다’는 내용이었어요. 울컥했죠. 감사하기도 하고, 빨리 팬 분들을 만나고 싶기도 하고. 왜 저를 이렇게까지 좋아해주실까, 생각했어요. 제가 제일 예쁘거나 노래를 잘 하는 것도 아니고 튀는 것도 아닌데. 제가 이만큼 팬 분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전달이 됐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에인트 노바디’ 가사에 그런 내용을 담았어요. 다른 예쁜 사람도 많지만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 ‘나보다 더 사랑해줄 사람은 없다’는 내용에서 가사를 쓰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타이틀곡으로 생각을 안 했는데, 남녀 간의 관계라는 내용이 더해지면서 곡이 더 깊어졌어요.”
-솔로 데뷔 앞두고 있는 기분은 어떤가.
“정말 행복해요. 정말 감격스러워요. 이 앨범을 정말 오랫동안 준비를 했기 때문에.. 썼을 때의 감정을 모두 기억해요. 자식을 낳는 듯한 느낌이에요. 누가 못생겼다고 할 수도 있고, 여러 평가들이 있겠지만 저는 제가 거의 1년을 품고 있던 자식들이 세상에 나오는 느낌이에요. 못생겼다면 속상하겠지만 제 눈에 예쁘니까요.”
-곡 성향이 원더걸스 때랑 정말 많이 다르다. 이런 노래 하고 싶어서 어떻게 참았나.
“B 사이드에서 많이 풀려고 했던 것 같아요. 원더걸스의 ‘미인(Me, in)’이나 댄스곡도 많이 있었고, 전면에 제 색깔을 내세우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죠. 걱정도 많이 됐고, 음악적으로 방황도 많이 했어요. ‘나는 발라드를 해야 할까?’ ‘많은 분들이 원하는 댄스를 해야 할까?’ 퍼포먼스형 댄스 음악도 많이 만들어 봤는데 제가 원하는 음악은 아니더라고요. 지금 음악은 발라드다, 댄스다 하기에는 혼합적인 음악이에요. 이 느낌이 저에게는 가장 맞지 않을까 생각해요.”
-핫펠트라는 이름은 어떻게 지었나.
“2011년에 처음 썼어요. 작곡을 본격적으로 하면서 작곡가로서의 이름을 갖고 싶었어요. 제 음악을 더 드러낼 수 있는 이름을 찾다가, ‘핫펠트’라는 단어가 마음에 와 닿았어요. 마음을 움직이는 가수가 되는 것이 제 목표였거든요. 하트펠트(heartfelt)라는 단어가 ‘마음이 느꼈다’라는 느낌.. 어감이 좋아서 PD님께 얘기를 드렸더니 처음에 너무 밋밋하고 여성스럽다고 하셔서 더 고민을 했어요. 그래서 나만의 표기법으로 ‘핫’이라는 발음을 생각했어요. ‘뜨거움’이랑 중의적인 표현을 담아서, 마음에서 우러난 진심 어린 음악을 뜨겁게, 새롭게, ‘핫’하게 만들어 보자, 그런 의미를 담고 있어요.
일단 제 음악을 들어보시면 원더걸스의 기존 음악과 굉장히 달라요. 핫펠트라는 이름을 고수하게 된 이유도 이것이었어요. 원더걸스 예은이라고 하면 원더걸스 음악을 기대하게 되잖아요. 함께 따라 부르기 좋고, 즐길 수 있는 댄스 음악을 원할 수 있어요. 어둡고 나만의 색깔을 가진 음악으로 나왔을 때 이질감을 느낄 수 있고, 실망할 수도 있어요. 그래서 처음부터 원더걸스 음악이 아닌 제 음악을 보여준 다는 전제를 깔았어요.”
 
-박진영과 많이 싸웠다는 얘기가 있다.
“전쟁 같은 앨범이었어요. (웃음) 세계 3차대전 같았죠. 일단 타이틀곡 선정에서도 전쟁이 있었어요. 저는 3번 트랙(에인트 노바디)가 좋았는데 4번(본드)이 유일하게 섹시한 곡이었어요. 박진영 PD님은 역시 이걸 좋아하셔서 4번 트랙을 하면 너만의 차원이 다른 섹시를 보일 수 있다고 설득하셨어요. 저는 싫다고 했죠. 섹시는 여성이 가진 굉장히 좋은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나쁘다고 생각하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처음에 내가 섹시 콘셉트를 가지고 나간다면, 저는 이 외에 제가 진심을 가지고 쓴 노래들이 외면당할 것 같았어요. ‘본드’는 즐겁게 썼지만, 다른 곡들은 정말 울면서 썼거든요. 그런 진심 어린 부분을 봐줬으면 좋겠는데 외면 당하는 것이 싫었어요. 그래서 제가 끝까지 밀었죠.”
-또 무엇으로 ‘전쟁’이 있었나.
“다음으로는, 앨범 전체적으로 무거운 분위기가 있어서 몇 곡 빼고 가벼운 곡으로 가자고 하셨는데, 저는 어차피 타이틀곡이 대중성이 없다면 앨범 전체를 꽉 채우고 싶었어요. 저는 한 곡도 버릴 수가 없었거든요. 그래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11장짜리 편지를 썼어요. 그랬더니 PD님께서 ‘그래 네가 이 곡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겠다’고 해주셨어요. 저는 정말 에너지를 쏟았기 때문에 다른 가벼운 곡은 안 나온다고도 말씀 드렸어요.
재킷 커버도 전쟁이었어요. 이건 결국 PD님 의견을 따라갔어요. PD님은 얼굴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저는 원래 등만 찍은 사진으로 하고 싶었거든요. 등에 커다란 상처만 있는 것이 제 그림이었어요. PD님은 ‘싱어송라이터로서 네가 가진 눈빛을 보여주면 좋겠다’고 하셔서 지금의 재킷이 나왔어요. 마지막 전쟁은 이름이었는데, 예은이 아닌 핫펠트로 앨범을 내게 된 것에 저는 후회 없어요.”
-이번 앨범은 노래도 분위기도 다르다. 퍼포먼스는 어떤가.
“뮤직비디오에서 현대무용을 접목 했어요. 방송 안무가 아니라 완전히 현대무용이에요. 음악방송에서는 노래만 하는 스테이지, 춤만 보이는 스테이지로 분리해서 첫 주는 안무-스토리 위주로 보여드릴 거에요. 그 다음부터는 노래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 같아요.”
-직접 현대무용을 하는 것인가.
“네. 일상 공간을 이용한 현대무용이에요. 직접 출 생각은 없었어요. 어려운 장르고, 댄서 분들 섭외해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안무 선생님도 그렇고, 직접 해보면 어떻겠냐고 해서 시작해보니 정말 재미있었어요. 곡이 가진 감정을 표현하는데 현대무용이 가장 적합했던 것 같아요.”
-수록곡에는 원더걸스 혜림이 피처링 한 것도 있다. 함께 무대에 오를까.
“아직 예정된 스테이지는 없어요. 하지만 ‘스케치북’이라든지, 음악 프로그램에서 혜림 양과 함께 무대를 꾸미고 싶은 생각은 있어요.”
 
