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현실적이어서 뜨끔하고 불편한 가족드라마가 탄생했다. ‘마마’가 우리 거울을 보는 듯한 세태 반영으로 공감을 이끌어낸 후, 두 여자의 모성애와 우정에 초점을 맞출 것을 예고하며 안방극장 주부 시청자들의 마음을 끌어당겼다.
지난 2일 첫 방송된 MBC 새 주말드라마 ‘마마’는 대한민국 평범한 가장 문태주(정준호 분)의 두 여자의 얽힌 관계로 시작했다. 태주의 옛 연인이자 아들을 낳은 한승희(송윤아 분)는 시한부 판정을 받고 아들을 태주에게 맡기고자 한국으로 돌아왔다. 승희는 태주가 행복한 삶을 산다고 생각했지만, 알고보면 태주의 아내인 서지은(문정희 분)은 딸의 사교육비에 재산을 탕진해 파산 직전에 놓였다.
이 드라마는 두 여자가 운명적인 첫 만남을 가지고 서로 우정을 쌓아가기 전의 과정을 다루면서, 마치 거울을 본 것마냥 ‘사교육 공화국’ 대한민국의 민낯을 건드렸다. 사교육에 열을 올리는 엄마들의 욕심, 그런 욕심을 키우는 사회 구조, 그로 인해 벼랑 끝에 몰린 지은의 현실은 이 드라마가 사회 드라마가 아닌데도 꽤나 현실적으로 다뤄졌다.

일명 ‘강남 엄마’로 불리는 엄마들이 어떻게 고액의 사교육계를 형성하는지, 자존심을 세워가며 사교육에 몰두하게 만드는 사회 분위기가 드라마 곳곳에 담겨 있었다. ‘마마’는 경제적으로 위기에 놓인 지은이 승희의 도움을 받으면서 우정을 키워가는 이야기를 다루기 위해 이 같은 주부들이라면 공감할 이야기를 첫 방송부터 배치했다. 판타지적인 요소 대신에 있을 법한 이야기를 선택한 까닭에 처절할 정도로 불쌍했던 지은에게 더욱 공감할 수 있었다.
‘마마’는 흔한 주말드라마처럼 막장 드라마가 아니다. 자극적인 막장 요소는 없다. 물론 태주가 추후에 외도를 하게 되면서 갈등이 발생하긴 해도 불륜이 주요 이야기는 아니다. 무엇보다도 승희를 버린 태주조차도 이 드라마는 가장으로서 힘든 무게를 견뎌내고 있는 인물로 다루고 있다. 주요 인물들이 드라마에 존재하는 인물이나, 설득력이 있어 개연성 없는 전개의 가능성을 차단해놓은 상태다.
그럼에도 이 드라마가 막장 요소가 없는데도 흥미가 있었던 것은 ‘막장보다 더 막장 같은’ 현실을 다뤘기 때문일 터다. 고단하고 하루하루 궁지에 몰리는 태주와 지은, 그에 대비되는 경제력을 갖춘 이들의 존재는 부가 되물림 되는 세습 사회의 성격이 짙어지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건드리는 듯 보였다. 이 드라마를 연출한 김상협 PD가 지난 달 31일 제작발표회에서 “세태 풍자를 하는 드라마가 될 것”이라고 예고한 것은 막장 같은 현실을 다루는 이 같은 드라마적인 장치가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물론 극이 전개될수록 이 같은 세태 풍자보다는 두 여자의 갈등과 우정, 그리고 승희의 안타까운 투병과 새로운 사랑에 집중하겠지만 본격적인 이야기 전에 깔아놓은 밑밥은 제법 흥미롭다. 여기에 이 드라마의 주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송윤아와 문정희의 모성애 연기도 절절하고, 현실 가장을 대변한 정준호의 안정적인 연기, 그리고 악역으로 변신한 방송인 출신 배우 최송현의 연기도 드라마를 볼 만 하게 만들고 있다.
한편 ‘호텔킹’ 후속인 ‘마마’는 죽음을 앞두고 하나 뿐인 아이에게 가족을 만들어 주려는 한 여자와, 남편의 옛 연인과 세상 둘도 없는 친구가 되는 한 여자의 우정을 그린 작품이다. 송윤아, 정준호, 문정희, 홍종현 등이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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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마’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