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권(33, SK)의 방망이가 여름의 뜨거운 태양처럼 타오르고 있다. 팀의 리더 중 하나로 느끼는 책임감도 만만치 않다. ‘임시 주장’ 완장을 찬 박정권은 아직 시즌이 끝나지 않았음을 강조하고 있다.
한 때 타격 부진으로 2군에 내려가기도 했던 박정권은 복귀 후 맹타를 휘두르며 자존심을 세우고 있다. 5월 타율이 1할6푼7리였던 박정권은 6월 2할9푼3리를 치며 타격감을 회복했다. 6월에만 8개의 홈런을 때렸다. 7월에는 3할2푼8리, 8월에는 2경기를 치른 현재 6할2푼5리다. 2일 문학 NC전에서는 4안타 3타점의 맹타로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박정권의 이런 활약은 주목할 만한 부분이 있다. 이만수 SK 감독은 “최정 이재원의 뒤를 받칠 선수가 중요하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외국인 타자 루크 스캇이 퇴출됐고 새 외국인 선수를 뽑을 예정이 없어 기존 선수들의 활약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는 처지다. 김강민 박정권이 그 후보자로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박정권의 상승세가 가파르다. 타율(.274)은 아직 조금 낮지만 17개의 홈런과 68타점을 기록하며 ‘해결사’의 면모를 선보이고 있다.

활활 타오르는 것 같지만 박정권 자신은 타격감에 대해 고개를 갸웃거리며 “솔직히 좋은 건지 잘 모르겠다. 요즘은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좋은 성적에 도취되기보다는 현재 상황에만 집중하겠다는 의미다. 박정권은 2일 경기 후 “그냥 경기 중에 할 일에만 집중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수비와 타격에서 모두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라고 말했다. 집중하다보면 안타는 자연히 나온다는 것이 박정권의 생각이다.
어려운 팀 사정에서 책임감도 불탄다. SK 왕조의 중심축 중 하나였던 박정권으로서는 최근 팀 성적이 그리 만족스럽지 않을 법하다. 주축 선수로서의 책임감도 느낀다. 그런 상황에서 최근에는 ‘임시 주장’을 맡았다. 주장인 박진만이 무릎 부상을 털고 돌아오기 위해 마지막 스퍼트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부상 중 1군과 동행했던 박진만이 잠시 1군을 떠나자 그 임무를 대신할 선수가 필요했고 박정권은 ‘0순위’였다.
박정권은 “그냥 연락책, 혹은 의견을 모으는 수준이다. 큰 부담은 없다”라며 임시 주장직에 대해 설명하면서도 “후배들에게 즐기면서 경기를 하자고, 스트레스를 받지 말자고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박정권은 “다행히 최근 팀 분위기가 좋아지고 있다. 앞으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를 걸면서 분전을 다짐했다. 박정권의 열기와 책임감이 팀 전체에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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