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에서 가정 만큼 부질없는 건 없다. 그렇지만 박해민(외야수)과 이흥련(포수)의 깜짝 등장이 없었다면 올 시즌 삼성은 어땠을까. 아마도 악몽처럼 느껴질 것 같다. 5일 오전 경산 볼파크에서 만난 구단의 한 고위 관계자는 박해민과 이흥련이 팀 분위기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신고선수 출신 외야수 박해민은 지난해까지 1군 경기에 한 차례 출장한 게 전부. 올 시즌 전훈 캠프 명단에도 포함되지 못했다. 박해민에게 거는 기대치가 그다지 높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이젠 다르다. 대수비 또는 대주자 요원에서 1군의 주축 선수로 신분 상승했다. 공수주 3박자를 고루 갖춘 박해민은 4일까지 79경기에 출장해 타율 3할3리(178타수 54안타) 1홈런 21타점 24도루를 기록했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전반기를 되돌아 보며 "모든 선수들이 열심히 해줬다. 누구 하나를 꼽기는 힘들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박해민의 활약이 내겐 즐겁다"며 "전지훈련 명단에도 포함되지 않았던 선수가 스스로의 노력으로 재능을 떨치는 모습이 기특하지 않나. 이런 선수들이 자꾸 나와줘야 한다 해민이가 지금의 성과에 절대 만족하지 말고 앞으로도 더욱 발전하길 바란다"고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고위 관계자는 박해민의 활약이 외야진 전체에 미치는 시너지 효과를 더욱 주목했다. 이영욱, 김헌곤 등 외야 경쟁 선수들의 눈빛이 달라졌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리고 고위 관계자는 이흥련의 깜짝 활약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지난해 조범현 포수 인스트럭터(현 kt 위즈 감독)에게서 "이흥련의 습득 속도가 가장 빠르다"는 칭찬을 받았던 이흥련은 올 시즌 이지영과 더불어 삼성의 안방을 지키고 있다.
그는 진갑용과 이지영의 연쇄 부상 속에 포수진 운용에 빨간 불이 켜졌을때 이흥련이 공백을 잘 메웠다. 이지영이 복귀한 뒤 임창용과 배영수의 전담 포수로 활약 중인 이흥련은 삼성 안방에서 없어서는 안될 존재가 됐다.
흔히 삼성을 두고 '되는 집안'이라고 표현한다. 9개 구단 가운데 팜 시스템이 가장 잘 갖춰진 삼성이기에 박해민, 이흥련과 같은 신예 선수들이 끊임없이 배출되고 있다. 이들은 경산 볼파크에서 땀방울을 쏟아내는 2군 선수들에게 아주 큰 희망과 같은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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