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수(31, SK)는 “마음은 급하다”라고 했다. 그라운드가 눈앞에서 아른거린다. 그러나 복귀에 대한 가슴 속의 뜨거운 열망을 스스로 제어하고 있다. 더 완벽한 상태를 찾기 위해서다. 자신을 위해서나, 팀을 위해서나 도움이 되는 길일 수 있다.
SK의 수호신인 박희수는 현재 재활군에 있다. 왼 어깨 부상 여파 탓이다. 박희수는 지난 6월 13일 잠실 LG전 이후 왼 어깨에 염증이 발견돼 전열에서 이탈했다. 당초 2~3주 정도면 복귀가 가능하다는 전망이었다. 그러나 한 달 반 가량이 지난 지금도 아직 전력으로 공을 던지지 못하고 있다. 늦어지는 박희수의 복귀에 SK는 외국인 투수 로스 울프를 마무리로 전환하며 마운드를 개편했다.
어깨 부상이 아주 심각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다만 투구폼 교정 작업 등을 병행하고 있다. 더 먼 미래를 내다본 작업이다. SK의 한 관계자는 “부상 치료만 했다면 좀 더 일찍 복귀할 수 있었겠지만 아예 투구폼도 손을 보고 있다. 어느 순간부터 예전과는 다른 잘못된 투구폼으로 공을 던지고 있었고 그것이 부상을 키웠다는 게 자체 결론”이라며 배경을 설명했다. 시일이 지체되는 이유다.

선수는 답답하다. 그라운드에 서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어려운 팀 사정, 그리고 불펜 동료들의 노고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이가 박희수다. 비교적 체력에 여유가 있는 자신이 불펜에 힘을 보태야 하는데 아직 전력으로 공을 던지지도 못하고 있으니 몸보다 마음이 더 힘든 시기다. 박희수는 “마음은 급하다. 하지만 아직 완벽하지 않다”라며 향후 복귀 일정에 대한 막연함을 설명했다.
그러나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은 여기서도 통용이 된다. 박희수는 2011년 39경기, 2012년 65경기, 2013년 43경기에 나갔다. 1이닝 이상을 밥 먹듯이 던졌다. 어깨가 뻐근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2013년 초에는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출전 때문에 어깨 상태를 관리할 시기를 놓쳤고 결국 탈이 났다. 올해 겨울의 사정도 아주 좋지는 않았다. 시즌 초반 절정의 구위를 선보이며 ‘최고 마무리’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던 박희수의 구속과 제구가 흔들린 것도 이와 연관이 있다는 지적이다.
1~2년 야구를 할 선수도 아니다. 든든한 배짱과 체력, 그리고 성실함을 갖춘 박희수는 몸 관리만 잘 될 경우 롱런할 수 있는 선수로 손꼽힌다. 내년에 정우람이 공익근무를 마치고 돌아오기는 하지만 공백이 있다는 점에서 박희수의 비중은 전혀 줄어들지 않는다. 한편으로는 팀이 마지막 반격을 도모할 때 정상적으로 복귀하는 것도 중요하다. 올해를 봐도, 미래를 봐도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기다.
재활군 일정은 막바지다. 팀은 매일 매일 박희수의 호전 상태를 확인하며 신중하게 접근 중이다. 당초 루키팀(3군)에 합류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당분간 루키팀 경기 일정이 없어 2일 2군으로 합류한다. 이르면 8월 중순께 복귀가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제일’이다. 박희수도 “아직은 확실히 정해진 일정이 없다”라며 참고 기다릴 뜻을 시사했다. 건강하게만 돌아온다면야 팬들도 참고 기다려줄 뜻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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