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보통의 '꽃청춘', 그래서 완결판인 까닭
OSEN 윤가이 기자
발행 2014.08.03 10: 43

민낯의 '꽃청춘', 그 속에 나와 내 친구의 여행이 보일 때
 
[OSEN=윤가이의 실은 말야] 윤상과 이적이 '화장실 딸린 방'에 안착하기까지의 과정은, TV로 지켜보는 내내 가슴이 조마조마하기까지 했다. 내가 저 속에 있는 것도 아닌데 화난 돌기처럼 솟아 오른 윤상의 예민함과 난데없는 사고처럼 터진 이적의 억울함이 그 좁은 공간에서 팽팽히 대치했다. 유희열은 날카로운 더듬이를 세워 분위기를 감지하고 있지만 당장은 속수무책이다. 마치 방안의 공기도 멈춰버린 것만 같은 그 난감하고 애매한 순간, 친구들과의 여행이든 동료들과의 작업이든, 우리 모두 언젠가 한번은 아니 종종 겪는 일이 아닌가.

'원래 친한 친구랑은 여행을 가지 말라'는 얘기가 있을 정도니, 아무리 20년 지기든 목숨처럼 사랑하는 사이든, 멀고 긴 여행은 마치 '우정 시험대' 같을 정도다. '꽃보다 청춘'은 단 1회만으로도 이번엔 또 뭘 보여주고자 하는지, 과연 '꽃보다' 배낭여행 프로젝트의 완결판다운 속살을 드러냈다.
'꽃보다' 시리즈는 할배와 누나에 이어 이번 ‘청춘’으로 완결된다. 앞서 나영석 PD는 일말의 주저함 없이 더 이상의 ‘꽃보다’ 시리즈는 없다고 단언했다. 사실 얼핏 생각하면 얼마든지 변주가 가능한 프로젝트다. ‘꽃보다 아이들’, ‘꽃보다 가족’, ‘꽃보다 연인’ 하는 식으로 기본 골자를 가져가면서도 조금만 흔들고 뒤틀면 (성패와 상관없이) 굴비처럼 엮일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제작진은 이번 ‘청춘’을 시리즈의 마지막이라 말한다. 물론 종료는 아니다. 제작진은 이후에도 할배와 누나 또는 청춘들을 내세운 이 배낭여행을 계속할 수 있단 생각이다. 단지 이 구성의 끝일뿐이며 프로그램의 수명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윤상 유희열 이적 등 40대 세 뮤지션이 페루 편의 멤버로 발표됐을 때 대중은 또 다시 의외의 라인업에 감탄하면서도 ‘이들을 왜 청춘이라 했을까’하는 호기심을 가졌다. 그리고 머지않아 ‘응답하라 1994’ 3인방, 바로 손호준 유연석이 라오스 편을 장식한단 소식이 연달아 전해지며 페루와 라오스로 나뉘는 이 구성은 또 다른 기대감을 자아내기 시작했다. ‘꽃보다 청춘’은 앞서 할배나 누나와는 다르게 연령도 영역도 다른 구성원들이 각각 다른 나라에서 여행을 하는 이야기를 담아낸다.
먼저 베일을 벗은 페루 편은 이미 방송을 통해 노출이 많은 유희열과 이적, 그리고 의외의 멤버인 맏형 윤상을 배치하면서 궁금증을 자극했다. 세 사람은 사전모임인 줄 알고 나온 자리에서 맨몸으로 덜컥 여행길에 오르는 상황에서도 크게 위태로워 보이지 않았다. 오랜 친구, 선후배, 20년 동료라는 단서 때문이다. 서로를 의지하며 낯선 땅으로 날아가는 이들의 얼굴엔 당황한 기색보다 오히려 설렘이 스쳤다.
얼떨결에 도착한 페루는 인적이 드물고 황량한 새벽의 얼굴로 그들을 맞았고 한화 7000원짜리 10인실 도미토리는 처음부터 충격을 안겼다. 이윽고 불거진 윤상의 화장실 문제, 그로 인한 세 사람 간의 갈등 전개가 리얼하게 이어지면서 ‘꽃보다 청춘’은 절친들의 배낭여행, 그 날 것의 정체를 서서히 드러냈다. 이전의 할배, 누나들과 비슷하면서도 또 다른, 40대 뮤지션들의 여행기는 이제 시작이다.
제작진이 ‘꽃보다 청춘’을 마지막이라 부른 이유는 아마도 이 민낯의 여행이 우리 시청자들의 모습과 매우 닮아 있기 때문 아닐까. 할배와 누나에게는 다소 핸디캡을 적용했던 제작진은 ‘꽃보다 청춘’에 이르러 가장 일반의 배낭여행 같은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최소한의 짐과 최소한의 용돈, 그리고 상당수의 사람들에게 생경한 페루와 라오스라는 땅에서 정말 친한 친구들의 여행을 담았다. 모시고 돌보는 짐꾼도 없다. 그저 세 사람의 힘만으로 이들의 여행은, 그래서 가장 보통의 모습으로 이어질 것이다.
늘 그랬듯 나 PD와 이우정 작가의 번득이는 아이디어와 기발한 섭외는 다시 한 번 혀를 내두르게 만든다. 연로한 노년들의 유럽 여행과 곱디고운 여배우들의 농익은(?) 여정과는 확연히 다르다. 이 준비 없이 떠난 절친들의 가난한 여행에서 우리는 내 자신을, 민낯의 우정을 만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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