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드 마감일이었던 지난달 31일. 리그 전체의 관심을 받을 대형 트레이드의 기운은 감지되지 않았고, 각 팀은 차분히 경기를 준비하는 모습이었다. 결국 어떠한 사건도 없이 트레이드 데드라인은 지나가고 8월이 왔다.
마감 시한이 임박한 시점에 트레이드가 터지지 않은 이유는 간단했다. 모든 팀들이 투수를 우선적으로 원했다. 따라서 투수를 줄 팀을 찾을 수는 없었다. 각 구단의 단장과 감독들 모두 기본적으로 이와 같거나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애초에 트레이드가 쉽지 않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었을 것이다.
야구에서 일어나는 트레이드의 특수성을 끌어들이지 않더라도 경제학의 기본인 수요-공급의 법칙만으로도 설명 가능할 만큼 당연한 결과였다. 투수에 대한 수요는 넘쳤지만 공급은 없다시피 했고, 타자의 경우 수요가 적었음에도 타고투저의 바람을 타고 과잉 공급됐다. 거래가 발생할 수 없는 조건이었다.

가장 주된 원인이 있어 영향이 크지는 않았겠지만, 4위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것도 한 몫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국내 구단들은 보낸 선수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는 것을 겁낸다. 9개 팀 중 절반에 가까운 팀들이 서로에게 선수를 보내기를 경계하면 리그 전체적으로 트레이드 될 수 있는 인재 풀이 작아진다.
각 팀은 저마다 아킬레스건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 어쩌면 그래서 트레이드가 한 건도 성사되지 않았는지 모른다. 내가 가진 무언가를 누군가가 탐내기 시작하면 설령 나에게 필요 없는 것이라 해도 지키려는 자세를 취하는 것은 당연하다. 트레이드에는 이러한 ‘두려움’의 심리가 작용한다. 이 카드가 내 손에서 어떤 효과를 낳을지는 모르지만, 상대가 가졌을 때 생길 효과, 특히 내가 모르는 효과에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다.
현재를 원하는 팀과 미래를 원하는 팀이 만난다면 서로에게 기분 좋은 협상 테이블이 마련될 수 있지만, 지금은 거의 모든 팀이 올해 포스트시즌 진출(삼성, 넥센, NC는 그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래서 당장 활약할 수 있는 준척급 선수를 내주고 유망주를 받는 트레이드도 어렵다. 4위 싸움이 치열한 것이 트레이드에는 악영향이었다.
다수의 전망대로 트레이드는 없었다. 이제 서로가 가진 무기로 싸워야 한다. 변수가 있다면 두산과 KIA의 새 외국인 투수 정도다. 트레이드를 하지 않았다는 것은 달리 생각하면 기존 전력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어떤 팀의 믿음이 옳았는지 앞으로의 경기들을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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