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중 혈투' 수원-포항, 골키퍼로 시작해 골키퍼로 끝나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4.08.03 20: 52

골키퍼로 시작해 골키퍼로 끝난 경기였다. 국가대표 수문장 정성룡(29, 수원 삼성)이 포항 스틸러스전 '악몽'을 재현하는 듯했지만 후반 막판 슈퍼세이브와 상대 골키퍼인 김다솔의 연이은 실책성 플레이로 결국 미소를 지었다.
수원은 3일 오후 7시 수원월드컵경기장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2014 K리그 클래식 18라운드 홈경기서 포항을 4-1로 완파했다.
출발은 산뜻했다. 수원은 전반 44초 만에 산토스가 벼락 같은 선제골을 터트리며 1-0으로 앞서나갔다. 산토스의 오른발 슈팅이 김다솔의 가랑이 사이로 들어가며 기선을 제압했다. 포항으로선 사후 징계를 받은 주전 수문장 신화용의 공백이 아쉬운 순간이었다. 이 골은 올 시즌 K리그 클래식 최단시간 득점으로 기록됐다.

수원의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주전 수문장인 정성룡의 반응이 짙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전반 25분이었다. 상대 미드필더 황지수가 아크 서클 오른쪽에서 오른발 중거리 슈팅을 때렸다. 볼은 수비수의 발을 맞고 골문 구석으로 굴절됐고, 정성룡의 손을 스치며 그대로 골문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포항의 동아시아 클럽 최초 1500호 골이었다.
정성룡의 반사신경이 못내 아쉬웠다. 굴절이 되긴 했으나 정도가 미미했다. 볼 방향이 살짝 틀어졌을 뿐 충분히 막아낼 수 있는 궤도와 세기였다. 그라운드에 쏟아지는 굵은 빗줄기도 정성룡을 도와주지 않았다.
이미 한 차례 포항전 악몽을 경험했던 정성룡이라 더욱 쓰라렸다. 정성룡은 지난해 11월 10일 포항과 경기서 치명적인 실책을 기록했다. 이명주의 평범한 로빙슛을 잡았다가 놓치는 어이없는 실수를 범하며 동점골을 허용, 1-2 역전패의 빌미를 제공했다.
그렇게 또 승리의 여신은 수원과 정성룡을 외면하는 듯했다. 하지만 이번엔 수원 쪽에 행운이 따랐다. 1-1로 팽팽하던 후반 15분 김다솔이 다시 한 번 아쉬운 실책성 골을 헌납했다. 산토스가 페널티 박스 왼쪽 각도가 없는 곳에서 강력한 왼발 슈팅을 때렸고, 정면으로 향한 볼이 김다솔의 손에 맞고 그대로 골망을 갈랐다. 김다솔은 이후에도 골문을 쉽게 비우는 아쉬운 판단으로 로저와 권창훈에게 릴레이 골을 내주며 자멸했다. 정성룡은 2-1로 살얼음 리드를 이어가던 후반 막판 골문 구석을 향하는 고무열의 결정적인 헤딩 슈팅을 선방하며 전반 실책성 플레이를 만회했다.
김다솔은 이날 경기를 통해 올 시즌 K리그 클래식 무대에 처음으로 나섰다. 앞서 지난 4월 부리람 유나이티드전서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무대를 밟은 것이 올 시즌 유일한 출전 경기였다. 결국 실전 감각에서 문제를 드러냈고, 이것이 포항에 치명적인 독이 되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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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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