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일이 많아졌네요. 한 명이 (1군에) 올라가면 또 한 명이 내려오고…”
지난 4일 문학구장 3루 측에 위치한 SK 퓨처스팀(2군) 라커룸은 조용했다. 이날은 휴식일이었고 선수들은 5일부터 서산구장에서 열릴 한화 2군과의 경기를 준비하기 위해 경기장을 빠져 나간 상황이었다. 그런데 한 명의 코치가 분주한 발걸음으로 적막을 깨고 있었다. 김경태 SK 루키팀(3군) 재활코치가 그 주인공이었다. 실내연습장, 그리고 웨이트 트레이닝장을 오가는 김 코치의 발걸음은 바빴다.
김 코치는 SK 재활 선수들의 ‘큰 형님’이다. 재활군 선수들의 몸 상태 관리는 물론 심리적인 상담까지 도맡는 1인 2역을 한다. 2군 선수들은 없어도 재활군 선수들은 경기장에 나와 운동을 하니 김 코치는 남들 쉴 때도 일을 해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 그런 김 코치는 “김강민이 재활군에 내려온다고 하더라. 최정을 올려 보내니 김강민이 내려온다”라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김강민은 이날 옆구리 통증으로 1군에서 말소돼 재활군 합류가 결정됐다.

농담 삼아 “일이 많아진다”라고 하지만 얼굴에서는 씁쓸함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김 코치의 일이 많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팀 내에 아픈 선수들이 많아진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김 코치도 “일은 많아도 좋은데 이런 식으로 일이 많아지면 안 된다. 지금 1군에서 힘을 보태야 할 선수들인데…”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부상과의 전쟁에서 좀처럼 승리하지 못하고 있는 SK의 단면이기도 하다.
SK는 지난해부터 육성을 테마로 잡고 관련 부서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먼 미래를 내다본 포석 같지만 왕조의 심각한 균열을 확인한 SK의 생존 몸부림이기도 하다. 그 육성의 중요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재활이다. SK는 왕조 시절을 이끌었던 선수들의 상당수가 몸이 좋지 않거나 부상을 달고 사는 팀이다. 투수들은 이미 상당수가 수술을 받았거나 공백이 있었다. 야수들의 몸 상태도 겉으로 드러나는 것보다는 그리 성한 편이 아니다.
어느 정도의 성과는 있었다. 지난해 말 괌 재활캠프, 그리고 1월 15일부터 실시한 사이판 재활캠프에 참여했던 선수들 중 일부가 예상보다 일찍 1군에 합류할 수 있었다. 1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적지 않다. 윤길현 이재원 이명기 한동민과 같은 선수들이다.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것이 김 코치의 생각이다. 특히 투수 파트는 여전히 많은 선수들이 수술 후유증과 부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김 코치의 마음도 무겁다.
요즘은 눈코 뜰 새가 없다. 어깨 통증으로 재활군에 내려갔던 박희수는 보강 운동은 물론 팔이 올라오는 타이밍에도 손을 봐 2군으로 올려 보냈다. 하지만 또 다른 불펜의 핵심 요원인 박정배가 최근 재활군에 내려와 운동을 하는 중이다. 타구에 손가락을 맞아 골절상을 입은 윤희상도 챙겨야 할 선수다. 아직 손의 힘이 완벽하지 않은 상황에서 자꾸 공을 잡으려 해 “공 잡으면 벌금”의 원칙을 세우고 엄마처럼 쫓아다닌다.
그런 김 코치는 후배들이 아프지 않았으면 하는 마지막 바람을 가지고 있다. 김 코치 또한 현역 시절 수많은 부상과 싸웠고 결국 부상 때문에 선수 생활을 일찍 접은 아픔을 가지고 있다. 이는 재활 분야의 치열한 공부, 그리고 이 분야의 코치직 부임으로 이어졌다. 누구보다 선수들의 심정을 잘 안다. 포기하는 선수들이 하나둘씩 생길 때마다 자신의 일처럼 안타까워하는 김 코치는 "내 일이 줄어들면 팀이 잘 되는 것"이라며 다시 선수들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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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와이번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