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명문클럽들이 ‘금광’ 미국시장 개척에 열을 올리고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는 지난 5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선라이프 스타디움에서 개최된 2014 기네스 인터내셔널 챔피언스컵 리버풀과의 결승전에서 3-1로 역전승을 거두고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 처음 창설된 인터내셔널 챔피언스컵은 기존 유럽클럽들의 미국 친선전을 더 경쟁적으로 발전시킬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올해는 LA, 뉴욕, 토론토, 마이애미, 덴버, 피츠버그, 시카고 등 미국과 캐나다 전역의 13개 도시에서 개최됐다. 대부분 풋볼경기장에서 축구가 열렸다. 특이하게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타디움을 축구장으로 바꾸기도 했다. 새로 창단하는 뉴욕시티 FC도 양키 스타디움을 홈구장으로 쓸 계획이다.

이번 대회는 미국에서 축구가 대박이 날 수 있음이 증명된 계기였다. 특히 맨유와 레알 마드리드가 맞붙은 준결승에서 미시건 스타디움에 무려 10만 9318명이 관중이 운집했다. 미국에서 개최된 축구경기 역사상 최다관중 신기록이다. 티켓가격이 약 4만 원에서 15만 원까지 책정됐음에도 만원관중이 모였다는 것은 미국에서 축구가 충분히 흥행콘텐츠라는 이야기다.
‘미국인들은 축구에 관심이 없다’는 속설이 있다. 백인 주류층들은 축구보다는 프로야구 MLB나 프로풋볼 NFL에 더 관심이 많다. 미국프로농구 NBA, 미국프로하키 NHL도 미국 4대 프로스포츠로 확고한 자리를 잡고 있다.
하지만 1996년 창설된 프로축구리그 메이저리그사커(MLS)도 가파르게 인기가 상승하는 추세다. 미국에 축구를 좋아하는 남미나 아시아계 이민자 인구가 많다. 여기에 백인들도 월드컵을 계기로 점차 축구의 묘미에 빠져드는 추세다. MLS는 티에리 앙리, 데이빗 베컴 등 전성기가 지난 슈퍼스타들을 데려오면서 지속적으로 리그를 활성화시키고 있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미국대표팀의 선전으로 축구는 애국심을 자극할 수 있는 스포츠라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 잡았다. 이는 광고에서도 매우 유리한 조건이다.
4대 프로스포츠를 보유한 미국은 이미 스포츠 인구와 시설을 탄탄하게 갖춰 놓은 선진국가다. 팬들이 어떻게 스포츠를 소비하는지 누구보다 많은 노하우를 갖고 있다. 본격적인 투자와 전국적 인기가 더해진다면 미국축구 발전은 시간문제다. 앞으로 미국축구가 유럽축구와 양대산맥으로 대등한 영향력을 행사할 시기가 온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유럽축구 역시 경쟁력을 잃지 않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인터내셔널 챔피언스컵 역시 미국시장을 개척하고, 유럽축구의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개최되고 있다. 미국의 막대한 자본을 흡수하고, 계속 우위를 점하겠다는 계산이다.
뉴욕에서 친선경기를 열고 있는 바이에른 뮌헨 관계자는 “미국인 3억 명 인구 중 6000만 명이 축구에 관심이 있다. 1500만 명인 바바리아 지역을 뛰어 넘는 수치다. 미국은 가장 중요한 시장”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전국방송 NBC는 3년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중계하는 대가로 연간 1억 9000만 유로(약 2626억 원)를 지급하고 있다. 프리미어리그는 전세계 마케팅 수익으로 앞으로 3년간 27억 5000만 유로(약 3조 8006억 원)를 챙긴다고 한다. 이런 와중에 독일 분데스리가 역시 2015-2016시즌 미국내 9000만 가구에서 시청이 가능하도록 1억 4000만 유로(약 1935억 원) 규모의 중계권 계약을 맺을 예정이다.
미국에서 황금을 캐려는 유럽축구, 유럽을 본받아 축구를 발전시키려는 미국의 전쟁은 벌써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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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건 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맨유 대 레알 전 / ⓒAFPBBNews = News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