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바라는 1위 자리, 최강희는 왜 싫다는 걸까
OSEN 허종호 기자
발행 2014.08.04 07: 45

모두가 1위에 올라서는 것을 원한다. 자신들의 현재 능력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강희 전북 현대 감독 만큼은 현재의 1위 자리는 회피하는 모습이다. 이유는 무엇일까.
전북이 99일 만에 선두로 올라섰다. 전북은 지난 3일 전주월드컵경기장서 열린 K리그 클래식 전남 드래곤즈와 홈경기서 2-0으로 승리를 거뒀다. 10승 5무 3패(승점 35)가 된 전북은 포항 스틸러스(승점 34)를 제치고 리그 선두가 됐다. 지난 4월 26일 이후 첫 1위 자리다.
오랜만에 올라선 선두 자리이지만 최강희 감독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 눈치다. 최 감독은 "지금 1위는 큰 의미가 없다. 선수들이 고생해서 1위가 된 건 축하할 일이다. 그러나 8~9월 일정을 보면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 이기는 경기도 중요하지만 내용이 좋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최강희 감독이 1위라는 결과보다 내용이 좋아져야 한다고 강조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이날 전북은 전반전 동안 전남을 완전히 압도하는 경기력을 선보였다. 전반전 슈팅 횟수 차이만 14-3으로 크게 앞섰다. 그러나 후반전 들어서는 단 2개의 슈팅만 할 정도로 위협적인 장면이 크게 줄어들었다.
최 감독은 "지난 경기에 이어 교체 선수들이 전혀 활약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선발로 출전하는 11명의 선수들로는 자신들이 원하는 최종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벤치서 대기하는 선수들도 강한 정신력을 바탕으로 꾸준한 경기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최강희 감독의 생각이다.
최강희 감독이 1위 도약에 고개를 젓는 또 다른 이유는 시기다. 아직 1위로 올라설 때가 아닌데 이른 시기에 1위가 됐다는 것이다. 최 감독은 전남과 경기를 앞두고 "오히려 1위를 안 하고 숨어서 가는 것이 낫다"며 "리그 일정이 2/3 정도 지나고 10경기 정도를 남기거나, 스플릿 이후 5경기 정도가 남았을 때가 (1위로 올라가기에) 좋다. 지금으로서는 (결과보다는) 팀이 완성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생각보다 빠른 시점에 1위가 되면서 다른 11개 구단으로부터 받는 견제도 무시할 수 없다. 최 감독은 "시즌 초반 전북이 1강이라는 소리가 많아서 집중 견제를 받았다"며 "우리가 힘이 있고 전력이 된다면 언제든지 1위에서 경기를 할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팀을 더 만들어야 한다. 오늘 후반전 경기를 보면 우리가 원하는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 부분을 보완해야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 1위가 된 만큼 상대가 준비와 집중을 잘할 것이다. 우리로서는 더 집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sportsher@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