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명량'(김한민 감독)에는 조연을 보는 두 가지 시선이 존재한다.
성웅 이순신(최민식)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면서도 전기 영화가 아닌, 명량해전이라는 전투에 집중한 이 작품은 철저히 원톱 주연 영화다. 하지만 최민식 외에도 류승룡, 조진웅, 진구 등 굵직한 충무로 배우들이 출연, 화려한 멀티캐스팅작으로 알려져 일부 관객들은 예상과 다른 모습에 아쉬워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명량'은 이순신 최민식을 중심에 놓고 좋은 배우들이 빼곡하게 참여한 형식이라, 몇 년간 충무로의 한 트렌드가 돼 온 멀티캐스팅물에 딱 부합되는 영화는 아니다.

이에 각 한 작품의 주연을 맡아도 부족함이 없는 좋은 배우들의 낭비라는 의견, 조연 캐릭터의 흐릿함을 지적하는 반응이 상당 수 있다. 배우가 캐릭터를 살리지 못한 것이 아니라, 캐릭터 자체가 이순신에 비해 약하게 처리된 탓에 보다 짱짱한 대결과 그 속의 긴장감이 아쉽다는 반응도 많다.
한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편집이 어느 정도 됐다고 하더라도 이미 사전에 배우들이 분량을 알고 참여한 경우가 많다. 이런 사정을 모르고 보는 관객들이라면 왜 좋은 배우들을 저렇게 밖에 활용하지 못했을까, 라는 의문이 들 만 하다. '명량'은 선악 구조가 분명하지만 반대로 그 구조가 모호하기도 한 영화다. 실제 왜군 장수가 이순신을 증오하면서도 가장 좋아했던 인물이라고 말했던 것 같은 느낌의 디테일을 살렸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란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반면 다른 의견들도 있다. 오히려 주연급 배우들이 이렇게 '작다면 작은' 배역에 적극 참여한 모습이 고무적이라는 것.
한 영화 제작 관계자는 "주연급만 고집하는 일부 스타들이 있는데, '명량'에 참여한 배우들이 그것과 반대되는 모습을 보여줬단 자체가 높이 칭찬받을 만 하다"라며 "'신스틸러'라는 말이 있듯이 이제는 배역의 분량보다 존재감이 중요한데, 그런 좋은 배우였기에 그래도 이순신에 눌렸던 왜군 장수들에게 그 정도의 존재감을 심어줄 수 있었을 거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명량'은 철저히 원톱 주연 영화로 주인공 이순신에 영화 전체의 집중도가 강해야 하는데, 만약 각 캐릭터들이 다 살려지고 중요하게 다뤄졌자면 중구난방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영화 전체를 위해 어느 정도 캐릭터 희생이 필요했음을 전하기도 했다.
한편 '명량'은 5일 오전, 개봉 7일 만에 누적관객수 600만명(배급사 기준)을 돌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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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량' 포스터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