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1박2일'이 새 멤버로 완전히 자리잡은 모양새다.
각 멤버들의 캐릭터가 매우 명확히 각인됐고, 멤버간 합도 굉장히 잘 맞고 있는 분위기라 마치 전성기 시절의 '1박2일'을 연상케 한다. 복불복과 풍광 소개라는 절대 변하지 않는 공식을 이어가면서도 멤버들의 개성을 잘 살려 또 다른 맛을 내는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일 방송된 '1박2일'은 막내 정준영의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이에 대항하는 형들의 모습을 세세하게 포착해 각 멤버들에 대한 캐릭터 자립성을 매우 높이는 모습이었다.

우선 데프콘은 근심 걱정 많은 소심한 A형 캐릭터로 완전히 거듭났다. 그는 "예민해서 여름에는 잠을 자지 못한다"고 고백하는가 하면, 까나리 아메리카노를 고를 땐 출연자 중 가장 고민을 거듭하는 모습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또 작가들이 요리를 하는 과정에서 땀이 흘러들어갈까봐 연신 땀을 닦아주고, 청결에 신경쓰는 모습은 다소 털털해보이는 외모와 대조를 이루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김주혁은 무기력한 맏형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의욕은 앞서지만, 늘 성적이 뒤쳐져 동생들에게 구걸(?)하는 입장. 그는 정준영이 가장 못하는 게임으로 지목된 수박씨 붙이기 게임에서도 정준영에게 한참 처지는 성적을 내는가 하면, 기상 미션 깃발 뽑기에서도 가장 적은 수의 깃발을 찾아 동생들에게 "하나만 달라"고 부탁했다. 이런 그의 모습은 게임을 장악했던 강호동과 완벽한 대조를 이루며 완전히 새로운 '1박2일'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김종민은 멤버들이 아무리 바뀌어도 끄덕없는 '바보' 역할에 올라선 상태. 그는 정준영의 코치로 바보 빼기 게임을 이겨놓고도, 오답을 말하는 데프콘의 말에 자신이 이겼는지도 모르는 모습 등을 보여주며 미워할 수 없는 바보에 등극했다. 잔머리는 뛰어나지만 숫자 등에 매우 약한 그는 이같은 게임에서 어김없이 폭소를 유발하며 제 역할을 해내고 있는 중이다.
김준호는 새 '1박2일'의 웃음을 담당하는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동생들에 비해 크게 나서지 않지만, 합이 잘맞는 게임이나 상황이 펼쳐지면 실패 확률이 거의 없는 웃음 포인트를 만들어낸다. 이날 방송에서는 머리만 기대는 잠이 드는 편한 성격으로 눈길을 끌기도 했다. 스탠드 코미디로 익숙한 그이지만, 일상에서 역시 자연스럽게 웃음을 자아내는 모습이 리얼 버라이어티에 완벽 적응한 모습이다.
숨은 공로자는 차태현. 그는 다른 멤버들에 비해 크게 튀는 행동을 하거나 엉뚱한 짓을 하진 않지만, 사실상 '1박2일'의 흐름을 주도하고, 숨은 진행자 역할을 한다. 각 멤버들의 캐릭터를 살려주거나, 놓치고 지나갈 수 있었던 웃음 포인트를 되살리는 것도 그의 몫. 워낙 유쾌하고 발랄한 성격에 눈치가 빠르고 잔머리도 잘 써서 각종 게임에서의 활약도 굉장히 크다.
정준영은 '1박2일' 사상 가장 특이한 캐릭터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중. 그동안 엄청난 운이 따르는 인물로 무패 신화를 써온 그는 이날 방송에서 형들과 1대 5로 맞붙는 시험대에 오르기도 했다. 그에 맞서 형들이 한번 이겨보겠다고 용을 쓰는 장면만으로도 정준영의 무심한 행운의 신 캐릭터는 완성되는 상태. 그는 그동안 활약과 달리 이날 방송에선 가위바위보에서 연신 지고, 게임에서도 계속 불운을 겪어 아성이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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