-멤버들은 잘 지내나.
“모두 각자 자기가 해보고 싶었던 것을 하는 시간을 갖고 있어요. 유빈 언니도 연기를 하고 있고, 혜림이도 영화 촬영 중이에요. 우리가 뭉쳐서 할 수 있는 그림이 더 좋은 것이 있다면 할 예정이에요. 끊임 없이 얘기 중이에요. 유빈 언니, 혜림, 선미, 저까지 함께 숙소에서 새로 알게 된 음악, 영화, 아이디어 브레인스토밍을 계속 하고 있어요. 지금 어떻게 보면 제 솔로가 먼저 준비가 돼서 나오게 된 것 같아요.”
-앞으로 원더걸스는 어떻게 되나.
“원더걸스는 가족이에요. 함께 할 때도 있고, 지금은 잠깐 떨어져 있는 상황이에요. 지금도 같이 곡 작업도 하고 있고, 유빈 언니, 혜림이도 랩 메이킹을 하고 있어요. 시기는 정확하게 모르겠지만, 어떤 것을 우리가 하면 좋겠다, 그런 얘기는 우리끼리 늘 하고 있어요.”
-솔로곡에 대한 멤버들 반응은 어땠나.
“다들 정말 좋아해요. 제 곡을 다들 데모 버전으로 가지고 다니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선미는 직접 티저를 만들어서 올리기도 했어요. 유빈 언니도 다큐멘터리 열심히 제작 중이에요. 집 밖에 안 나오면서 본인이 직접 편집하고, 저의 예쁜 모습을 담아 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선예도 응원하는 문자를 보냈어요. 소희도.. 저는 소희 감각을 믿는 편인데요, 로고 디자인, 사진 보여주면서 어떤 게 좋냐고 물어보면 되게 고민하고 대답해줘요.”
-원더걸스 원년멤버 현아와 비슷한 시기에 컴백했다.
“현아 음악은 굉장히 중독적이고 이번 노래에서는 익숙한 동요도 잘 풀었다고 생각했어요. 현아 이미지가 부각 되는 점도 좋아요. 현아 노래 중에 ‘블랙 리스트’를 특히 좋아하는데요. 현아가 직접 작사한 곡인데, 현아가 굉장히 똑똑한 친구라고 생각했어요. 정말 재능 있는 친구에요. 그 곡을 듣고 정말 ‘역시 현아는 아티스트구나’ 생각했어요. 꼭 콜라보도 해보고 싶어요. 현아 캐릭터게 세잖아요. 그런 ‘센 언니’ 느낌의 콜라보 해보고 싶어요.”
-데뷔 한지 7년 반이 됐다. 원더걸스로 스타덤에 올랐을 때와 지금의 차이점이 있다면.
“제가 원더걸스로 데뷔를 했을 때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고등학생이었어요. 원더걸스 데뷔 직전에 뽑혀서 연습생 기간도 없었어요. 어렸고, 준비도 안 돼 있어서 혼란스러울 때가 있었어요. 욕심도 많았고. 저 자신에 대해서도 잘 몰랐고.. 지금은 제 자신을 많이 알아가고 있고, 그 때보다는 많이 준비가 된 것 같아요. 음악적으로도, 인성적으로도, 사람으로서 성장했다고 생각해요. 결과와는 상관없이 지금은 제가 자신이 있는 것 같아요.”
 
-아이돌 후배들한테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많은 아이돌 친구들도 저와 마찬가지 일 거라고 생각해요. 처음에는 하고 싶은 음악, 춤이 있었는데 데뷔를 하면서 하고 싶은 것 보다는 해야 되는 것들에 치중하게 돼요.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죠. 그러면서 자기 것들을 잃는 경우도 많아요. 해야 되는 일과 하고 싶은 일 사이에서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 필요해요. 내 가슴을 뛰게 만드는 음악을 잊지 않고 가는 것이 정말 중요해요.”
-현재 스스로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물론 아직도 부족한 점은 많아요. 제가 프로듀서로서 원하는 방향만큼 제가 가수로서 못할 때 제 스스로가 미워지는 상황들도 있었어요. 그래도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했다고 생각 하기 때문에 스스로한테 ‘수고했어’라고는 해줄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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