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사나이' 박한이, "내가 삼성에 없었더라면…"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4.08.06 06: 04

"삼성에 없었다면 이런 기록도 세우지 못했을 것이다".
'늘 푸른 소나무' 삼성 외야수 박한이(35)이 수확의 계절을 맞이했다. 박한이는 지난 1일 광주 KIA전에서 역대 두 번째 14년 연속 세 자릿수 안타 기록을 세운 데 이어 5일 청주 한화전에서는 개인 통산 2400루타에 이어 100홈런까지 의미 있는 기록들을 줄줄이 세웠다. 오랜 기간 우직하고 꾸준하게 활약한 빛을 보기 시작했다.
부산고·동국대 출신으로 지난 2001년 삼성에 입단한 박한이는 한 해도 빠짐없이 100안타 이상 쳤다. 아직 시즌이 마무리 안 된 올해를 제외한 2001~2013년 모두 100경기 이상 기본으로 뛰었다. 데뷔 초 1번타자로 활약한 그는 이후 2번·6번 상하위 타순을 옮기면서도 삼성 유니폼을 계속 입었다. 삼성의 전성시대에는 박한이 입단과 함께 시작됐다.

이처럼 오랫동안 꾸준하게 잘하는 박한이를 향해 여러 선수들이 부러움과 존경의 표현을 하고 있다. 화려함보다는 꾸준함이 인정받는 시대가 온 것이다. 박한이도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기분이 남다르다. 올해도 처음에는 부진해서 힘들었지만 어차피 야구는 1경기가 아니라 장기로 봐야 한다. 마음 비우고 하다 보니 이렇게 됐다"며 웃었다.
박한이가 롱런할 수 있었던 데에는 다양한 역할 소화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당장 올해만 보더라도 2번 타순으로 시작해서 6번과 1번 그리고 최근에는 3번까지 팀이 필요로 하는 타순에서 제 몫을 하고 있다. 류중일 감독은 "한이는 어느 타순에 갖다 놓아도 잘한다. 중장거리 타자인 데다 부상도 당하지 않는다"며 그의 쓰임새가 많다고 평가했다.
박한이는 "각자 타순에 맞는 역할이 있다. 2번을 치면 작전수행에 신경 써야 하고, 6번에 들어가면 감독님 말씀대로 폭탄이 되어보려고 한다. 3번 타순에서는 내가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도 갖는다. 타순마다 마인드를 바꿔서 달리 한다"고 이야기했다. 말은 쉬어도 매번 바뀌는 타순에 적응하기란 쉽지 않다. 그만큼 박한이는 야구를 잘한다.
박한이는 이 모든 것이 삼성이라는 팀에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삼성에 입단해 14년 동안 뛰면서 느끼는 것은 '우리팀이 최고로 좋다'는 것이다. 다른 팀들도 좋겠지만 삼성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난 이 팀에 정말 만족한다"며 "내가 삼성에 없었더라면 이런 기록들도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강팀의 일원으로 매번 치열한 경쟁으로 스스로 더 강하게 단련할 수 있었다.
물론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니다. 그는 "FA 계약할 때는 아쉬움도 있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2009시즌 종료 후에는 2년 총액 10억원에 계약했고, 지난 겨울에는 4년 총액 28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FA 시장이 호황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다소 적게 느껴진 것도 사실. 하지만 박한이는 "난 우리팀에 자부심이 강하다"는 말로 모든 것을 정리했다. 삼성이야말로 박한이가 없었다면 그의 입단 후 6차례 통합우승은 결코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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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김영민 기자 ajyou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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