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다홈런 유격수' 강정호, 이종범도 인정한 최고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4.08.05 06: 08

넥센 강정호(27)가 마침내 역대 유격수 한 시즌 최다 홈런 신기록을 세웠다. 이종범(43) 한화 작전주루코치가 1997년 해태 시절 기록한 30홈런은 이제 역사의 저편으로 흘러갔다.
강정호는 지난 4일 잠실 LG전에서 4회 신정락의 4구째 직구를 받아쳐 좌중간 담장을 훌쩍 넘어가는 비거리 125m 투런 홈런을 폭발시켰다. 시즌 31호. 국내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잠실구장에서 역사적인 홈런 기록을 세우며 이종범 코치의 상징적인 기록 중 하나였던 유격수 30홈런 최다 기록을 넘어섰다.
강정호는 올해 89경기에서 타율 3할4푼2리 108안타 31홈런 87타점 82득점 출루율 4할4푼 장타율 .731을 기록하며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내고 있다. 타점·장타율 1위, 홈런 2위에 이름을 올리며 MVP 후보급 성적을 찍고 있다. 만약 강정호가 MVP를 받게 된다면 유격수로는 1994년 해태 이종범 이후 두 번째다.

이종범 코치는 데뷔 2년차였던 1994년 유격수로 활약하며 당당히 MVP를 거머쥐었다. 그해 124경기 타율 3할9푼3리 196안타 19홈런 77타점 113득점 84도루로 어마어마한 활약을 펼쳤다. 역대 한 시즌 최다 안타·도루 기록을 세운 이 코치는 타율도 역대 2위였다. 시즌 내내 꿈의 4할과 200안타에 도전한 그에게 MVP 수상은 당연했다.
이 코치는 1997년에도 125경기 타율 3할2푼4리 157안타 30홈런 74타점 112득점 64도루를 기록하며 유격수로 독보적 활약을 펼쳤지만 혜성처럼 등장한 홈런왕 이승엽(삼성)에게 아깝게 MVP를 내준 바 있다. 1993~1997년 5년 동안 유격수로 활약하며 그처럼 공격 지표에서 어마어마한 성적을 낸 유격수는 없었다. 그야말로 전설의 유격수.
그런데 이 코치의 광주일고 18년 후배 강정호가 2000년대 후반부터 주전으로 자리 잡더니 마침내 2010년대 최고 유격수로 자리 잡았다. 이종범 코치는 "나는 주루 플레이를 많이 했지 원래부터 장타를 많이 치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정호는 나와 스타일이 많이 다르다"며 그가 거포형 유격수라는 점을 강조했다. 
강정호는 홈런을 넘어 2003년 KIA 홍세완이 기록한 역대 한 시즌 유격수 최다 100타점에도 도전한다. 유격수 최초의 타점왕 타이틀도 유력하다. 나아가 1990년 빙그레 유격수로 활약하며 홈런(28개) 장타율(.545) 1위를 차지한 장종훈을 넘어설 것도 확실시된다. 강정호의 장타율은 1982년 MBC 백인천(.740) 1999년 이승엽(.733)에 이어 역대 3위 기록이다. 홈런 1위 박병호(33개)와는 2개차로 24년 만에 유격수 홈런왕에 대한 기대감도 갖게 한다.
이종범 코치도 강정호를 인정했다. 그는 "내 기록이 깨진 것은 전혀 아쉽지 않다. 어차피 기록은 깨지라고 있는 것이다. 후배들이 선배들의 기록을 깨야 한다. 정호가 자랑스럽다"며 "나도 유격수를 해봐서 알지만 수비 부담이 정말 큰 포지션이다. 타격에 신경을 쓰기가 쉽지 않은데도 30홈런을 친다는 건 정말 대단한 것"이라고 칭찬했다.
이어 그는 "난 1997년 30홈런을 칠 때에도 체중이 68kg밖에 나가지 않았다. 정호는 체격 조건부터 훨씬 좋다. 나보다 더 나은 선수가 될 수 있다"며 "프로 운동 선수라면 안주해선 안 된다. 충분히 체력 관리를 하면 지금보다 더 좋은 성적과 기록을 낼 수 있을 것이다. 더욱 큰 꿈과 목표를 갖고 높은 곳을 바라보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전설이 인정한 최고 유격수, 그가 바로 강정호다.
waw@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