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사' 조인성, 의심의 여지가 없는 노희경의 남자
OSEN 윤가이 기자
발행 2014.08.07 16: 51

[OSEN=윤가이의 실은 말야] 많은 이들이 말한다. 조인성이 등장하는 장면은 마치 뮤직비디오와도 같다고. 그를 클로즈업 할 때면 특히 고급스러운 CF 같다고 입을 모은다. 조인성은 마치 잘 만진 화보 속 모델처럼 무결점 비주얼로 시청자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그래서 그게 다인가. 물론 아니다.
SBS 수목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의 조인성이 연일 화제다. 우월한 장신과 비율 좋은 몸매, 적당히 섹시하면서도 어딘가 개구쟁이 같은 장난기까지 엿보이는 얼굴, 조인성의 매력이 화면을 꽉 채운다. 그는 이러한 외형의 매력 외에도 내면의 무기까지 들고 나와 시청자들을 흔들고 있다.
판에 박힌 캐릭터가 아니어서 좋다. 조인성이 연기하는 장재열은 사실 세상에 실제 존재할까 싶은 남자다. 잘나가는 추리소설 작가인데 잘생기고 여자들에게 인기도 많다. 멋진 오픈카를 굴리고 홍대 노른자 땅에 건물주라니, 재력 또한 황홀하다. 그래서 자칫 많은 드라마에서 등장한 '백마 탄 왕자님'이나 '재벌2세 엄친아' 류의 식상한 캐릭터가 아닌가 싶었지만 역시나 그렇지 않다. 노희경 작가가 빚어낸 장재열은 그 겉포장이 너무도 완벽해서 오히려 내면의 결핍과 불안이 더 커다랗게 보이는 위기의 남자다.

노 작가가 좋은 캐릭터를 써낸 것도 물론이지만 조인성이 장재열을 선택해서 또 다행스럽다. 작가가 처음부터 조인성을 염두에 두고 썼을 정도로 애착을 기울였으니 그가 주인이 되지 않았다면 과연 어땠을까, 아찔하다. 실제로 장재열 캐릭터에는 대중은 잘 모르는 조인성이라는 사람의 실제 성향이 상당히 녹아들어있다는 설명이다. '그 겨울 바람이 분다'를 통해 호흡한 노 작가와 조인성이 서로에 대한 이해와 연구가 충분했기에 가능한 결과물인 셈.
조인성은 노 작가가 공들여 빚어낸 그 캐릭터와 한 몸이 되어 살고 있다. 완벽하고 매력적인 비주얼을 위해 좋은 옷을 입거나 멋을 내는 데도 물론 투자했지만 화려한 겉치레로 가리고 싶었던 내면의 아픔은 눈빛과 표정, 따끔한 대사를 통해 들키고 만다. 시청자들은 5회까지 방송된 드라마를 지켜보며 점점 그의 고통을 발견하고 쓰린 속을 부여잡기 시작했다. 공중화장실 바닥에 웅크린 채 아이처럼 울며 잠을 자던 장재열은 어느새 '별에서 온 그대'라기보다 '보듬어주고 싶은 남자'로 바뀌었다.
조인성이 아니었다면 이토록 치명적이면서도 위태로운 청춘을 누가 살려냈을까. 비주얼이 좋고 연기 잘하는 남자 배우들은 물론 더 있겠지만 장재열의 이미지에 이처럼 부합하는 인물은 찾기 힘들 테다. 조인성이란 배우는 얼굴에 양지와 그늘이 공존하는 오묘한 매력을 지녔다. 철딱서니 장난꾸러기 같은 남자일 때도 피 흘리며 죽어가는 거리의 탕아일 때도 조인성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단지 예쁘고 잘생겨서만은 노 작가 작품의 주인공이 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연기파라고 해서 다 가능한 것도 아니다. 매 작품마다 아프고 힘든 사람들을, 그리고 인생의 희비를 들추는 노 작가에겐 그저 허여멀건한 꽃미남 대신 인생을 보여줄 얼굴, 아픔을 알만한 배우가 필요했다. 그런 의미에서 조인성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최상의 캐스팅이었다. 지금 '괜찮아 사랑이야' 열풍은 그로부터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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