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하는 포수' 한화 정범모의 숨은 노력과 가치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4.08.02 10: 30

지난 몇 년간 프로야구의 주요 화두 중 하나가 바로 포수 기근이다. 물밑에서 포수 카드를 놓고 협상이 벌어지기도 한다. 주로 가능성있는 젊은 포수들이 그 대상인데 한화에서는 정범모(27)가 바로 그런 선수다. 조인성을 데려왔지만 장기적인 차원에서 정범모는 한화에 꼭 필요한 포수다.
청주기계공고 출신으로 지난 2006년 2차 3번 전체 18순위로 한화에 입단한 정범모는 2012년부터 올해까지 3년째 주전·백업을 넘나들며 1군 포수로 뛰고 있다. 일찌감치 대형 포수 감으로 주목받은 그였지만 1군에서 자리를 잡는 건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적잖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올해 비로소 그 잠재력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정범모는 올해 56경기 타율 2할5푼8리 32안타 4홈런 16타점을 기록 중이다. 타격 기록보다는 도루 저지율이 많이 향상됐다. 2012년(.254)~2013년(.141)에 비해 올 시즌 도루 저지율이 3할1푼1리로 지난해에 비해 두 배 이상 상승을 이뤘다. 블로킹과 볼 배합을 비롯한 투스리드에서도 예년보다 발전했다.

도루저지의 발전은 과감함 폼 변화에서 비롯됐다. 4월 중순 1군에 올라온 조경택 배터리코치의 조언으로 오버핸드 대신 사이드로 던졌다. 공을 잡고 빼서 송구하는 동작에서 시간을 줄이기 위함. 이로 인해 '팔이 아픈 것 아니냐'는 불편한 시선도 있었지만 도루저지율 향상으로 잠재웠다. 조경택 코치는 "정석대로만 할 필요는 없다. 본인에게 맞는 폼으로 정확하게만 들어가면 된다. 굳이 남들 시선을 의식할 필요없다"고 조언했다.
정범모를 오랜 기간 옆에서 지켜본 조경택 코치는 "범모가 정말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먼저 시키지 않아도 보인 스스로가 하고자 하는 열의를 갖고 있다. 경기 전에는 일찍 나와 훈련하고, 경기 후에는 그날 경기를 비디오로 복습하며 타자 분석을 끊임없이 한다. 경기에 나가지 않더라도 이미지 트레이닝을 계속 반복할 정도로 한다"며 그의 숨은 노력을 귀띔했다.
볼 배합을 연구하는 것도 그에게 주어진 책임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조경택 코치는 "이제는 벤치에서 사인을 많이 내지 않는다. 스스로에게 맡기는 편"이라며 "도루 저지 뿐만 아니라 블로킹이나 전체적인 투수 리드도 안정됐다. 더 좋은 포수가 되기 위한 과도기에 있으니 조금만 더 시간을 갖고 보면 훌륭한 포수가 되어있을 것이다. 그만큼 노력을 한다"고 칭찬했다.
정범모도 항상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그는 "난 연습경기 때도 긴장한다"며 농담반 진담반으로 말하지만, 매순간마다 집중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는 도루 저지에 대해 "사이드로 던지는 폼이 완전히 내 것으로 익힌 건 아니지만 지난 2년간 계속 1할대였는데 좋아졌으니 효과가 있다고 봐야할 것"이라며 "요즘 내가 직접 사인을 내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만큼 부담과 책임감을 느낀다. 결과가 안 좋으면 나 자신에게도 화도 난다"고 말했다. 한 단계 성숙해가는 과정, 시행착오도 밑거름이 된다.
포수로서 타고난 체격 조건과 젊은 나이. 여러 팀들의 정범모의 재능과 가능성에 군침을 흘렸지만 그의 숨은 노력을 잘 아는 한화는 포기하지 않았다. '저평가 우량주' 정범모의 가치를 한화는 잘 알고 있다. 한화 안방의 미래는 결국 정범모가 책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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