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황목치승, “전광판에 내 이름...꿈만 같아”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4.08.04 08: 29

불의의 사고로 순식간에 낭떠러지로 떨어졌다. 우여곡절 끝에 절벽을 올라왔지만, 동기들과 비교해 10년의 시간이 걸렸다. 그만큼 LG 내야수 황목치승(29) 프로 1군 무대 첫 선발출장은 의미가 있었다.
황목치승은 지난 2일 잠실 넥센전에서 2번 타자겸 유격수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전날 오지환의 부상으로 경기 중반 투입, 2타수 2안타를 친 것에 이어 이날도 3타수 1안타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특히 수비에서 두 차례 그림 같은 더블플레이를 만들어내는 등 화려함과 안정감을 동시에 선보였다.
다음날인 3일 황목치승은 “처음으로 선발출장하니 신기했다. 사실 지금 1군에서 뛰는 것도 신기하다. 경기 전 잠실구장 전광판에 내 이름이 있다니 꿈만 같았다”고 전날 느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황목치승은 이름에서 드러나듯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할아버지가 한국인 할머니와 결혼한 일본인이다. 황목치승 가족은 제주도에 정착했는데 황목치승의 할아버지는 후손들에게 황목이라는 성을 물려줬다. 제주제일중에서 야구를 한 황목치승은 일본 국제고등학교로 야구 유학을 갔다. 고교시절 일본 정상급 유격수로 꼽혔고, 고교졸업 후 야구 명문 일본 아세아대학에 진학하며 순조로운 야구인생을 걸었다.
그러나 황목치승은 대학 입학을 앞둔 2월, 최악의 부상을 당했다. 전지훈련 기간 연습 경기서 수비 도중 2루 베이스를 향해 슬라이딩하는 주자와 충돌, 왼쪽 무릎 인대 두 개가 끊어졌다. 재활만으로 1년 반의 시간을 보냈고, 결국 꿈꿨던 프로구단 입단도 이뤄지지 않았다. 대학 졸업 후 사회인야구를 했지만 프로진출의 문을 열리지 않았다.
그래도 거의 평생을 해온 야구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 없었다. 트라이아웃으로 고양 원더스에 입단, 다시 유니폼을 입고 기적을 꿈꿨다. 원더스 유니폼을 입고 낭떠러지 끝에서 한 계단씩 올라갔다. 신인 드래프트에선 지명받지 못했지만, 지난해 10월 LG에 신고 선수로 입단했다. 당해 고치 마무리캠프부터 전임 김기태 감독의 눈에 들어온 황목치승은 일찍이 등록선수 1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7월 15일 엔트리에 등록된 것과 동시에 1군에 콜업됐다.
황목치승은 “어릴 적부터 유격수를 해왔다. 그래서 그런지 유격수 포지션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며 “물론 내야 다른 포지션도 문제없다. 여러 곳에서 다 뛰어봤기 때문에 어느 자리든 자신이 있다. 항상 빠르게 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코치님들로부터 이 부분을 고치라는 조언을 많이 듣곤 한다. 급해지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고 자신의 수비를 평가했다.
LG 양상문 감독은 황목치승을 1군으로 올리면서 “공수 모두 전형적인 일본 스타일이다. 일본 타자처럼 타격도 짧게 끊어 친다. 수비는 놀랍다. 발놀림이 정말 빠르다. 유지현 코치의 현역시절보다 빠른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그리고 지난 3일에는 “앞으로 10경기 정도 (오)지환이가 했던 역할을 맡기려 한다. 10경기 지켜보고 치승이에 대해 정확한 판단을 내려보겠다. 팀에 치승이의 역할을 해줄 선수가 필요했었다. 풋워크뿐이 아닌 어깨도 강한 편이다. 꾸준히 테이블세터로 나갈 듯하다”며 등 부상으로 빠진 오지환의 자리에 황목치승을 기용할 뜻을 밝혔다. 2일 경기서 공수에서 강한 인상을 남긴 게 황목치승에게 1군 선발 등판의 기회로 이어진 것이다. 
황목치승은 지난 2일 자신의 플레이 한 순간 한 순간을 생생하게 기억했다. 황목치승은 5회초 문우람의 중전안타가 될 수 있는 타구를 잡았고, 곧바로 절묘한 풋워크로 2루 베이스를 밟은 뒤 1루 송구, 깔끔한 더블플레이를 완성했다. 이 플레이에 대해 황목치승은 “아무래도 예전에 다친 기억이 있다 보니 그런 풋워크가 나올 때가 있다. 그래도 충분히 더블플레이를 만들겠다는 자신이 있었다”고 돌아봤다.
황목치승은 중학생 시절 나지완 임훈 최진행 등과 청소년 국가대표로 꼽혔다. 하지만 무릎 부상을 당한 후에는 이들이 프로무대서 뛰는 모습을 그저 TV로 보기만 해야했다. 황목치승은 “일본에서 한창 재활할 때 함께 뛰던 친구들이 TV에 나오니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었다. 이제는 나도 잘 돼서 친구들과 같은 그라운드서 뛸 수 있게 됐다. 정말 기분이 좋다”고 밝게 웃었다.   
drjose7@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