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고 탈 많았던 '반쪽 경기장'이 남기고 간 것들
OSEN 김희선 기자
발행 2014.08.07 06: 55

경기는 끝났고, 서울월드컵경기장을 둘러싼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반쪽 경기장' 논란이 일단락됐다. 동쪽(E) 관중석이 폐쇄된 채 치른 이날 경기를 두고 불거진 논란과 반응들, 그리고 남은 과제들을 짚어본다.
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 울산 현대의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4 19라운드 경기는 원정팀 울산의 1-0 승리로 끝났다. 이날 승리로 울산은 7승 6무 6패(승점 27)로 6위를 지키며 5위 전남(승점 30)을 바짝 따라붙었고, 서울(승점 22)은 울산과 승점차가 5점으로 벌어지며 스플릿 A그룹 진입 기회를 눈 앞에서 놓치고 말았다.
▲ '반쪽 경기장 논란' 왜?

사실 이날 경기는 두 팀의 경기 내용보다 다른 부분이 더 많은 주목을 받았다. 오는 주말 열리는 대형 콘서트 '현대카드 2014 시티브레이크'를 위해 설치된 무대 때문에 E석을 사용할 수 없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축구팬들이 분노하고 있는 것. 당초 이날 경기 후 무대를 설치할 계획이었으나 안전 문제 때문에 보다 일찍 설치를 시작하면서 문제가 생긴 것이다.
K리그 팬들의 불만과 비난이 폭주하면서 서울 구단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골머리를 앓았다. 최대한 경기장같은 분위기를 조성해 경기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3개의 스크린을 활용해 경기 영상과 포메이션을 내보내고, 무대는 선수들과 팬들의 모습을 프린팅한 현수막으로 덮었다.
▲ "색다르네" 조민국 호평
원정팀 울산의 조민국 감독은 여유있는 반응을 보였다. 조 감독은 "그림은 오히려 괜찮은 것 같더라. 상대방 선수 이름도 스크린에 나오고. 간혹 한 번씩은 이렇게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경고도 체크해주고 하니 감독 입장에서는 편하더라"며 통 큰 반응을 보였다.
▲ "축구장에서는 축구만" 최용수 아쉬움
하지만 '집주인' 최용수 FC서울 감독은 아쉬움이 더 컸다. 최 감독은 이날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손님을 맞는 입장에서 울산에 죄송한 마음이다. 야구장에서 족구하는 것 봤나. 축구장에서는 축구를 해야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경기가 패배로 끝났으니 마음은 더욱 쓰렸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다시 한 번 무대 설치에 대한 질문을 받자 최 감독은 "안방인데 선수들이 조금 낯설어하지 않았나 싶다. 여러모로 아쉬운 부분들이 있었지만 경기력에 영향을 미쳤다고 변명하고 핑계대고 싶지는 않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 K리그 팬들의 분노는 '현재진행형'
팬들 사이에서는 당연하게도 이번 무대 설치 문제를 두고 반발의 목소리가 높았다. 축구를 위해 건설된 축구장이 콘서트를 위해 관중을 입장시킬 수 없다면 말 그대로 주객전도가 아니냐는 것이다. 팬들의 분노는 쉽게 수그러들지 않았다. 팬들은 이날 "축구장에서는 축구가 우선", "중계도 X 자리도 X", "대한민국 축구현실" 등의 걸개를 내걸어 분노를 표출했다. 또한 북쪽 관중석에 자리한 서울 서포터 수호신은 경기 시작과 함께 약 3분간 침묵시위를 펼치기도 했다.
▲ 평일 오후 1만 2551명의 관중동원
이날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은 관중은 모두 1만 2551명이다. 올 시즌 평일 경기에서 서울월드컵에 1만 명이 넘는 관중이 들어찬 것은 지난 5월 14일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가와사키 프론탈레와 16강전 2차전(1만 2287명) 이후 처음이다. 친선경기를 포함할 경우 지난 7월 30일 레버쿠젠전에서 기록한 4만 6772명 이후 3번째. 월드컵 이후 슈퍼매치와 레버쿠젠전에서 4~5만 관중을 동원한 서울의 흥행 가능성이 평일 1만 2551명 관중 동원으로 검증된 셈이다.
'반쪽 경기장 논란' 때문이든, 월드컵 후 조금씩 상승하기 시작한 K리그의 인기 때문이든  1만 명이 넘는 관중이 평일에 경기장을 찾았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번 '반쪽 경기장 논란'과 같은 사태가 두 번 다시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는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는 관중이 이처럼 계속 늘어나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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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월드컵경기장=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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