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맞이' 제대로 못한 집주인 최용수의 속쓰린 사과
OSEN 김희선 기자
발행 2014.08.06 21: 21

"손님을 맞는 입장에서 울산에 죄송한 마음이다."
최용수 FC서울 감독이 한숨을 푹 쉬었다. E석 전체를 통째로 가린 거대한 콘서트 무대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최근 몇 일 동안 화제로 떠오른 서울월드컵경기장의 E석 통제 문제로 인한 '반쪽짜리 경기장'이 이날 모습을 드러냈다.
서울은 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4 19라운드 울산 현대와 경기를 치른다. 승점 24점으로 6위에 올라있는 울산과 승점 22점으로 그 뒤를 바짝 쫓는 서울은 이날 경기서 스플릿 A그룹을 지켜내느냐, 혹은 빼앗느냐의 중대한 기로에서 격돌한다. 경남전에서 코뼈가 골절되는 부상을 당한 몰리나가 투혼을 발휘해 출전하고 울산도 강공으로 나서는 등 두 팀 모두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결과는 1-0 울산의 승리.

하지만 정작 이날 경기는 두 팀의 경기 내용보다 다른 부분이 더 많은 주목을 받았다. 오는 주말 열리는 대형 콘서트 '현대카드 시티브레이크'를 위해 설치된 무대 때문에 E석을 사용할 수 없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축구팬들이 분노하고 있는 것. 당초 이날 경기 후 무대를 설치할 계획이었으나 안전 문제 때문에 보다 일찍 설치를 시작하면서 문제가 생긴 것이다.
"최근에야 알았다. 팬들에게 죄송하다"며 머리를 숙였던 최 감독은 이날 경기 전에도 취재진과 만나 쓰린 속내를 털어놨다. 경기에 지장이 없냐는 질문에 쓴웃음을 지으며 "영향을 안미친다고는 이야기하기 어렵다"고 답한 최 감독은 "선수들과 이 문제로 이야기를 했는데, 경기에만 집중하자고 했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 말을 꺼낼 때마다 쓰려오는 속은 숨길 수가 없었다. "손님을 맞는 입장에서 울산에 죄송한 마음이다"라고 문득 말을 던진 최 감독은 "야구장에서 족구하는 것 봤나. 축구장에서는 축구를 해야한다. 슈퍼매치나 올스타전, 레버쿠젠과 경기 등에서 우리는 가능성을 보였다. 4만, 5만 명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증명했다"며 울컥한 기색을 보였다.
최 감독은 "이대로는 나중에 W석도 내놓으라고 할 수 있다.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절대 그래서는 안된다"며 "내가 결정권자가 아니기 때문에 뭐라 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손님에게 죄송스럽다. 상도 잘 차려서 내놔야하고 여러모로 대접을 잘해야하는데..."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 일로 인해 덩달아 뭇매를 맞은 서울 구단도 '손님맞이'를 위해 최대한 경기장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팬들의 질타 속에서도 3개의 스크린을 활용해 경기 영상과 포메이션을 내보내고, 무대는 선수들과 팬들의 모습을 프린팅한 현수막으로 덮었다. 하지만 성난 팬심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았고, 팬들은 "축구장에서는 축구가 우선", "중계도 X 자리도 X", "대한민국 축구현실" 등의 걸개를 내걸어 분노를 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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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월드컵경기장=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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