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32, 텍사스)의 부진이 예상보다 훨씬 길어지고 있다. 발목에 대한 부담감도 있지만 결국 추신수 특유의 선구안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에서 원인을 찾는 이들도 있다. 삼진과 볼넷 비율을 보면 추신수의 눈에 분명한 문제가 생겼다는 결론을 유추할 수 있다.
7년 1억3000만 달러의 거액을 받고 텍사스에 입단한 추신수는 올 시즌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5일(이하 한국시간)까지 107경기에 나가 타율 2할3푼5리, 9홈런, 35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695에 그치고 있다. 굳이 관련 기록을 찾아보지 않더라도 최악의 슬럼프이자 몸값에 못 미치는 성적임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뛰는 선수도, 보는 팬들도 답답한 나날의 연속이다.
발목 부상으로 전체적인 신체 밸런스가 깨지고 있다는 점은 우려할 만하다. 다만 추신수의 ‘대박’을 만든 가장 큰 원동력 중 하나인 눈도 흔들리고 있는 것이 뚜렷하게 짚인다. 최근 한 달 성적을 봐도 알 수 있다. 추신수는 7월 6일부터 8월 5일까지 한 달간 총 33개의 삼진을 당했다. 반면 볼넷은 7개를 얻는 데 그쳤다. 이는 MLB를 대표하는 이른바 ‘공갈포’ 선수들의 성적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수치다. 추신수답지 않은 성적이다.

지난해와는 너무 달라진 모습이다. 추신수는 지난해 삼진 비율이 18.7%, 볼넷 비율은 15.7%를 기록했다. 선구안을 바탕으로 차분히 공을 골라 볼넷을 많아졌고 결과적으로 리드오프 본연의 임무라고 할 수 있는 ‘출루’ 부문에서 높은 위치에 올라섰다. 그러나 올해는 삼진 비율이 23.6%로 뛴 반면, 볼넷 비율은 12%로 줄었다.
물론 추신수는 삼진이 적은 유형의 선수는 아니었다. 첫 3할 타율의 해로 기억되는 2009년에도 156경기에서 151개의 삼진을 당했다. 하지만 당시와 차이는 있다. 2009년 당시 추신수의 스윙 스트라이크 비율은 10.9%였다. 그러나 올해는 8.5%로 줄었다. 삼진은 똑같이 많이 당하는데 적극성이 줄었다는 의미다. 한편 올해 스트라이크존으로 들어오는 공에 대한 스윙 비율은 62.3%로 이는 2009년 70%는 물론 MLB 데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루킹삼진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자신의 선구안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있었던 추신수는 시즌 초반 몇몇 이해할 수 없는 주심의 스트라이크존에 고생을 했다. 그 후로는 좀 더 존을 넓게 보고 있는 것이 느껴지지만 시즌 중에 모든 것을 바꾸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선구안은 모든 타격의 기본이 된다는 점에서 반드시 되찾아야 할 요소다. 최근 잘 맞은 타구가 조금씩 늘어나고 6일 10호 홈런을 치는 등 호전 기미를 보이고 있는 추신수가 특유의 매의 눈을 회복할 수 있을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그렇지 못한다면 최악의 한 해가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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