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김제동이 게스트로 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그 배경에는 끈끈한 우정과 신뢰가 있었다.
김제동은 지난 5일 방송된 SBS 예능프로그램 '매직아이'에 출연해 '술자리 폭력'이란 주제로 3MC 이효리, 문소리, 홍진경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단독 게스트였던 김제동은 오랜 친구인 이효리와 문소리와 남다른 우정을 과시했다. 연예계 대표 주당인데다 서로를 잘 아는 세 사람이었기에 편안한 분위기가 조성됐고,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거침없이 이어졌다.

이날 김제동은 7세부터 음주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모내기를 끝낸 20대 형들이 저에게 막걸리 조금 먹였다. 취한 모습이 귀엽다고 더 먹였다. 결국 논바닥을 굴러다니고 흙발로 집에 들어갔다"고 일화를 소개했다.
이런 김제동의 입담에 힘입어 MC들도 자신들의 이야기를 스스럼 없이 꺼냈다. 이효리는 거친 술자리 문화를 추구하다 장필순에게 혼난 사연을 소개했고, 문소리는 가위 바위 보를 강요하는 홍상수 감독의 에피소드를 말했다. 홍진경은 일본 축구선수 나카타의 무릎을 베고 잠들었던 술자리를 회상했다.
김제동의 폭로도 있었다. 그는 이효리를 중앙선에 비유하며 "과거 이효리는 도로에 늘 깔려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이효리가 술집 계단을 내려오다 갑자기 넘어져 창피를 당한 사건을 맛깔스럽게 묘사해 웃음을 자아냈다. 처음에는 "시어머니가 보고 있다"고 만류하던 이효리도 웃으며 당시를 떠올렸다.
훌륭한 리액션도 웃음을 안겼다. 김제동의 의견을 묻지 않고 다음 사연으로 넘어가려는 MC들을 제지하는가 하면, 부하 직원들이 불편해 하는 회식을 하는 김창옥 교수에게 "재미없는 회식이 가장 폭력적이다"라고 일침해다. 이밖에도 음주 문화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회식 문화에 대한 신선한 제안 등은 그이기에 가능한 이야기였다.
술이 주제인 만큼 이날 '매직아이'는 유난히 자극적인 이야깃거리가 많았다. 하지만 적당한 선을 지키며 시사적인 이슈로 유쾌하게 풀어나갈 수 있었던 것은 MC와 김제동의 공이었다. 또한 긴 세월 연예계에서 동고동락하며 우정을 쌓아온 그들이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입담꾼 김제동 하나, 열 게스트 부럽지 않다. 적어도 '매직아이'에서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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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직아이'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