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격의 팀 두산 베어스가 몰락하게 된 원인은 투수들의 부진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라고 할 수는 없다. 초, 중반 승부처에서 벤치의 선택이 승리로 가는 길을 조금씩 갉아먹은 경우도 없지 않았다.
한화와의 시리즈 첫 경기 역시 그런 경우에 속한다고 볼 수 있었다. 두산은 0-0으로 맞서던 3회초 허경민과 정수빈의 연속 볼넷으로 얻은 무사 1, 2루 찬스에서 민병헌의 희생번트와 오재원의 2타점 2루타로 선취점을 뽑으며 2-0으로 앞서 나갔다.
성공적으로 2점을 선취했지만, 과정만 봐도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었다. 당시 상대 선발 라이언 타투스코는 이날 볼넷 6개, 몸에 맞는 볼 3개를 내줄 만큼 제구가 흔들렸다. 5이닝 3실점으로 잘 버텼다고도 볼 수 있으나, 두산 타선이 공략을 하지 못한 것이었다. 타투스코는 3회초에도 연속 볼넷으로 위기를 자초하고 있었다.

스스로 위기를 만들던 타투스코를 맞아 아웃카운트 하나를 그냥 내주는 것은 아까운 일이었다. 더군다나 무사 1, 2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선수는 팀 내에서 타율이 가장 높고, 득점권에서도 해결사 본능을 자주 보여주는 민병헌이었다. 발이 빨라 병살도 쉽게 당하지 않는 민병헌의 타석이 희생번트로 끝나는 것은 아쉽지 않을 수 없었다.
두산 선발이 한국에서 첫 등판을 갖는 유네스키 마야였다는 점에서 선취점을 뽑아 안정된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기는 했다. 하지만 그런 부분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송일수 감독의 선택을 전적으로 이해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민병헌이 강공을 했다면 흔들리는 타투스코를 더욱 몰아붙여 빅 이닝을 만들고 마야의 어깨를 더욱 가볍게 했을 가능성도 있다.
통계로 봐도 희생번트는 득점 향상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난다. 1982년부터 2012년까지 프로야구에서 무사 1루에는 기대(평균)득점이 0.868점이었다. 그러나 1사 2루에서는 0.708점으로 떨어졌다. 무사 1루에 번트를 시도할 때는 실패하는 경우까지 가정해야 하기 때문에 번트작전은 팀의 기대득점을 0.708보다 더욱 낮출 수도 있다. 물론 번트 시도 시에 상대 실책이 발생한다면 기대득점은 상승하지만, 늘 요행을 바랄 수는 없다.
두산은 번트를 적절히 활용하지 못했다. 두산의 희생번트 46회 중에 민병헌, 오재원이 시도한 것이 11번이다. 이는 팀 내에서 찬스를 가장 잘 만드는 2명이 쉽게 아웃카운트 하나를 헌납하는 것이다. 특히 희생번트를 하게 되면 초구에 상대에게 아웃카운트를 내주게 되는 일이 많아 상대 투수의 투구 수 관리도 도와주는 꼴이 된다.
결과론적 비판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반복되는 번트 시도가 빅 이닝을 방해하는 것이 눈에 보이고 있는데도 변화를 고려하지 않는 부분은 분명 문제다. 당장 마운드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면, 공격력을 극대화하는 방법이라도 생각해봐야 한다. 번트를 줄이는 일은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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