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럼프 없는 김현수, 슬럼프를 말하다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4.08.01 06: 03

김현수(26, 두산 베어스)는 프로야구 전체에서도 가장 꾸준한 타자로 꼽힌다. 흔히 말하는 ‘3할 타율이 보장된 타자’다. 동료들은 물론 타 팀 타자들에게 물어도 가장 닮고 싶은 타자다.
기록으로 보는 김현수는 슬럼프가 길지 않다. 올해 개막 후 첫 3경기에서 무안타로 부진했지만, 타율 2할을 넘긴 뒤부터는 점차 타율을 올려 나가는 모습을 보여 심각한 슬럼프가 없어 보였다. 타율과 홈런, 타점 모두 지난해 기록보다 좋은 페이스다.
그러나 그런 김현수에게도 슬럼프가 없지는 않았다. 그 슬럼프는 후반기 시작과 함께 찾아왔다. 김현수는 “올해 가장 안 좋았을 때는 올스타전 홈런 레이스에 참가한 뒤였다”라고 털어놓았다. 이어 “그래도 후반기 초반에 비도 오고 경기가 많이 없어서 다행이었다”라고 덧붙였다. 김현수 본인의 표현을 빌리자면 행운도 따랐다.

슬럼프를 극복하는 김현수의 비법은 별다를 것이 없었다. 연습과 철저한 준비가 비결이다. 특별한 것이 있다면 정신적인 부분이다. 김현수는 “안타를 얼마나 치는지와 관계없이 내 타격 밸런스를 보고 스스로를 평가한다. 잘 쳤을 때는 오히려 스스로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반대로 못 했을 때는 괜찮다고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쉰다. 그래야 슬럼프가 짧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좋은 결과에 기뻐하거나 위안을 얻고, 성과가 좋지 않을 때 걱정한다. 전자는 게으름, 후자는 조바심을 유발하는 감정이다. 하지만 김현수는 철저한 멘탈 트레이닝으로 자신의 판단에 따라 스스로에게 채찍을 가하거나 위로하면서 자만, 침체와 같은 부정적인 감정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고 있었다.
여름철 페이스가 떨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웨이트 트레이닝에 신경을 쓰고 있다. 김현수는 “웨이트를 해야 체력이 보충된다는 말은 맞는 것 같다. 대신 웨이트를 하는 만큼 배팅 연습은 조금 줄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연습을 하는 것은 실력을 늘리려는 것이 아니라 감각 유지를 위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웨이트 트레이닝은 체력 관리에 도움이 되지만 무리한 운동은 컨디션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배팅 연습 시간을 줄이는 것도 좋다는 것이 김현수의 의견이다. 규칙적인 생활도 도움이 된다. 김현수는 특별히 보양식을 챙겨 먹지는 않지만, 아침 식사는 거르지 않는다. 그리고 때때로 사우나에서 스트레스를 풀어준다.
김현수의 슬럼프가 짧은 궁극적인 이유는 시즌 전부터 준비된 마음가짐으로 임하기 때문이다. 김현수는 “기술과 힘 중 하나라도 떨어지면 투수를 이길 수 없다. 스프링캠프에 들어가기 전 특별히 어떤 부분을 보완해야겠다는 준비가 예전에는 없었는데, 지금은 준비를 꼭 해서 간다”고 말했다.
김현수는 캠프에서 보완할 부분을 집중적으로 채우고, 시즌에 들어와서는 감각 유지에 힘쓴다. 얼핏 들으면 쉬운 얘기지만, 시즌 중에도 타격 폼을 계속해서 바꾸는 선수들의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려온다는 것을 생각하면 결코 실천은 쉽지 않은 일이다. 자신의 부족한 점을 빠르게 파악하고 이를 메우기 위해 노력하며, 정신적으로도 부단히 단련하는 하루하루를 만들고 있기에 김현수의 슬럼프는 짧을 수밖에 없다.
nick@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