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이 힘을 잃고 있는 모양새다. 아직 4강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KIA가 기로에 섰다. 전력이 100%가 아닌 상황에서 팀 재정비가 남은 시즌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늦으면 치명적이다.
KIA는 1일 현재 40승51패(.440)로 7위에 처져 있다. 물론 아직 4강을 포기할 단계는 아니다. 37경기를 남겨둔 KIA는 4위 롯데와의 승차가 5경기다. 중·하위권이 오밀조밀 몰려 있어 부담은 크지만 산술적으로는 뒤집기도 충분히 가능하다. 문제는 기세다. 파도가 잠잠해졌다. 하위권에서 한창 상승세를 탈 때가 있었지만 그 흐름을 이어가지 못하고 곤두박질쳤다.
최근 4연패, 10경기에서 2승8패다. 최근 10경기에서 KIA보다 못한 팀은 없었다. 이런 부진은 여러 가지 요소의 복합물이다. 후반기 들어 딱 10경기를 치른 KIA의 이 기간 평균자책점은 6.25다. 리그 평균(5.90)보다 높다. 팀 타율은 2할7푼1리로 리그 최하위다. 이 기간 리그 평균 타율은 무려 3할2리로 여전히 타고투저가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KIA만 힘을 못 낸 것이다.

경기를 만들어줘야 한다는 점에서 가장 중요한 선발 투수들의 부진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10경기에서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는 딱 한 번이었다. 양현종을 제외하면 나머지 선발 투수들이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후반기 들어 데니스 홀튼을 퇴출시키는 강수를 둔 KIA는 김병현 서재응이라는 베테랑들과 돌아온 송은범을 주축으로 로테이션을 재구축했으나 확실한 인상을 심어주지는 못했다.
허약한 불펜도 할 말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27명의 기출루자 중 10명에게 홈을 허용해 기출루자득점허용률(IRS)이 3할7푼에 이른다. 이 기간 중 좋은 승률을 낸 삼성은 2할8리, LG는 1할1푼1리, 넥센은 1할3푼3리였다. 결론적으로 마운드가 총체적 난국에 시달렸음을 알 수 있다. 새로 영입한 외국인 투수 저스틴 토마스의 활약 여부도 아직은 미지수다. 벤치가 이리저리 수를 내고 있지만 명쾌하게 빛을 발하는 부분이 없다.
타선도 이 기간 동안 무려 91개의 잔루를 남기며 득점권에서 약한 모습을 보였다. 주자 대비 타점은 0.12로 리그 평균(0.17)에 못 미치는 최하위 기록이다. 김주찬(.364) 나지완(.343) 안치홍(.308) 등이 분전했으나 이대형(.235) 이범호(.103) 등이 부진하며 타선의 엇박자가 났다. 끌려가는 경기가 적지 않다보니 타선이 느끼는 부담감도 컸다는 것이 일반적인 지적이다.
한편으로는 야수들의 수비 집중력이 떨어져 대량실점의 빌미가 되고 있다는 점도 찜찜하다. 실책은 팀 분위기에 큰 영향을 미친다. 가뜩이나 성적이 나지 않는 팀에서 분위기까지 처질 경우 기다리는 결과는 예상하기 어렵지 않다. 과연 KIA가 다시 상승세의 파도를 만들 수 있을까. 반전의 계기가 필요한 가운데 KIA는 2일 광주 삼성전에서 ‘에이스’ 양현종이 그 파도 만들기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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