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27, LA 다저스)의 활약이 메이저리그(MLB) 2년차에도 계속되고 있다. 기록만 살펴봐도 리그 정상급 선발투수로 공인되고 있는 것이 확연하다. 그렇다면 류현진의 객관적인 위치는 어느 정도일까. 가정에 불과하지만 LA 다저스가 아닌 약체 팀이라면 에이스급 활약을 하고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류현진은 5일(이하 한국시간) 현재 올 시즌 21경기에 선발등판해 12승5패 평균자책점 3.39를 기록 중이다. 현재 MLB 전체를 통틀어 다승 선두 레이스는 13승에 걸쳐 있다. 류현진의 기록과는 지근거리에 있다. 평균자책점도 내셔널리그 19위, 전체 38위다. 전 세계에서 야구를 가장 잘한다는 선수들이 모인 MLB에서 이 정도 기록은 대단하다고밖에 설명할 수가 없다.
하지만 다저스에는 아직 넘기 힘든 벽들이 있다. 사이영상 수상자들인 클레이튼 커쇼와 잭 그레인키가 동료이자 벽들이다. 커쇼는 올 시즌 13승2패 평균자책점 1.71의 어마어마한 성적으로 2년 연속 사이영상과 리그 최우수선수(MVP)까지 노리고 있다. 그레인키도 12승7패 평균자책점 2.71로 여전히 안정적인 성적이다. 그래서 류현진의 앞에는 ‘3선발’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이 역시도 대단한 것이지만 어쩌면 류현진의 가치를 가리는 꼬리표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류현진이 다른 팀 소속이라는 가정을 해본다면 어떨까. 평균자책점보다 투수의 객관적인 능력을 좀 더 잘 보여주는 지표인 수비무관평균자책점(FIP)를 기준으로 하면 류현진은 올 시즌 2.79를 기록하고 있다. 평균자책점보다는 다소 낮다. 상대적으로 수비수들의 도움을 좀 더 덜 받고 있다거나 운이 다소 나쁘다는 의미로 해석할 만하다. 이 수치는 지난해보다 줄어든 피홈런과 볼넷, 그리고 오히려 늘어난 탈삼진의 영향을 받고 있다.
투수들의 능력치를 완벽하게 나타내는 지표는 없지만 이는 MLB 전체 12위의 성적이다. 피홈런에 대한 구장 팩터 등을 반영한 보정값인 xFIP에서도 3.17로 18위다. xFIP를 기준으로 하면 다저스 팀 내에서는 커쇼(1.89, 전체 1위), 그레인키(2.58, 전체 5위)에 이어 3위다. 다저스 원투펀치의 위엄이 도드라지지만 류현진의 성적도 충분히 뛰어나다. 다른 팀 사정을 보면 잘 드러난다.
류현진보다 더 나은 xFIP를 가지고 있는 투수를 보유한 팀은 시애틀, 워싱턴, 뉴욕 양키스, 디트로이트, 클리블랜드, 시카고 화이트삭스, 샌디에이고, 텍사스, 신시내티, 샌프란시스코, 오클랜드, 필라델피아까지 총 12팀에 불과하다. 다저스를 제외하고 나머지 17개 팀은 류현진만한 xFIP를 보여주는 선발투수가 없다. 당장 같은 지구 소속인 애리조나만 가도 류현진이 지금보다 훨씬 더 높은 위상에서 뛸 수 있다는 뜻이다. 12팀 또한 대부분 에이스들이 그런 성적을 내고 있다. 타 팀 3선발과 비교하면 류현진보다 나은 선수는 몇 없다.
물론 다저스에 있어 득을 보는 것도 있다. 좋은 투수들이 많다는 것은 배움의 기회를 넓혀준다. 한인들이 많은 LA에 거주한다는 것도 심리적으로 도움이 될 만하다. 내셔널리그가 주는 다소간의 이점도 생각할 수는 있다. 이처럼 여러 가지 변수가 있다는 점에서 부질없는 가정에 불과할 수도 있다. 그러나 류현진 앞에 붙어 있는 ‘3선발’의 꼬리표는 특정 몇몇 팀에만 국한된다는 결론도 틀린 말은 아니다. 바꿔 말하면 다저스가 든든한 3선발을 가졌다는 의미로도 풀이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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