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포수진, 두 얼굴의 김광현 만든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8.03 13: 00

김광현(26, SK)의 비상이 눈부시다. 어깨 부상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난 뒤 그간의 설움을 털어내려는 듯 자유롭게 창공을 날고 있다. 그런데 그 비상을 돕고 있는 이들이 있다. 정상호(32)와 이재원(26)이라는 포수들이다. ‘두 얼굴’의 김광현을 만드는 숨은 공신들이다.
김광현은 후반기 들어 가진 두 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따냈다. 7월 26일 문학 넥센전에서는 6이닝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특히 4회 넥센의 막강한 중심 타선을 상대로 삼진 2개를 잡아내며 무사 만루 위기를 넘긴 것은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기세를 이어간 김광현은 2일 문학 NC전에서도 7이닝 1실점(비자책)의 호투로 시즌 11승째를 기록했다. NC전에서 유독 경기가 풀리지 않았던 김광현의 필승 의지가 빛났다.
어깨 상태가 좋고 투구수 100개가 넘어간 상황에서도 자신의 공을 던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찾은 김광현이다. 여기에 김광현이 등판할 때는 타선도 비교적 여유있는 점수를 내주고 있고 수비수들의 집중력도 강해진다. 여기에 포수들의 공도 빼놓을 수 없다. 김광현은 자신과 호흡을 맞추는 포수들의 리드에도 고마움을 표시하고 있다.

SK는 정상호와 이재원이 번갈아가며 마스크를 쓰고 있다. 그런데 서로 스타일이 조금씩 다르다. 정상호는 좀 더 멀리 본 수싸움을 하는 포수다. 이에 비해 이재원은 좀 더 공격적인 투구를 요구한다. 물론 SK는 조웅천 투수코치와 김태형 배터리코치가 합의해 어느 정도의 표준화된 김광현 리드법을 포수들이 공유하고 있다. 하지만 분명 다른 선수들인 만큼 요소요소마다 다른 리드가 나오기 마련이다. 김광현은 이에 대해 “서로 장점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넥센전 당시 김광현은 “상대의 기를 올려주기 싫었다. 그래서 안타를 맞지 않는 피칭을 하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정상호의 경험이 나을 수도 있다. 실제 4회 당시 박병호 강정호를 삼진으로 잡을 수 있었던 것은 허를 찌르는 정상호의 리드가 주효했다. 김광현은 박병호를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할 당시 “커브를 요구하는 것을 보고 사인을 잘못봤나 싶을 정도였다”라고 말했다.
반면 김광현은 NC전에 대해 “점수차가 좀 벌어진 상황이었기 때문에 투구수를 줄여 많은 이닝을 소화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유인구보다 정면승부를 선호하는 이재원의 성향이 더 알맞을 수도 있다. 실제 김광현은 이날 직구와 슬라이더를 위주로 NC의 좌타 라인과 정면승부를 벌인 끝에 삼진 7개를 잡아냈다.
이처럼 두 포수의 서로 다른 리드는 김광현의 다른 경기 운영을 만들고 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김광현의 현재 구위다. 두 포수의 서로 다른 리드에 모두 맞춰갈 수 있는 상태라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김광현은 “개개인의 장점이 있는 만큼 내가 따라가고 있다. 포수가 요구한대로만 던지면 안 맞는다고 생각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광현이 보여주고 있는 절정의 구위는 포수까지 덩달아 빛나게 하는 힘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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