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원의 미소, ‘383’보다 더 중요한 ‘333’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8.05 10: 40

“사빵을 쳐도 별로 신경 안 써요”
올 시즌 눈부신 활약을 선보이며 타격왕 경쟁에 뛰어든 이재원(26, SK)은 최근 살벌한 타격왕 경쟁에 묻자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이재원의 올 시즌 타율은 4일 현재 3할8푼3리다. 하루에 안타 두 개를 치지 못하면 대개 타율이 깎인다. 4타수 무안타라도 치면 치명적이다.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이재원은 사빵(4타수 무안타)를 쳐도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했다. 이재원은 “타율이 떨어지는 건 둔감한 편이다”라고 웃었다. 어차피 올 시즌 목표는 규정타석 진입과 3할이었다. 부상이 없는 이상 사실상 달성했다. 남은 경기에서 타율 2할만 쳐도 3할을 넉넉히 넘기는 타율로 시즌을 마감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래서 그럴까. 오히려 이재원이 신경을 쓰는 숫자는 따로 있다. 바로 도루저지율이다.

지명타자나 왼손 스페셜리스트가 아닌, 자신의 원래 포지션인 ‘포수’로서의 삶을 꿈꿨던 이재원이다. 포수 마스크를 쓰고 있을 때 비로소 살아있는 것 같다는 이재원에게 올 시즌은 이른바 터닝 포인트였다. 프로데뷔 후 포수로 가장 많은 경기를 출전했기 때문이다. 그간 박경완 조인성 정상호 등 쟁쟁한 포수들에 가려 있었던 이재원은 4일까지 주전 포수로 36경기를 소화했다.
포수로서의 수비력을 측정하는 지표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상징적인 것 중 하나가 도루저지율이다. 그 도루저지율 지표에서 이재원은 올 시즌 3할3푼3리(36시도, 12도루저지)를 기록 중이다. 이는 30경기 이상을 출전한 선수 중에서는 이태원(NC, .417) 조인성(한화, .357) 김민수(한화, .349) 강민호(롯데, .347)에 이은 리그 5위 기록이다. 이재원의 또 다른 공헌도다.
처음에는 상대팀에서 “이재원은 포수 수비가 약하다. 송구도 약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과감하게 뛰는 경우도 많았다. 이재원도 인정한다. 그러나 차근차근 주자들을 잡아내자 최근에는 상대팀의 시도도 신중해지고 있다. 실제 이재원이 올해 잡아낸 주자를 보면 이용규(한화) 박민우(NC) 김주찬(KIA) 등 각 팀을 대표하는 빠른 발을 가진 선수들도 더러 있다. 이재원은 “이제는 이미지가 조금 바뀐 것 같다. 그것에 만족한다”고 웃었다.
이처럼 타율보다는 도루저지율이 더 민감하다고 밝힌 이재원은 완성형 포수로 점차 성장 중이다. 물론 첫 시즌이라 아직까지는 보완점이 없을 수 없다. 하지만 그 이상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는 지명타자로 뛸 당시에도 포수로서의 꿈을 버리지 않으며 충실히 훈련을 소화한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타격왕과 포수로서의 성공을 동시에 바라보고 있는 이재원의 성공 시대는 현재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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