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목치승, 특이한 이름에서 빛나는 이름으로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4.08.05 05: 57

지난해 정규시즌까지만 해도 프로구단이 아닌 고양 원더스에 있었던 선수. 불과 얼마 전까지 전광판에 자기 이름이 있는 것이 신기하다고 말하던 선수.
LG 트윈스 내야수 황목치승(29) 이야기다. 1군 그라운드에 서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던 선수가 글러브와 방망이로 팀의 승리를 이끌기 시작했다. 이제 잠실구장에 자리한 팬들이 가장 소리를 높여 부르는 이름 중 하나가 되고 있다.
지난 2일 주전 유격수 오지환이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되면서 황목치승은 데뷔 첫 선발 출장 기회를 얻었다. 4일 역시 마찬가지였다. 양상문 감독은 4일 잠실 넥센전이 있기 전 “(오)지환이를 제외하고 수비에서 가장 안정된 선수가 (황목)치승이다. 수비는 걱정하지 않고 넣을 수 있는 선수다.”라며 황목치승을 선발 투입한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양 감독은 황목치승의 작전수행능력에 대해 묻자 “작전수행능력도 괜찮다. 아깝긴 하지만 번트로 확실한 찬스를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주자가 있을 때 필요하면 번트나 작전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경기 이전까지 9타수 4안타로 좋은 타격까지 보이던 황목치승이 들었다면 서운할 수도 있는 말이었다.
2번타자 황목치승은 자신의 2번째 선발 출장 경기에서 방망이로도 자신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4일 경기에서 팀이 2-1로 앞서던 2회말 2사 만루에 넥센 선발 금민철을 공략해 2타점 중전 적시타를 터뜨린 것. 이외에도 6회말에는 3루쪽으로 번트를 대 안타를 만든 뒤 상대 실책을 틈타 2루까지 가는 등 5타수 2안타 2타점 맹타를 휘둘렀다. 황목치승의 활약을 앞세워 LG는 넥센을 6-4로 꺾고 위닝 시리즈를 달성했다.
양 감독을 반하게 한 수비 실력 역시 어디 가지 않았다. 황목치승은 매끄러운 수비로 매 이닝 LG 투수들을 도왔다. 특히 내야안타가 되기는 했지만 4회초 선두타자 박병호 타석 때 좌전안타성 타구를 백핸드로 걷어낸 뒤 몸이 기울어진 상태에서 원 바운드로 정확히 1루에 송구한 것은 인상 깊은 장면이었다. 출루를 막지는 못했지만 황목치승의 부드러운 연결동작과 악착같은 플레이를 잘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이제 공수 양면에서 황목치승은 오지환이 없는 동안은 LG의 주전 유격수 1순위 후보다. 오지환이 돌아오면 당장은 다시 백업이 되겠지만, 오지환의 체력 부담을 덜어주는 동시에 긴장케 하기에는 충분한 기량이다. 양 감독은 “지환이의 컨디션이 안 좋을 때 쉬게 해줬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타격감이 나빠지고 타율도 떨어졌다”고 했지만, 이제 그럴 일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야구를 향한 간절함은 황목치승의 가장 큰 무기다. 양 감독은 “일본에서 그냥 살려고 했으면 군대를 안 가도 되는데, 한국에서 야구를 하기 위해 군에 입대할 생각까지 했다”며 황목치승의 자세를 칭찬했다. 그만큼 황목치승은 야구를 원했다.
그런데 하늘도 스스로 돕는 자를 도운 것일까. 군 입대를 알아보던 황목치승은 대학 시절 당했던 무릎 부상으로 인해 군 면제를 받아 시간 지체 없이 한국에서 야구를 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지금은 자신을 알아주는 양 감독을 만나 그라운드를 종횡무진 누비고 있다. 황목치승은 그저 특이하기만 했던 이름에서 빛나는 이름으로 거듭날 준비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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