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히어로즈가 투수진의 제구 난조로 불안요소를 드러냈다. 막강 화력을 자랑하는 타선에 비해 초라했다.
넥센은 7월 31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전에서 투수진이 볼넷을 남발하며 자멸했다. 타선이 끝까지 힘을 발휘하며 1점 차로 추격했으나, 이미 벌어진 점수를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과는 8-9 패배. 넥센 타선은 쉽게 질 것 같은 경기를 겨우 접전패로 만들었다.
넥센은 이날 선발로 나선 하영민이 제구 난조로 조기 강판되며 어려운 경기를 펼쳤다. 중간 계투진을 일찍 투입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도 여의치 않았다. 차례로 등판한 선수들이 많은 사사구를 내주고 추가 점수를 허용했다. 초반 4점 뒤진 경기를 4회말 강정호의 적시타, 김민성의 투런포로 1점 차로 따라 붙은 뒤 5회말 박병호의 적시타로 동점을 만들었다. 그러나 불펜진은 역전과 추가점을 내줬다.

넥센은 7회말 이성열이 솔로포를 쏘아 올리며 점수 차를 좁혔지만, 8회초 등판한 마정길이 피에에게 스리런포를 맞으며 점수 차는 다시 벌어졌다. 넥센 타선은 9회에 집중력을 발휘했다. 박병호의 솔로포, 문우람의 2루 땅볼, 김지수의 적시타로 8-9, 턱밑까지 쫓아 갔다. 하지만 뒷심은 거기까지였다. 역전승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날 경기는 넥센의 불안요소를 단적으로 드러냈다. 13안타 8득점을 기록한 타선에도 패배를 한 것. 마운드가 불안했다. 올 시즌 넥센의 색깔이기도 했다. 넥센은 올 시즌 팀 타율 2할9푼9리로 삼성과 공동 1위, 팀 홈런 135개로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넥센의 화력은 더 말하면 입이 아플 정도다.
반면 팀 평균자책점은 5.61로 5위를 마크하고 있다. 타선에 비하면 많이 뒤처지는 성적이다. 물론 지금까지 이 스타일로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했다. 지금도 리그 2위에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부터다. 4위 롯데와 9경기 차로 포스트 시즌 진출은 거의 확정적인 상태지만, 1~3위 중 어떤 순위로 시즌을 끝내느냐는 천지 차이다.
염경엽 넥센 감독 역시 지난해 마지막 경기서 2, 3위가 갈린 것을 두고 “아쉬운 경기였다. 3위를 하는 바람에 하루를 쉬고 포스트 시즌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 왔다. 결국 경기 후반 체력 부담이 포스트 시즌까지 갔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넥센이 방망이를 앞세워 승리하는 공식은 하위권 팀들에 효과적일 수 있다. 마운드의 높이가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위권 팀들의 투수진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또 이날 경기처럼 투수진이 계속 무너지면 아무리 강력한 공격력을 가지고 있더라도 역전승을 이끌어내기란 쉽지 않다. 상대가 상위권 팀이라면 더 힘들다.
염 감독은 “시즌 전부터 예상했던 일”이라고 했으나, 더 높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마운드 정비가 절실하다. 넥센은 3위 NC에 1경기 차로 쫓기고 있다. 이런 경기가 지속된다면 지난해와 같은 일이 반복될 수도 있다. 에이스 임무를 충실히 해내고 있는 앤디 밴헤켄 외에도 믿을만한 선발 투수가 나와 줘야 한다. 로테이션을 꾸준히 지켜주는 선발 투수들이 있어야 불펜진에도 숨통이 트일 것이다. 투타 조화 없인 2위 자리도 위태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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