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스러운 핑크색 원피스를 입은 여인이 문을 열고 들어서자 여기저기서 놀라움 섞인 탄성이 이어졌다. '누구지?'라는 의문을 품은 눈빛부터 '어떻게 저렇게 변했지?'라는 궁금증 가득한 시선까지. 통통하고 귀여웠던 단발머리의 왈가닥 소녀 박보람(20)은 이런 놀라움이 당연하게 느껴질 정도로 참 많이도 '예뻐졌다.' 하지만 말을 할 때면 여전히 '슈퍼스타K2'를 주름잡던 털털한 소녀감성이 느껴졌다.
박보람은 지난 2010년 케이블채널 엠넷 오디션프로그램 '슈퍼스타K2'에 출연, TOP8까지 오르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당시 심사위원 이승철의 극찬을 받았던 귀여운 바가지머리 소녀. 하지만 4년 이라는 연습기간 동안 혹독한 다이어트와 트레이닝을 거쳐 이제는 성숙한 여인으로 변신했다.
7일 정오 공개되는 데뷔곡 '예뻐졌다' 역시 박보람의 이야기를 담았다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여자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하고 관심을 가질 만한 음악이라는 것. 요즘 박보람이 가장 많이 듣는 '예뻐졌다'는 말과도 같은 노래다.

사실 박보람의 데뷔는 늦은 편이다. '슈퍼스타K2' 우승자인 허각이 일찌감치 데뷔해 가수로 자리잡았고, 존박과 김그림, 김지수, 장재인 등이 차례로 데뷔했지만 박보람은 4년 이라는 시간을 오로지 연습에만 투자했다. 음악뿐만 아니라 그가 만족하고 무대에 오를 수 있을 만큼 외모를 변신시키는데도 신경 썼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4년 동안 열심히 노래 연습도 하고, 춤도 배웠어요. 연기랑 작사, 작곡, 악기도 배웠고, 운동하고 다이어트도 했죠. 그동안 데뷔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부럽기도 했지만 준비되지 않은 모습으로 어정쩡하게 무대에 설 수는 없었어요. 완벽하게 준비된 모습으로 멋있게 데뷔하자고 다짐했죠."
분명 박보람에게 4년 이라는 시간은 인내의 연속이었을 것이다. 강원도 춘천과 서울을 오가면서 학교생활과 연습생으로서의 미션을 모두 수행해 나가야했다. 물론 일찌감치 꿈을 정한만큼 연습생 생활에 많은 시간을 보냈지만, 많은 연습생들에게 그렇듯 이 시기 또한 앞이 보이지 않기는 마찬가지. 박보람은 친구와 가족들에게서 위로를 찾았다.
"주로 서울에서 연습하는 시간이 많았죠. 학교와 서울 연습실을 오가면서 힘들 때도 있었고, 슬럼프도 찾아왔지만 그때마다 친구가 힘이 되고 응원해줬어요. 주위에 가수를 꿈꾸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가 제가 힘들어할 때면 '너처럼 되고 싶어 하는 애들이 얼마나 많은 줄 아냐?'고 말하면서 저를 타일렀죠. 그런 이야기에 힘을 받아서 좌절하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예뻐졌다'는 피곤한 만큼 예뻐지는 여자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걸그룹 씨스타의 신곡 '터치 마이 바디'로 음원차트 올킬을 기록한 라도와 그룹 블락비 멤버 지코가 작업에 참여했다. 무엇보다 '예뻐진' 박보람의 실제 자기관리법을 녹여낸 가사가 재치 있다.
"프로듀서님이 제가 예전에 뚱뚱했을 때의 일화와 지금 변한 후의 일화에 대해 알려 달라고 하셨죠. 저를 대하는 태도와 바라보는 시선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이런 것들을 메시지로 보내드렸어요. 노래 가사에 나오는 바나나와 달걀도 다 제 다이어트 식단표에 있는 거예요."
