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 카드를 낸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에이스를 내고도 경기에 패한 것이 더욱 뼈아팠다. 이제 유망주 김강률(25)의 피칭에 기대를 건다. 70구 정도를 맡기기로 했으니 4~5이닝을 잘 버텨줄 수 있다면 성공이다. 투구 수 70개 전후로 4~5이닝을 갈 수 있다면 대량실점도 없다.
두산 베어스는 지난 3일 대전 한화전에서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를 선발로 투입하고도 한화에 2-4로 패했다. 근 2개월 만에 선발 등판한 한화의 좌완 유창식을 공략하지 못한 것이 컸다. 조인성의 3점홈런 한 방에 니퍼트는 시즌 7패째를 당했다. 4년 연속 10승도 다음 기회로 미뤄졌다.
2일 김강률의 시즌 첫 선발 등판이 예정된 경기가 우천 취소된 뒤 3일 선발로 내정된 니퍼트는 4일 휴식 후 선발 등판을 하는 것이었지만, 이 결정을 나무랄 수는 없다. 화요일인 7월 29일에 등판한 니퍼트가 일요일인 3일에 등판하는 것은 일반적인 일이다.

향후 일정을 고려해도 합리적인 선택이다. 니퍼트는 3일에 등판했기에 오는 8일 잠실 넥센전에 다시 마운드에 오를 수 있다. 이 경기가 끝나면 두산은 3일간 경기가 없는데, 니퍼트를 안 쓰기에는 아깝다. 2번 연속으로 4일 휴식 후 등판이 되는 것이기는 하지만, 불가피한 선택으로 볼 수 있다.
니퍼트를 낸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나, 니퍼트가 나온 경기를 승리로 가져가지 못한 것이 문제였다. 두산의 연패는 4경기로 늘어났고, 그러면서 쉬고 있는 롯데와의 승차는 3.5경기로 벌어졌다. 경기가 없을 때 LG가 패하면서 되찾았던 5위는 하루만에 다시 LG에 내주고 6위로 내려앉았다.
시즌 첫 선발 등판하는 김강률이 이런 최악의 상황에 나선다는 것도 두산으로서는 걱정이다. 선발 등판일이 미뤄졌던 김강률에게는 팀이 4연패로 6위까지 처져 반드시 이겨야만 하는 경기를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 김강률마저 부진하면 6위로 5일부터 있을 잠실 KIA전에 임해야 한다. KIA와의 첫 경기까지 패해 6연패에 빠지면 순위는 7위가 된다.
송일수 감독은 5월에 선발진이 위험 신호를 나타낼 때부터 퓨처스리그에서 1군에 올라와 선발로 던질 선수가 있냐는 질문에 “특별히 없다”고 답했다. 부진했던 노경은이 8월이 되어서야 1군에서 말소된 것도 같은 이유다. 송 감독은 6월에 노경은을 불펜으로 내리면서도 “노경은 만한 구위를 가진 선수를 찾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래서 5선발을 찾기도 힘들었다. 오현택을 5선발로 투입할 때 송 감독은 “김강률은 팔꿈치 상태가 완전하지 않아 긴 이닝은 무리다”라며 선발 불가론을 폈지만, 1개월 뒤에는 김강률을 5선발로 선택했다. 지금은 노경은마저 없는 상황이라 김강률은 실질적인 4선발이다. 엄밀히 말하면 지금 두산 5선발은 공석이다.
두산 선발진은 현재 많은 것이 물음표다. 5일부터 잠실에서 있을 KIA와의 2연전에는 유희관과 유네스키 마야가 차례로 등판하면 되지만, 7~8일 잠실 넥센전에서는 니퍼트가 4일 휴식 후 8일에 나설 수 있다는 것만 예상 가능할 뿐, 어떤 방책이 있는지 지금은 알기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 김강률을 내세워 4연패 탈출을 기대해야 하는 것이 불안하기는 하지만, 전날 유창식이 니퍼트를 잡았듯 김강률이 이태양을 이길 가능성도 있는 것이 야구다. 150km에 육박하는 강속구와 다소 불안한 제구를 함께 지닌 김강률이 첫 선발 등판에서 어떤 피칭을 보일지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단순한 1승 혹은 1패를 넘어 팀에 새로운 선발투수가 필요할지 여부도 결정될 수 있기에 김강률의 피칭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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