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석 "매일매일 배멀미..배 촬영 이제 안할래요. 하하"[인터뷰]
OSEN 김경주 기자
발행 2014.08.04 17: 30

영화 '해무'가 소위 말하는 올 여름 극장가 빅4 중 맨 마지막으로 영화 팬들을 만날 채비를 하고 있다. '김윤석, 박유천 주연'이라는 타이틀은 물론 영화 '살인의 추억' 각본을 맡았던 심성보 감독이 처음으로 메가폰을 잡은 작품, 그리고 영화 '살인의 추억', '괴물', '설국열차' 등을 연출했던 봉준호 감독이 제작을 잡은 작품 등 영화를 기대케 하는 여러 타이틀이 '해무' 앞에 붙어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해무' 앞에 붙이고 싶은 수식어는 '리얼리티'이다. 빅4, '군도:민란의 시대', '명량', '해적:바다로 간 산적'들에 비해 '해무'는 굉장히 사실적이다. 밀항자들의 죽음으로 드러나는 인간의 본능은 끔찍하리만치 현실적이고 이들이 이야기를 그려나가는 전진호의 모습 역시 사실적이다.
이는 실제 배 위에서 대부분의 촬영을 진행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망망대해 위 실제 배를 띄워놓고 촬영을 진행한 덕분에 실감나는 배 안의 장면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 그러나 덕분에 배우들의 고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단다. 극 중 선장 철주 역을 맡은 김윤석은 배멀미로 고생했던 이야기들을 전하며 또 다시 배를 타게 된다면 어떨 것 같냐는 질문에 연신 "어후"를 외치며 10년 안에는 절대 타지 않을 것이란다.

"배 멀미가 잘못하면 죽을 정도로 정말 힘듭니다. 오늘도 배 멀미, 내일도 배 멀미를 하니까 힘들더라고요. 그런데 또 멀미약은 자꾸 먹으면 취하지 않습니까. 취해서 대사를 기억 못하면 안 되니까 조금씩 먹으면서 버티며 촬영을 했습니다. 진짜 배에서 촬영은 질려요. 10년 안에는 배에서 하는 영화는 안 할겁니다. 하하"
 
배에서의 생활은 배우들을 실제 뱃사람 뺨치는 외형으로 만들어 놓기도 했다. 극 중 맛깔나게 사투리를 쓰며 배를 몰고 고기를 잡는 배우들의 모습은 실제 뱃사람이라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 다큐멘터리를 보며 뱃사람의 외형과 행동을 연구했다는 김윤석은 촬영 기간 내내 뱃사람의 행동 패턴과 똑같이 행동했단다. 덕분에 밤마다 장소를 가리지 않고 술자리가 벌어졌다는, 힘들면서도 즐거운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주기도 했다.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연구도 하고 직접 항구에 찾아가서 선원들하고 이야기도 나누기도 하고, 어마어마하게 준비를 많이 했습니다. 우리 영화 속 시대가 98년도라 그때의 선원들의 모습은 좀 초라할 것이라고 생각을 했죠. 요즘은 좀 좋은 옷을 입겠죠. 하지만 그땐 IMF 시대니까 더 힘들었을 것 아닙니까. 뱃사람의 외모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선 방법이 없습니다. 그분들의 행동 패턴을 따라하는 것 밖에요. 그래서 저녁을 먹으면서 반주하고 배우들하고 이야기 나누고 그랬습니다. 바다 위에서도 마셔보고 부둣가에서도 마셔보고. JYJ? 아이돌이 어딨습니까. 박유천도 그런 곳에서 계속 같이 먹고 하니까 흡수가 잘 됐습니다(웃음)."
무엇보다도 극 중 인물들의 사실적인 모습이 영화를 더욱 깊게 만든다. 밀항자들의 죽음을 마주하는 여섯 선원은 저마다 깊숙하게 숨겨놨던 인간적 본능을 끄집어내며 점점 파국을 향해 달려간다. 그중 김윤석이 분한 철주는 본인의 표현처럼 굉장히 이성적이다. 가끔 그 이성이 보는 이들을 설득시키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김윤석은 '지켜야 한다'는 아버지의 마음으로 철주를 연기했다고 했다. 또한 사람이 그런 상황에 처한다면 철주의 모습이 나올 것이라며 되려 "당신이 철주였다면 어떻게 하겠어요"라고 물어 보기도 했다.
"제가 물어보고 싶어요. 당신이라면 철주의 상황에서 어떻게 할 것인가를. 선장이라는 사람을 사이코패스나 살인마처럼 생각하면 안 된다는 겁니다. 우리도 그 상황에 처하면 5대 5로 나뉠 수 있어요. 제일 이성적인 사람이 선장일 듯 싶네요. 단순하게 생각할 것이 아니라 뒤집어서 생각해보면 가장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고 이성적으로 살아있는 사람들을 살리려는 사람이 선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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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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