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타자 빠진 팀이 맞을까. 4번타자 최형우가 빠진 뒤에도 삼성이 승승장구하고 있다. 2위 넥센에 무려 7경기 앞설 정도로 압도적 1위. 이렇다 할 위기조차 없이 무섭게 쾌속질주한다. 그 어떤 설명도 필요없다. "이것이 바로 삼성"이라는 게 삼성 선수들의 당연하다는 듯한 반응이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지난달 초 대체 불가 전력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 "유격수 김상수만이 유일한 선수"라고 말했다. 이때까지 4번타자로 전경기 출장한 최형우도 대체 불가가 아니냐는 말에는 "최형우가 있으면 최고지만 빠져도 박석민·채태인이 4번을 칠 수 있다"고 자신했다. 허언이 아니었다.
삼성은 지난달 13일 대구 SK전에서 최형우가 수비 중 펜스에 부딪쳐 늑골 부상을 당했다. 최형우가 빠진 4번 타순을 맡은 박석민도 옆구리 통증으로 지난 1일 광주 KIA전에서 결장하더니 5일 청주 한화전까지 2경기 연속 선발에서 빠졌다. 그런데도 삼성은 계속 이기고 있다.

후반기 11경기에서 10승1패로 무려 9할9리의 승률을 올리고 있다. 지난달 29일 대구 LG전에서만 패했을 뿐 나머지 10경기는 모두 이겼다. 이 기간 최형우가 결장했지만 공백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삼성은 최형우가 빠진 13경기에서 팀 타율 3할3푼4리 19홈런으로 경기당 평균 7.8득점을 올렸다. 최형우 결장 전까지 팀 타율 2할9푼6리 6.3득점보다 오히려 공격 지표들이 상승했다.
최형우의 부상 이후 4번 타순을 넘겨받은 박석민이 위력을 떨쳤고, 박석민마저 옆구리 부상으로 빠지자 채태인이 4번 타순에서 해결사 역할을 했다. 이외에도 외국인 타자 야마이코 나바로와 이승엽 그리고 박한이까지 상하위 타선에서 가리지 않고 번갈아가며 터졌다.
타선 뿐만 아니라 마운드도 그렇다. 장원삼은 6월 중순부터 3주 가량 허리 통증으로 1군 선발 로테이션에서 빠졌다. 하지만 장원삼의 공백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삼성은 잘 돌아갔다. 장원삼은 복귀전 승리 후 "내가 없어도 팀이 잘 하더라. 빠진 티가 안 나더라"고 말했다.
2000년대부터 부동의 주전 포수로 활약한 최고참 포수 진갑용도 어느새 잊혀지고 있다. 이지영과 이흥련 두 신예 포수가 주전과 백업을 넘나들며 잘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박석민이 옆구리 부상을 호소하자 조동찬이 부상에서 돌아와 빈자리를 메웠다. 대체 전력들이 정말 차고 넘친다.
최형우의 자리를 메우던 박석민은 옆구리 통증으로 빠진 자신의 공백을 보고 어떤 느낌을 받았을까. 그는 "이게 바로 삼성 라이온즈라는 팀의 힘이 아닐까 싶다. 개인보다 팀 전체로 움직이기 때문에 공백들을 잘 메우고 있다"는 답을 내놓았다. 핵심 선수들이 빠져도 흔들리지 않는 강팀, 그게 바로 삼성이다.
waw@osen.co.kr
청주=김영민 기자 ajyou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