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27, 넥센 히어로즈)가 시즌 31번째 홈런으로 전설의 유격수 이종범의 홈런 기록을 넘어섰다. 이제 남은 것은 유격수 최초 40홈런이다.
강정호는 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신정락을 상대로 투런홈런을 터뜨렸다. 팀이 1-4로 뒤지던 4회초 무사 1루에 나온 강정호는 볼카운트 2B-2S에서 스트라이크존 가운데에 몰린 신정락의 5구째 포심 패스트볼(136km)을 받아쳐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투런홈런(비거리 125m)을 뽑아냈다. 강정호의 시즌 31호.
이 홈런으로 강정호는 역대 유격수 한 시즌 최다홈런 신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이날 경기 이전까지 강정호는 30홈런으로 1997년 해태 타이거즈의 이종범이 기록한 30홈런과 타이를 이루고 있었다. 시즌 잔여 경기가 아직 많아 신기록 경신이 유력하던 상황. 강정호는 30호 홈런을 터뜨린 바로 다음 경기에서 31호 홈런을 기록해 이종범을 넘었다. 팀은 이날 경기에서 4-6으로 패했지만 강정호의 기록은 주목받아 마땅할 대기록이었다.

유격수 중 최고의 홈런타자가 된 만큼 이제 남은 것은 유격수 최초의 한 시즌 40홈런이다. 강정호가 40홈런을 달성할 경우 유격수로는 최초다. 지금까지 국내 프로야구에서 외국인 선수를 제외하고 40홈런을 달성한 것은 장종훈(1992), 이승엽(1999, 2002, 2003), 박경완(2000), 심정수(2002, 2003), 이대호(2010)가 전부다.
40홈런을 친 5명의 공통점은 이대호를 제외하면 모두 300개 이상의 홈런을 때려냈을 정도로 시대를 풍미한 거포였다는 것이다. 이대호의 경우 롯데에서 통산 225홈런으로 프랜차이즈 역대 최다 홈런 기록을 갈아치운 뒤 일본에 진출했는데, 일본 기록을 합산할 경우 향후 무난히 300홈런 달성이 가능하다.
강정호는 앞으로 남은 37경기에서 9홈런을 추가하면 이러한 최고 거포들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 강정호는 현재까지 통산 129홈런으로 이들에 비하면 부족하지만, 앞으로 남은 커리어는 가장 길다. 해외 진출 등의 변수는 있으나 300홈런이 가능한 후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이제 지상과제가 된 40홈런은 현재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 91경기에서 31홈런을 때린 강정호는 43.6개 정도의 홈런 페이스를 보이고 있다. 시즌 막판에 페이스가 처질 수도 있겠지만, 긴 홈런 가뭄만 없다면 40홈런 고지 등정도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
개인 기록에만 집착하지 않을 수 있는 환경에 놓여 있는 것은 어쩌면 기록에 대한 불필요한 부담감 해소, 집중력 유지로 이어져 기록 양산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기록보다 중요한 것은 팀의 2위 경쟁이다. 팀이 2위를 지키며 1위를 추격하는 데 기여하겠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한다면 40홈런도 생각보다 빠르게 따라올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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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