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할배’, ‘꽃보다 누나’에 이어 ‘꽃보다 청춘’이 시작됐다. 벌써 세 번째 '꽃보다' 시리즈였지만 재탕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믿고 보는’ 나영석 PD는 배낭 여행이라는 공통적인 구상 하에 출연자들의 성향과 여행 방식의 차이로 새로운 즐거움을 탐구하는데 기어코 성공했다. ‘꽃보다 청춘’이 첫 방송부터 기상천외한 여행기와 윤상, 유희열, 이적 등 절친한 가수들의 친근하고 매력 터지는 조합으로 ‘꽃보다’ 시리즈의 또 한번의 확장에 성공했다.
1일 첫 방송된 tvN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청춘’은 페루로 여행을 떠나는 가수 윤상, 유희열, 이적이 사전 모임을 갖는 이야기가 그려졌다. 이들은 제작진과의 만남에서 서로를 절친한 사이로 지목하며 여행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특히 막상 만나자마자 서로 피곤한 사이라고 격이 없는 사이라는 것을 알게 했다.
이들은 사전모임에서 서로를 본 후 “반전 없다”, “신선하지 않다”, “우린 음악프로그램 특집 때마다 만난다”라고 투덜거렸다. 절친한 사람들끼리 함께 하는 여행이기 때문에 가능한 농담이었다. 친한 사람들끼리 함께 하는 여행을 계획한 제작진의 의도와 딱 맞아떨어지기도 했다.

나영석 PD 특유의 멤버들과의 입씨름도 이어졌다. 멤버들은 북유럽 여행을 원했지만 나영석 PD는 남미, 그 중에서도 페루로 가겠다고 선언하며 멤버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가장 큰 반전은 사전 모임 당일 출발이었다. 사전 모임인 줄 알았던 멤버들은 2시간 30분 후 비행기에 타야 한다는 사실에 그야말로 아비규환이 됐다. 몰래 카메라로 멤버들과의 재미를 뽑아내는 나영석 PD의 주특기가 발휘됐다.
멤버들은 가족들에게 여행을 간다는 충격적인 말을 통보하며 당황했다. 이들에게는 안경과 같은 필수품들만 집에서 급하게 공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옷가지들은 여행 경비에서 사야 했다. 9박 10일 페루 여행이었지만 짐은 단촐했다. 준비 없이 출발하는 멤버들은 ‘거지꼴’이라며 연신 고개를 숙여야 했다.
페루에 도착한 후에도 끊임 없이 멤버들을 압박하며 제작진과의 갈등 속에서 형성되는 웃음 장치가 빵빵 터졌다. 언제나 그랬듯이 앞으로 이 여행의 관전 방식 중 하나였다. 다만 이서진이 아닌, 이번엔 유희열이 나영석 PD에게 협박을 하기도 하고, 협상을 시도할 예정이다.

‘꽃보다 청춘’의 조합은 그 어느 때보다 좋았다. 절친한 사이들인 이들은 비행 시간 내내 수다를 떨었다. 40대 아저씨들은 육아와 고민을 털어놓았다. 이후 페루에 도착한 후 멤버들은 ‘멘붕’의 연속을 겪었다. 택시 요금 흥정 사기에 당하기도 하고, 허름한 숙박 시설에 당황하기 연속이었다. 세안도구와 갈아입을 옷조차 마땅치 않았기에 궁상에 가까운 여행이 이어졌다. 그 어느 때보다 '생고생'이 이어졌다. 나이 차이가 나지 않기에 힘든 여행 속 서로 고민하고 힘들어하는 감정을 공유하는 게 더 친밀하게 느껴졌다.
사실 ‘꽃보다 청춘’은 ‘꽃보다 할배’, ‘꽃보다 누나’에 이은 배낭여행 프로젝트의 완결편으로 각각 페루와 라오스로 여행을 떠난 가수 윤상, 유희열, 이적과 ‘응답하라 1994’ 주역 유연석, B1A4 바로, 손호준이 함께 한다. 나영석 PD의 진두지휘 아래 KBS 2TV ‘1박2일’ 출신 신효정 PD가 메인 연출을 맡아 tvN 이적 후 처음으로 공개하는 프로그램이다. 이외 ‘응답하라 1994’의 신원호 PD도 가세했다.
배낭 여행 프로그램에 대한 제작진의 노하우는 이번 ‘꽃보다 청춘’ 구성에 농축됐다. 여행을 출발하기까지의 당황스러운 순간과 여행 중 설레는 감정 속에 차근차근 숙소 예약과 여행지 정보를 공부하는 멤버의 모습 속에서 여행에 대한 욕구를 자극하며 흥미를 높였다. 불확실한 순간에도 즐거운 기분을 만끽하는 멤버들과 페루의 이국적인 풍경이 선사하는 서정적인 즐거움은 다른 ‘꽃보다’ 시리즈 이상이었다.
무대 위 가수가 아닌 여행지에서 생존을 위해 발악해야 하고 나영석 PD와 입씨름을 해야 하는 멤버들의 모습 속에서 시청자들은 친근한 매력을 느꼈다. 후줄근한 의상과 더럽기 그지없는 몸으로 여행을 해야 하는 멤버들의 궁상 맞은 행동들은 웃음이 터졌다. 동시에 이들의 인간적인 매력을 높였다. 길을 헤매다가 겨우 찾아놓고 농담에 꺄르르 웃는 뮤지션, 아니 흔한 우리 동네 아저씨들은 배낭 여행의 묘미를 살렸다.
여행은 본래 친한 이들끼리 함께 하다 싸우고 다시 화해하는 일이 많은 법이다. 그 어느 시리즈보다 합의가 필요한 여행이었다. 이적과 윤상의 의사 소통 오류로 인한 일명 '화장실 대란'은 향후 이들이 여행 속 만들어갈 투닥거림과 화해의 이야기에 기대를 품게 했다. 서로 오해하고 서운한 감정이 오고가는 것은 여행에서 당연한 일이었다. 때문에 어디서 본 듯한 구성이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지난 1년간 안방극장에 여행기를 다룬 ‘꽃보다’ 시리즈 제작진은 재탕 우려를 단번에 불식시켰다. 여행지가 달라지고, 여행자가 바뀌며, 때문에 확 달라지는 환경은 시청자들에게 색다른 배낭여행의 즐거움을 안겼다. 무엇보다도 세명의 발라드 가수들이 만드는 음악과 함께 하는 감성 여행은 ‘할배’와 ‘누나’를 뛰어넘는 사랑스러운 그림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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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청춘’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