'슈퍼스타K2' 당시 박보람은 털털하고, 귀여운 이미지가 강했다. 통통한 볼살과 이마를 가진 바가지머리가 트레이드마크. 고등학생이었던 만큼 통통하고 건강한 모습이 그에게 잘 어울렸다.
그동안 외모적으로 많은 것이 변했지만 성격은 여전히 털털 그 자체였다. 물론 목소리가 좀 더 낮고 조용해졌고, 동작이 여성스럽긴 했지만 여전히 박보람의 말에는 그 때의 털털했던 소녀가 살고 있었다. 핑크빛 드레스와 늘어트린 긴 생머리에 어울리는 사랑스러운 '손 하트'를 만들어달라는 사진 기자의 요구가 정말 힘들었다고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이럴 때보면 영락없이 4년 전 박보람의 모습으로 되돌아갔다.
"사실 외모가 변하니까 조심스러워지는 것 같아요. 당시에는 어렸고, 마냥 귀엽게 봐주셨지만 이제는 미성년자가 아니니까 행동이 조심스러워요. 제가 원래 오글거리고 귀여운 걸 정말 못하거든요. 사진 찍으면서 손으로 하트를 만들어달라는 사진 기자님의 요구가 정말 살면서 손에 꼽을 정도로 힘든 순간이었어요. 하하하."

박보람은 데뷔를 준비하면서 지난 3월 가수 홍대광의 '고마워 내사랑' 뮤직비디오에 출연해 먼저 시선을 끌었다. 32kg을 감량하고 4년 만에 완벽하게 변신한 모습에 놀란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공개 직후 박보람은 각종 포털사이트를 장악했고, 그 파급력은 데뷔 티저를 공개하면서도 이어졌다.
하지만 가수의 입장에서 음악보다 바뀐 외모로만 관심을 받는 것은 서글픈 일이다. 더군다나 박보람은 '성형수술을 했다'는 루머까지 나돌았다. 루머와 악성 댓글을 대하는 박보람의 자세는 의외로 '쿨'했다. 이런 면에서 그 안에 살아 있는 4년 전 박보람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성형수술은 안 했어요. 다이어트를 꾸준히 하면서 32kg을 감량했고, 교정을 해서 많이 변한 것 같아요. 성형수술을 했다는 반응이 속상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예뻐졌다고 판단해주니까 기쁘기도 해요."
박보람의 데뷔보다 다이어트와 외모 변신에 더 많은 관심을 갖는 것에 대해서도 "음악을 공개했을 때는 달라질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아직 노래를 발표하지 않은 상황이니까 더 관심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번 곡 '예뻐졌다'를 들으면 제가 왜 그렇게 가꿨는지, 어떻게 이런 노래가 탄생하게 됐는지 알 수 있을 거예요. 노래가 공개된 후에 저의 음악적인 부분, 성장을 많이 느껴주시지 않을까합니다."
박보람은 4년 동안 춤도 익히고 작곡과 작사도 배우면서 최근 자작곡에 푹 빠졌다. 이미 친구들의 연애상담을 토대로 달달한 러브송을 만들어 회사에 건네 준 상황. 다음 활동에 꼭 자작곡을 수록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뿐만 아니라 더 큰 비상도 꿈꿨다. 그것은 바로 음악적인 성취. 오랜 기간 준비한 만큼 기대도 설렘도 크다는 박보람. 한 단계 한 단계 훈련의 시간을 거쳐 완성하고, 그가 흘린 땀방울만큼 실력에 대한 자신도 있었다. 긴장한 기색 하나 없이 코앞으로 다가온 데뷔를 준비한 그녀, 박보람의 또 다른 성장이 더욱 기대된다.
"올해 가장 큰 목표는 신인상을 타는 거지만 쉬지 않고 꾸준히 활동하고 싶은 바람이 있어요. 또 신인인 저에게 롤모델을 물어보듯, 언젠가 누가 저를 그 롤모델로 꼽아줬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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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송이 기자 ouxou@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