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홈런 유격수’ 강정호, MVP 받고 빅리그 진출?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4.08.03 06: 19

넥센 내야수 강정호가 17년 만에 유격수 30홈런을 기록, 본격적으로 MVP를 응시했다.
강정호는 2일 잠실 LG전에서 1회초 투런포를 터뜨리며 커리어 첫 30홈런 고지를 밟았다. 이로써 강정호는 1997년 해테 이종범 이후 두 번째로 유격수로서 30홈런을 친 선수가 됐다. 앞으로 홈런 하나만 더하면, 한국프로야구통산 유격수 최다홈런을 기록하게 된다. 올 시즌 강정호의 홈런페이스를 감안하면, 홈런 43개까지 가능한 상태다.
현재 강정호는 타율을 제외한 주요 부문에서 상위권에 자리하고 있다. 홈런 부문 2위를 비롯해, 타점 2위, 득점 4위 장타율 1위로 다관왕도 노려볼만 하다. 특히 강정호의 포지션이 유격수임을 감안한다면, MVP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에 충분하다. KBReport.com에 따르면 2일까지 강정호의 WAR은 6.73으로 리그 전체 1위다. 2위 나성범의 5.81과 1에 가까운 차이가 난다. 메이저리그와 달리 수비지표가 명확히 나오지 않음을 감안하면, 강정호의 진짜 WAR은 더 높을지도 모른다.

거포 유격수는 모든 야구선수들의 ‘이상향’이자 ‘꿈’이다. 그만큼 홈런타자와 유격수 모두를 이루기는 쉽지 않다. 힘을 키우면 민첩성이 떨어지기 마련이고, 민첩성을 키우면 힘이 떨어지게 된다. 공수 모두에서 심리적 부담을 이겨내는 것도 쉽지 않다. 메이저리그로 시선을 돌려도 올 시즌 30홈런이 가능해 보이는 유격수는 콜로라도의 트로이 툴로위츠키 밖에 없다. 가장 최근 30홈런 유격수 또한 2011년 툴로위츠키였다. 몇 차례 거포 유격수들이 등장했지만, 대부분이 장타력을 살리기 위해 포지션을 바꿨다. 알렉스 로드리게스도 2003년 유격수로서 47홈런을 터뜨리며 MVP가 됐으나, 이듬해 양키스로 이적해 3루수로 포지션을 옮긴 바 있다.
강정호가 메이저리그 팀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타격과 수비 모두 메이저리그에서 통할지는 아직 알 수 없으나 잠재력은 충분히 보여줬다. 3년 연속 20홈런 이상을 터뜨리는 중이고, 수비는 갈수록 안정화되고 있다. 강정호를 3년째 지켜보고 있는 한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는 “타격은 모르겠으나 수비는 합격점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무엇보다 강정호는 스윙과 송구 모두 지금까지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던 동양인 내야수와는 다르다. 뛰어난 하드웨어를 마음껏 살리는 스타일이다”고 평했다.
국내 지도자의 의견도 비슷하다. LG 양상문 감독은 “일본 선수들은 학생시절부터 틀에 맞춰서 훈련을 한다. 그러다보니 저절로 수비가 몸에 익는다. 그러나 이게 메이저리그에선 안 좋은 영향을 끼치는 것 같다. 해왔던 대로 하다보니까 이전보다 빠르고 강한 타구가 오면 대처하지 못한다. 메이저리그 내야수처럼 빠르게 타구를 잡고 송구하는 부분에서 고전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양 감독은 “강정호는 힘에 있어서도 일본 내야수들과 다르다. 체격적인 면에서 일본 내야수보다 훨씬 좋다. 스탭 없이 어느 위치든 한 번에 송구하는 게 가능하다. 메이저리그로부터 관심을 받을 만 하다”고 강정호의 빅리그 도전이 성공할 수 있다고 봤다.
물론 변수도 있다. 일단 강정호는 올 시즌 후 FA가 되지 않는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경우 포스팅, 일본에 진출하면, 넥센과 일본 구단이 이적료 협상을 하게 된다. 일본 구단이 메이저리그 팀보다 많은 연봉 및 이적료를 제시할 수도 있는 것이다. 강정호가 미국과 일본 중 한 곳을 선택하기에 앞서 해외진출을 승인하는 것은 넥센 구단의 몫이다. 강정호가 동양인 최초로 메이저리그서 성공한 내야수가 되려면, 비즈니스적인 운도 따라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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