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서울이 고군분투한 끝에 레버쿠젠에 패했다. 90분 무득점, 2실점. 그러나 최용수 감독과 최선을 다해 뛴 선수들은 자존심을 지켰다.
최용수 감독이 이끄는 FC서울은 3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LG전자 초청 한국투어 2014 바이엘 레버쿠젠과 친선경기서 0-2로 패했다. 친선경기인만큼 패배가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홈에서 열린 경기 그리고 4만 6000여 명의 관중 앞에서 득점 없이 석패한 것은 아쉬움이 남을 만했다.
하지만 무득점이라는 사실로 깎아내릴 수는 없는 경기였다. 서울은 최선을 다했다. 프리시즌을 시작한 레버쿠젠과 달리, 한창 리그 중인 서울 쪽이 더 힘겨운 경기였다. 프리시즌을 갓 시작한 팀과 리그 도중에 친선경기를 치르는 일은 일반적으로 생각하기 힘든 일이다. 더구나 서울은 유독 가혹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팀이다. 월드컵 휴식기가 끝난 7월 5일 K리그 클래식 전남전을 시작으로 이날 레버쿠젠전까지 한 달 동안 7경기를 치른 서울은 체력적으로 지쳐있을 수밖에 없었다.

서울의 혹독한 일정은 레버쿠젠과 친선경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8월 3일부터 10일까지 K리그 클래식 3경기를 연달아 소화하고 3일 후 FA컵 8강전을, 이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이하 ACL) 8강전 경기까지 연달아 치러야한다. 혹서기인 8월에 예정된 경기만 9경기다. 2달 동안 16경기, 단순히 계산하더라도 한 주에 2경기씩은 꼬박꼬박 치르는 셈이다.
이런 죽음의 일정이 만들어진 이유는 서울이 K리그팀 중 유일하게 ACL과 FA컵에서 모두 살아남은 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곧 친선경기임에도 서울이 부상 때문에 선발로 나서지 못한 차두리를 제외하고 베스트 전력을 가동한 이유다. 2012시즌 K리그 챔피언, 2013시즌 ACL 준우승팀으로서 아시아를 대표한다는 자부심과, 유럽 명문팀을 상대로 K리그의 힘을 증명하겠다는 굳은 각오가 지친 서울의 발을 움직이게 했다.
레버쿠젠 역시 단순한 친선경기 그 이상의 진지한 태도를 보였다. 경기 초반 곤살로 카스트로가 에스쿠데로의 유니폼을 잡아당기는 등 반칙까지 불사하며 진검승부를 펼쳤다. 새로 부임한 로저 슈미트 감독이 "서울과 경기서 많은 것을 얻어가겠다"고 선언하며, 이날 경기를 전술적인 실험의 장으로 활용한 까닭에 두 팀의 경기 분위기는 시종일관 후끈했다.
결과는 레버쿠젠의 2-0 승리로 끝났지만, 죽음의 일정 속에서 고군분투하며 끈질기게 달려든 서울의 모습은 박수를 받아 충분한 것이었다. 로저 슈미트 감독도 "매우 인상적인 경기였다"며 "서울이 좋은 팀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한국 축구의 강인함을 다시 느끼는 계기가 됐다"고 호평했다.
"친선경기이기는 해도 우리가 이겼을 때 어떤 반응이 나올까, 하는 마음에 지고 싶지 않았다"고 말문을 연 최 감독 역시, "레버쿠젠이 왜 매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하는 팀인지 알았다. 앞으로의 리그, FA컵, 그리고 ACL 경기에서 도움이 되는 좋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혹독한 일정 속에서 치른 친선경기의 패배에도 미소를 잃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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