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정신으로 무장한 오세근(27, 상무)이 드디어 오랜 부상후유증에서 벗어나는 모양이다.
유재학 감독이 이끄는 남자농구 대표팀은 31일 오후 1시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치러진 뉴질랜드 대표팀과의 국내 2차 평가전에서 종료 직전 역전 3점슛을 맞아 70-71로 역전패를 당했다. 이로써 한국은 뉴질랜드와 5차례 겨룬 평가전을 2승 3패로 마감했다.
한국은 리바운드에서 26-52로 두 배나 밀리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특히 공격리바운드만 20개를 내줬다. 더구나 한국에 온 뉴질랜드는 주력 센터진이 대거 빠진 상태였다. NBA 센터 스티븐 아담스(21, 오클라호마시티 썬더, 213cm)는 다음 시즌 NBA 집중을 이유로 대표팀 출전을 고사했다. 알렉스 플레저(27, 213cm), 닉 호바스(33, 208cm) 등 빅맨들은 모두 부상으로 한국에 오지 못했다. 그럼에도 뉴질랜드는 월등한 높이를 선보였다.

한국 빅맨 중 가장 돋보인 선수는 ‘맏형’ 김주성과 ‘이등병’ 오세근이었다. 김주성은 지능적인 수비와 기싸움으로 후배들을 이끌었다. 오세근은 월등한 체격의 뉴질랜드 선수들과 정면충돌을 피하지 않았다. 자신보다 10cm 큰 선수를 상대로 몸싸움을 하고 리바운드를 따냈다. ‘블루칼라워커’라는 역할이 가장 잘 어울리는 선수였다.
이날 오세근은 10점, 7리바운드, 3스틸, 2블록슛을 기록했다. 빅맨 중 유일하게 10점을 넘겼다. 나머지 기록은 모두 팀내 최다였다. 특히 루즈볼에 몸을 날리는 등 군인다운 투지가 돋보였다. 한국에는 포스트업과 페이스업 등 1 대 1 기술로 득점할 수 있는 빅맨이 없다. 대신 오세근은 가드와 2 대 2 플레이에 이은 골밑슛 또는 점프슛으로 득점했다. 과거의 파워풀한 모습은 아니었지만 전성기에 근접한 모습이었다.
오세근은 2012년 데뷔시즌 KGC를 창단 첫 우승으로 이끈 뒤 부상후유증에 시달렸다. 올림픽 최종예선까지 뛰면서 상태가 나빠졌다. 그는 2012-2013시즌을 통째로 쉬었지만 좀처럼 전성기 모습을 찾지 못했다. 대표팀서 물러난 오세근은 지난해 동료들이 아시안선수권에서 동메달을 따는 모습을 지켜만 봐야했다. 하지만 군인신분인 지금 오세근은 대표팀에 없어서는 안 될 핵심전력으로 부상했다. A매치에서 빛을 발하는 그의 능력은 ‘국제용’이란 타이틀이 아깝지 않다.
대표팀에서 오세근은 큰 형님 김주성과 막내급 김종규, 이종현을 잇는 가교역할을 하고 있다. 어린 빅맨들에게 할 말이 많은 김주성 역시 오세근에게는 별다른 지시가 없다. 알아서 할 일을 잘 해내기 때문이다.

오는 30일 개막하는 스페인 농구월드컵에서 한국은 호주, 멕시코, 앙골라, 슬로베니아, 리투아니아와 D조에 속해 있다. 세계적 강호들을 상대로 오세근이 얼마나 역할을 해줄지 기대가 크다.
jasonseo34@osen.co.kr
잠실학생체=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