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주 3박자에서 짜임새 있는 모습으로 최근 프로야구의 트렌드를 주도했던 두산과 SK가 나란히 위기에 몰렸다. 포스트시즌의 단골손님이었던 두 팀이 순위표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로 오래간만에 동반 탈락의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두 팀이 반격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4일 현재 두산은 39승47패(.453)를 기록해 6위, SK는 38승51패(.427)를 기록해 8위에 처져 있다. 꾸준히 4강권에서 경쟁하던 두산은 최근 팀의 힘이 급격하게 떨어지며 4연패에 수렁에 빠졌다. 그 결과 4위 롯데와의 승차가 3.5경기로 벌어졌다. 시즌 초반 선두권까지 치고 올라가 명예회복이 기대됐던 SK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4위 롯데와 승차가 6경기다.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서는 사실상 기적이 필요한 처지다.
마운드가 무너지면서 비극이 시작됐다. 두산의 올 시즌 평균자책점은 5.81로 리그 7위, SK는 5.73으로 리그 6위다. 두산은 선발 투수들이 기대만큼의 성적을 내지 못했다. SK는 선발진의 부상, 그리고 불펜 난조로 힘없이 무너졌다. 그렇다고 해서 방망이로 상대를 윽박지른 것도 아니다. 전통적으로 방망이에서 강세가 있었던 두산의 팀 득점(485점)은 7위, SK(496점)은 6위다.

최근 두 팀을 둘러싼 분위기는 더 좋지 않다. 하락세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두산의 6월 승률은 5승15패로 전체 최하위, 7월 승률은 6승10패로 6위였다. SK는 6월 7승14패로 두산보다 한 단계 앞선 8위였으며 7월(6승11패, 8위)에도 별다른 반전을 이뤄내지 못했다. 불가피한 하락세에도 비교적 탄탄하게 버텼던 두 팀의 한창 좋을 때 모습은 상당 부분 희석됐다.
악재는 계속 겹친다. 노경은 등 토종 선발 투수들이 힘을 내지 못하고 있는 두산은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던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가 등 통증으로 4일 1군 명단에서 말소됐다. 가장 믿을 만한 투수가 최소 열흘 동안 자리를 비우게 됐다. SK도 리드오프 및 중심타선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었던 김강민이 4일 옆구리 통증으로 역시 2군에 내려갔다. 가뜩이나 외국인 타자가 없는 상황에서 큰 손실이다.
한창 어려울 때 대진도 그다지 좋지 않은 편이다. 두산은 5일 충분한 휴식을 취한 KIA 에이스 양현종을 만나는 것에 이어 7일부터 8일까지는 리그 2위 팀인 넥센과 대결을 벌인다. 넥센 에이스이자 리그 최고의 투수인 앤디 밴헤켄을 상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니퍼트 없이 꾸려나갈 선발진도 관건으로 떠올랐다. SK는 김강민이 공백이 커 보이는 가운데 새롭게 가세할 전력도 없어 고민이 이어지고 있다. 앞으로 10경기 중 넥센, NC, 삼성이라는 상위권 팀들을 모두 만난다. 두 팀이 라이벌 관계를 만든 2007년 이후 포스트시즌에 동반 탈락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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