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해적:바다로 간 산적'(이석훈 감독, 이하 해적)이 한국영화 여름 대작 빅(BIG) 4 중 3번째 주자로 오늘(6일) 출격한다. '명량'(김한민 감독)의 흥행이 그야말로 돌풍인 현 시점에서 긴장할 만 하다. '명량' 역시 천만 돌파 시점이 '해적'에 따라 변동될 전망이다.
'해적'은 조선 건국 보름 전 고래의 습격을 받아 국새가 사라진 전대미문의 사건을 둘러싸고 이를 찾는 해적과 산적, 그리고 개국세력이 벌이는 바다 위 대격전을 그린 영화.
만화적 상상력으로 가득한 이 영화는 '명량'에 전면 맞대결 승부를 걸기 보다는 '명량'과 윈-윈 구도를 타는 2등 전략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연일 자체 스코어 신기록을 써내려가고 있는 '명량'의 위세를 단 번에 뒤집기는 어려울 것익 때문. 그렇기에 1등과는 차별되는 영리한 2등 전략이 오히려 흥행세를 유리하게 이끌 수 있다.

여기에는 BIG 4중 첫 번째 작품이었던 '군도:민란의 시대'(이하 군도)의 기세가 한 풀 꺾여 현재 '명량'에 이어 관람을 선택할 가장 큰 한국영화가 '해적'이라는 점이 한 몫한다.
더불어 '해적'은 극장을 보유한 롯데엔터테인먼트의 배급작품. 롯데시네마 관수를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기에 오히려 '군도'나 NEW에서 배급하는 BIG4의 마지막 작품 '해무'보다는 보다 안정적이라는 평가다.
그러나 아무리 극장을 갖고 있는 영화라고 하더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영화 자체의 힘에 좌우될 수 밖에 없는데 여기에 '해적'은 나름의 자신감이 있다. 당초 '최약체'라는 편견이 오히려 반전으로 작용한 사례다. 해양 어드벤처 오락물은 관객들에게 제대로 그 장르의 충실함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빅4 중 이런 코믹을 전격으로 내세운 작품은 없다. 웨스턴 사극 '군도'의 유머 코드가 마니아풍이였다면, '해적'은 보다 전 대중적이다. 시종일간 왁자지껄 유쾌한 분위기 속에, 전에 없는 허허실실 코믹한 캐릭터를 선보이는 김남길과 올 여름 극장가에서 유일하게 홍일점 주연으로 활약하는 손예진, 여기에 영화를 보고 나면 그 존재감에 새삼 놀라게 되는 유해진 등 캐릭터와 하나된 배우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만화적 상상력은 재기발랄한 CG를 만났다. "생각보다 웃기다", "예상보다 재미있다"는 시사 후 긍정적인 입소문이 예비 관객에게도 어느 정도 퍼진 상태다.
'해적'은 가장 막강한 적을 만났지만, 웃음이라는 가장 강력한 무기를 지녔다. 올 여름 극장가가 더욱 흥미진진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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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