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범 코치, 조인성 홈런공에 메시지 남긴 이유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4.08.06 08: 30

"깜짝 놀랐다. 정말 감동받았다".
한화 최고참 포수 조인성(39)은 지난 3일 대전 두산전에서 결승 스리런 홈런을 터뜨린 후 감격했다. 홈런을 쳐서가 아니었다. 이종범(44) 작전주루코치로부터 홈런공에 메시지를 전해받았기 때문이었다. 3루 베이스코치로 있던 이종범 코치는 조인성이 친 홈런공이 그라운드 안에 다시 들어오자 그 공을 넘겨받았다.
공격을 마치고 수비 때 쉬는 시간이 되자 이 코치는 조인성의 홈런공에 직접 볼펜을 메시지를 썼다. '2014년 8월3일 두산과 11차전에서 6회말 니퍼트 상대로 센타 역전 스리런 홈런볼 대전구장에서'라고 적은 뒤 반대편에는 '더욱 더 큰 목표를 향해서 열심히 노력하는 선수가 되자. 그리고 항상 노력하고 겸손을 할 줄 아는 선수가 되어라'라고 메시지를 남겼다.

이 공을 넘겨받은 조인성은 한동안 신기한 듯 손에서 놓지 않았다. 조인성은 "깜짝 놀랐다. 야구를 하며 홈런공에 메시지를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종범 코치님께 정말 감동받았다"고 감사한 마음을 나타냈다. 보통 신인급 선수들의 첫 기념공에 메시지를 남기는 게 일반적인데 무수히 많은 안타와 홈런을 친 최고참 조인성에게 메시지를 남긴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이 코치는 "인성이 나이가 지금 마흔이다. 나도 그 나이에 운동을 해봤기 때문에 그 마음을 잘 안다. 나이가 들면 고민이 많아지게 되고, 후배들에게 밀리면 경쟁할 기회가 사라진다. 나쁜 건 몸에 익숙해지고 언제 찾아올지 모른다. 안주하지 말고 몸이 되는 한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라는 뜻"이라며 "내가 직접 피부로 느낀 것을 전해준 것이다. 팀 성적이 부진하면 그 화살은 외국인선수와 고참들에게 향한다"고 말했다.
타이거즈 레전드 출신인 이 코치는 2011년 만 41세까지 선수로 뛰었다. 30대 후반이 되며 매년 은퇴 압박에 시달렸다. 팀 성적이 나지 않을 때마다 이 코치를 향한 무언의 은퇴 압박이 왔다. 조인성 역시 한화로 트레이드 되기 전까지 SK에서 출장 기회가 줄어들었고, 이 코치가 선수생활 말년에 한 고민을 했다. 조인성을 보는 이 코치의 마음은 남의 일 같지가 않았다.
이 코치는 "인성이 뿐만 아니라 다른 팀 고참 선수들도 유니폼을 벗는 그날까지 자신이 하는 일에 매진했으면 좋겠다. 꿈이 없으면 절망이라고 하지 않나. 더 큰 꿈과 목표를 갖고 하길 바란다"며 "겸손할 줄 알아라는 말을 넣은 건 인성이가 인성이 안 좋아 그런 것이 아니다. 운동장 밖 사회생활을 위해서라도 인간미가 있어야 한다. 나도 선수 때부터 들어온 말이지만 선배로서 모든 후배들에게 말하고 싶은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선수 시절 자신의 홈런공이나 안타공에 메시지를 받아본 적이 없는 이 코치는 지도자가 된 후 기회가 되면 이런 메시지를 남기고 싶었다. 지난해에는 데뷔 첫 안타를 친 송주호에게도 메시지를 적은 바 있다. 자연스럽게 주목받은 것은 공에 또박또박 새겨진 이 코치의 수려한 필체. 그는 "야구공에 글씨를 쓰는 게 쉬운 것이 아니다. 하지만 선수 때부터 워낙 많은 사인을 해봐서 그런지 이제는 익숙하다"며 사람 좋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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