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챔스 서머 2014시즌 결승 대진이 완성됐습니다. 패기를 앞세운 KT 애로우즈와 2시즌 연속 우승에 도전하는 삼성 블루가 해운대에서 한국 최강 LOL 팀을 가리게 됐습니다.
KT 애로우즈는 이동통신 라이벌인 SK텔레콤 S를, 삼성 블루는 형제팀인 삼성 화이트를 눌렀죠. 두 경기 모두 스코어와 상관없이 명승부 였는데요. 애로우즈의 경우 1-2로 뒤쳐진 상황에서 저력을 발휘하면서 창단 첫 결승 진출의 기염을 토했고요. 삼성 블루 역시 불리하게 흘러가던 1세트를 승리한 이후 기세를 제대로 타면서 결승 진출의 콧노래를 불렀답니다.
온게임넷 '클템' 이현우 해설위원이 그의 막힘없는 시각으로 롤챔스 서머시즌을 분석했습니다. 스물 한 번째 클템의 젠부샤쓰를 만나보시죠. [편집자 주]

- 전설적인 야구 선수 요기 베라의 말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It ain't over till it's over)"는 야구 뿐만 아니라 LOL도 적용되는 것 같습니다. S로써는 아쉽고 아쉬운 패배가 아닐 수 없겠는데요. 펜타킬의 저주가 다시 한 번 통했나요? SK텔레콤 S와 KT 애로우즈의 경기는 S의 배준식이 펜타킬을 성공했음에도 4, 5세트를 내주면서 다소 허무한 펜타킬이 됐네요.

SK텔레콤 S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그리고 강자멸시라는 별명을 갖는 등, 어느 정도 강팀으로 꼽히는 이유는 크게 2가지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첫째는 어느 팀의 바텀과 붙어도 밀리지 않는 강력한 바텀이며 둘째는 어느 상황에서도 안정적이며 1인분이상을 해주는 S의 수호신 이지훈의 존재입니다. 그 힘을 바탕으로 애로우즈전에서도 5세트 블라인드픽까지 갈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마지막 블라인드전에서 애로우즈는 카카오의 리신이 봉인 해제됨과 동시에 상대의 허를 찌르는 픽(야스오대신 카사딘을 기용), 거기에 해외에서는 가끔 나오지만 국내에선 거의 쓰지 않는, 미드와 탑 두 라인이 순간이동을 드는 전술 사용, 이 삼박자를 통해 완벽하게 S를 무너뜨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카카오의 빛보다 빠른 발차기는 이지훈의 안정적인 플레이를 박살냈으며, 성공적인 갱킹은 후에 카사딘이 순간이동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줍니다. 탑과 미드가 동시에 순간이동이 가능한 점은 바텀에서 상대편의 갱킹을 역으로 이용해서 잡아내며 바텀의 캐리력까지 무력화 시키는 것으로 연결됩니다. 결과적으로 S의 두 가지 장점이 무력화되자 더 이상 버틸 힘을 잃고 무너지고 맙니다. 누가 승자가 되었든 간에 양 팀 모두 처음으로 진출했던 4강이고 멋진 경기를 펼쳤기에 앞으로도 끊임없이 노력해서 더 좋은 모습 보여주길 기대합니다.
- 삼성 블루와 삼성 화이트의 4강전서는 다소 신선한 픽이라고 할 수 있는 마오카이가 대번 대세 챔프로 올라섰는데요. 블루의 잘한 점과 화이트의 아쉬운 점 어떤 것이 있을까요?
▲ 오뚝이 블루와 탈수기 화이트라는 각 팀의 별명 그대로의 경기였다고 생각합니다. 라인전, 시야장악, 운영에서 우위를 바탕으로 초반부터 몰아붙이는 탈수기 화이트는 그 이름에 걸맞게 상대가 블루라지만 라인전에서, 초중반 운영단계에서 대부분 앞서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삼성 블루가 괜히 현재 세계최고의 팀이라는 평가를 듣는 것이 아니겠죠. 블루는 8강 스텔스와의 경기에서도 그렇지만 초반 라인전단계에서는 은근히 약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문제는 이 이후부터입니다. 블루는 ‘비정상’적으로 한타를 잘합니다. 그리고 불리한 상황에서 어떻게 상황을 반전시키며 역전할지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있습니다. 시대는 다르겠지만 마치 예전 CJ 프로스트와 흡사한 게임스타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처럼 컨트롤이 상향평준화되고 초반 스노우볼링이 중요한 시점에 잘 안 맞는 스타일이라고 볼 수도 있겠으나, 라인전에서 아예 게임을 못 이어갈 정도로 무너지는 것은 아니며, 한타 때의 집중력이 돋보이기에 이렇게 강한 모습을 보이지 않나 싶습니다. 과거 CJ 프로스트의 상위호환이라고 보시면 이해하시기 편하실 것 같습니다.
이런 팀을 상대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초반부터 거칠게 압박해 아예 기도 못 피게 만들어버리는 것입니다. (실제로 저도 그런 식으로 많이 졌었죠.) “급할 것 없어! 같이 중반가자, 후반가자~”라는 흐름에 말리게 되면, 혹은 “정면한타로 승부를 보겠어!!”라고 생각하다간 힘들어지기 십상이죠. 블루는 이 상황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실현하려 했으나 다 잡았던 경기를 2%의 부족함 때문에 자꾸 놓치게 되고 이것은 후에 전체적인 자신감 결여로 이어지게 됩니다.
사실 전 화이트가 못해서 졌다는 분석은 큰 의미는 없다고 봅니다. 화이트는 본인들이 하던 대로 충실히 플레이했고 충분히 잘했습니다. 단지.. 블루의 견적을 낼 수 없는 한타력과 다데의 미친 존재감이 승부를 결정지었다라고 말하고 싶네요.
- 삼성 화이트의 패배로 재미있어진 구도가 바로 롤드컵 대표선발과 관련된 서킷포인트 인데요. SK텔레콤 K가 결국 NLB 결승에 오르면서 롤드컵 직행의 끈을 아직 이어가고 있습니다. 삼성 화이트와 SK텔레콤 K 재경기 성사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게 됐습니다. 이 것과 관련해서 팬들에게 보충 설명을 해줄실게 있을까요.
▲ 아직 이후 경기에 따라 어떤 팀이 직행할지 정해지지는 않은 상태입니다. K와 화이트가 순위결정전을 통해 직행이 정해질 수도 있고요. 그래서 중요한 것은 두 팀의 현재 경기력이라고 생각하는데, 아무래도 불안한 것이 사실입니다. K의 경우 페이커 의존도가 오히려 더 높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이것은 강팀을 상대할 때 치명적인 족쇄로 작용할 것입니다.

이 부분을 극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해 보이네요. 화이트는 정말 강팀이지만 2시즌 연속 내전을 통해 4강에서 좌절했기 때문에 멘탈수습이 얼마나 되었는지가 중요할 것 같습니다. 내전은 일반적인 경기와 비교할 때 선수들이 받는 스트레스가 몇 배 이상이며 졌을 때의 타격은 그만큼 더 크기 때문입니다. 어느 팀이 롤드컵에 직행하든 최고의 팀들이기에 걱정은 별로 안됩니다. 모두 남은 경기도 파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