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절친 '꽃청춘'들의 여행이 비로소 시작됐다. '꽃보다 할배' '꽃보다 누나'에 이은 배낭여행 프로젝트 3탄으로 출국부터 큰 관심을 사로잡았던 tvN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청춘'(연출 나영석 신효정, 이하 '꽃청춘') 이야기다.
지난 1일 첫 방송된 '꽃보다 청춘'에서는 20년 지기 절친 뮤지션 윤상-유희열-이적이 제작진의 몰래 카메라에 속아 맨 몸으로 페루 여행을 떠나는 과정이 짜임새 있게 그려졌다. 반복된 포맷에 식상할 수 있다는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처음으로 함께 배낭여행을 떠난 세 뮤지션은 그 조합만으로도 충분히 신선했고, 상황마다 웃음을 유발했기 때문.
앞서 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페이크 다큐 '방송의 적'에 출연했던 이적, '스케치북'과 'SNL코리아' 등으로 입담과 콩트가 능숙해진 유희열은 그동안 차곡차곡 쌓아둔 예능프로그램 내공을 발휘했다. 대본없이 던져진 리얼한 상황 속에서도 두 사람은 여느 예능인 못지 않게 '웃음'에 필요한 요소요소를 짚어내 지루함을 덜었다.

그로 인해 돋보였던 건 윤상이다. '뮤지션이 존경하는 뮤지션'으로 꼽힐 정도로 음악적 역량이 출중한 윤상은 그간 음악과 관련된 방송프로그램 진행, 오디션 프로의 심사위원을 제외한다면 이렇다할 방송 경력이 없다. 게다가 리얼 예능은 아예 처음이다. 그 덕분에 윤상의 일거수일투족은 꾸밈이 없고, 피부에 와닿을 정도로 리얼함이 느껴졌다.
윤상이 이날 보여준 모습은 절친들과 배낭여행에서 겪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고스란히 보여줬고, 고민하고 서로에게 더 솔직해지고 단단해지는 모습을 예고해 시청자들의 기대와 공감을 자아냈다.
리얼리티 예능 카메라에 익숙지 않은 탓에 생각보다 말수가 적었고, 맏형임에도 불구하고 다소 쭈뼛대는 윤상의 모습은 '윤소녀'라는 자막과 더해져 사실감을 더했다. 사전 미팅시 이적과 유희열이 입을 모아 "찡찡거린다"고 했던 모습이 본격적으로(?) 나오지 않은 부분 역시 그가 아직 카메라에 적응되지 않았다는 걸 방증한다.

이런 윤상의 존재는 예능에 익숙해진 2명의 동생과 결합되어 '꽃청춘'의 리얼함과 완성도를 높였다. 다만, 음악적 존경심으로 그의 '찡찡거림'을 모두 받아줄 수 있는 이적과 유희열과 달리 예능에서 윤상을 처음 접한 일부 시청자들이 자칫 방송의 단편적인 면만을 보고 잘못된 편견을 갖게 될 수 있다는 것은 우려되는 요소다.
대다수 시청자는 아직 윤상의 음악 외적인 부분에 대해 많은 것을 알지 못한다. 20년지기 유희열과 이적이 "너무 웃기다. 귀엽다" "진짜 매력적이다"고 했던 발언을 체감하게 되기까지, 시간이 얼마가 걸릴지는 알 수는 없다.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윤소녀'로 불리는 예민男 윤상의 존재가 '꽃청춘'에 큰 힘을 싣게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앞으로 남은 '꽃청춘'을 통해 3주간 맛보게 될 윤상의 숨은 매력이 더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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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꽃보다 청춘' 캡처(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