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격수는 전통적으로 공격보다는 수비가 중요한 포지션이다. 하지만 ‘대형 유격수’감으로 일찌감치 주목받았던 강정호(27, 넥센)는 그 포지션의 한계에 도전하고 있다. 유격수 최초 30홈런-100타점이라는 대업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강정호는 올 시즌 눈부신 활약을 펼치며 넥센의 중심타선을 이끌고 있다. 30일까지 85경기에 나가 타율 3할4푼2리, 29홈런, 82타점을 기록 중이다. 역시 눈에 들어오는 것은 장거리포다. 이미 자신의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이었던 2012년의 25개를 넘어섰다. 남은 경기수를 고려하면 한 시즌 최다 타점 기록이었던 지난해의 96타점도 무난하게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원래부터 잘 치는 타자라는 것은 국가대표팀 경력이 충분히 말해주고 있다. 여기에 프로 초창기와 비교하면 수비도 안정화되고 있다. 올 시즌 강정호의 실책은 6개 뿐이다. 실책이 수비력을 모두 대변한다고 볼 수는 없지만 수비 부담이 큰 유격수임을 고려하면 그래도 안정적인 경기력을 보여준다고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없다. 그런데 여기에 공격까지 잘 된다. 강정호가 당대 최고의 유격수로 발돋움한 결정적인 이유다.

공격 지표에서는 유격수 포지션의 기록을 모두 갈아치우고 있다. 유격수로서 한 시즌 최다 홈런을 때린 주인공은 1997년 이종범(당시 해태)로 30개의 홈런을 쳤다. 강정호는 이종범의 기록에 거의 근접했다. 언제 넘어서느냐가 관건일 뿐이다. 한 시즌 유격수 최다 타점의 주인공인 2003년 홍세완(당시 KIA, 100타점)의 기록도 넘어설 것이 유력시된다.
유격수 출신 첫 30홈런-100타점도 가시권에 있다. 수비 부담이 큰 유격수 포지션에서 리그 최우수선수급 공격 지표를 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야구 관계자들은 “현재로서는 강정호만이 기록할 수 있는 대업”이라고 입을 모은다. 강정호가 한국프로야구 유격수 역사의 한계를 지우기 위한 발걸음을 내딛고 있는 것이다.
한국과는 수준 차이가 나긴 하지만 메이저리그(MLB)에서도 최근 몇 년간은 30홈런-100타점을 칠 수 있는 유격수가 뜸했다. 2011년 트로이 툴로위츠키(콜로라도, 30홈런-105타점)이 사실상 마지막이라고 볼 수 있다. 전 세계에서 야구를 가장 잘 한다는 이들이 모인 MLB에서도 이처럼 달성하기가 쉽지 않은 난이도다.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강정호의 도전 자체에도 충분한 의미가 있는 이유다. 유격수의 한계가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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