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적' 김남길-손예진, '명량' 빈틈을 찾으려나[연예산책]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4.08.03 07: 10

[OSEN=손남원의 연예산책] 단 13척 배를 갖고 300척 넘는 왜군 함대를 무찌른 '명량'의 영웅 이순신 장군이 지키는 조선의 바다를 감히 해적들이 넘볼 수 있을까? 일본의 해적 무리인 왜구라면 한 치의 접근도 용서치 않은 게 분명하다. 하지만 조선 국새를 찾겠다는 토종 해적과 산적들의 이상한 만남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8일 개봉하는 한국영화 대작 '해적' 이야기다.
'해적'이 상대해야 할 상대는 어마어마한 거물이고 어찌보면 천적이다. 죽어서도 조선의 바다를 지킨 성웅 이순신이니까. 지금 영화계는 온통 '명량' 열기로 가득하다. 2일 토요일 하루에만 무려 122만명이 이순신 장군을 보기위해 극장을 찾았다. 한국영화 사상 1일 최다관객 신기록이다. 앞으로 오랫동안 깨기 어려울 '신의 숫자'로 보인다. 개봉 4일만에 누적관객 350만명. 이 정도면 천만관객 돌파를 운운할 단계를 지나서 역대 최다관객 기록을 얼마로 끌어올릴 지에 더 관심이 갈 법하다.
하정우 강동원 주연-윤종빈 연출의 '군도'는 '명량'의 위세 앞에 힘없이 고개를 떨구는 중이다. '명량'보다 한 주 앞서 막을 올린 '군도' 역시 개봉 첫 날부터 관객동원 신기록을 세우며 승승장구 했다. 하지만 '명량'이 더 큰 파도로 극장가에 쓰나미를 일으키는 순간, 관객 동원력이 반토막 나는 아픔을 겪었다. 그래도 '군도'는 '명량' 회오리에 휩쓸리기 전에 벌써 430만 관객을 모은 게 그나마 위안거리다.

하지만 '해적'은 물이 오를데로 오른 '명량'과 정면승부를 펼쳐야 한다. 이 것이 독이 될지 약이 될지는 개봉 당일까지 누구도 점치기 어려운 상황이다. '명량' 신드롬으로 극장에 사람이 엄청나게 몰리는 건, 어찌보면 '해적'에게 한여름 쌍끌이 흥행을 제공하는 호기로 작용할수 있다. 거꾸로 '명량' 쓰나미에 일찌감치 휩쓸리면 그걸로 끝장이다.
'해적'은 무려 160억원을 들인 한국영화 코미디물 사상 최대어로 손꼽힌다. CG 완성도는 '명량'에 훨씬 앞서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7급 공무원' 천성일 작가의 관객을 웃기고 즐겁게 하는 스토리 구성이 뛰어나고, '댄싱퀀' 김석훈 감독의 맛깔진 연출 실력도 훌륭하다. 김남길 손예진의 남녀 주연 호흡을 비롯해 유해진 오달수 신정근 박철민 김태우 이경영 등 초호화판 연기파 조연들의 열연은 가히 명불허전이다.
한 마디로 웃기는 '해적'은 진지한 '명량'과 가는 길이 완전히 다르다. '명량'은 이순신 장군의 굴곡지고 고뇌에 찬 인생사를 명량대첩 전후 3박4일로 압축한 영화다. 한국민이 가장 좋아하는 위인 이순신을 보면서 저절로 눈물 핑돌게 만드는 감동을 주는 데 힘을 줬다.
반면 '해적'은 막걸리 한 사발에 취해서 어깨춤을 들썩거리는 만드는 잔칫집 분위기 속에서 러닝타임 내내 배꼽 잡다가 너무 웃어 눈물 한 방울 쏙 빠지는 스타일의 롤러코스터 코믹물이다. '명량' 보고 '해적'도 보는 식으로 관객 흡입력을 넓힐 수 있다는 안전판을 갖춘 셈이다.     
조선 건국 보름 전 고래의 습격을 받아 국새가 사라진 전대미문의 사건을 둘러싸고 이를 찾는 해적과 산적, 그리고 개국세력이 벌이는 바다 위 통쾌한 대격전을 그린 액션 어드벤처 '해적'. 그들이 과연 올 여름 극장가에서 국새를 찾고 활짝 웃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엔터테인먼트 국장]mcgwire@osen.co.kr
'해적' 포스터 및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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