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구와 슬라이더는 괜찮은데 아직 커브와 체인지업이 마음에 들 정도로 올라오지 않았다”
SK 새 외국인 선수 트래비스 밴와트(28)는 최근 자신의 구위에 대해 이런 평가를 내렸다. 조조 레이예스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입단한 밴와트는 올 시즌 세 번의 등판에서 모두 승리를 따냈다. 그런데도 자신의 구위에 대해 아직은 불만족스러운 의견을 드러낸 것이다. 그런 밴와트가 주무기인 체인지업과 커브까지 장착하며 추진력을 얻었다.
밴와트는 7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KIA와의 경기에서 6⅓이닝 동안 7피안타 2볼넷 7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하며 팀의 7-2 승리를 이끌었다. 올 시즌 등판한 네 경기에서 전승을 거두는 순간이었다. 올 시즌 최다 이닝 소화이자 두 번째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이기도 했다.

4회와 5회 1점씩을 내주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공에는 힘이 있었다. 직구 최고 구속이 149㎞에 이르렀고 제구도 일정 시점을 제외하면 비교적 잘 된 편이었다. 5일을 푹 쉬고 등판해 체력적으로도 문제가 없었다. 107개의 공을 던졌지만 구속이 크게 줄지 않았다는 것이 이를 상징한다.
주목할 만한 점은 커브와 체인지업의 위력 향상이었다. 최근에는 직구와 슬라이더 위주의 피치를 펼쳤지만 밴와트가 가장 자신있어하는 구종은 사실 체인지업이다. 여기에 느린 커브로 상대 타이밍을 뺏는다. “(팀 동료인) 로스 울프보다는 구종의 다양성이 한 수 위다”라는 평가를 받는 밴와트는 이날 6개의 구종(직구, 투심, 커터,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을 던지며 KIA 타자들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했다.
1회 김주찬을 루킹삼진으로 잡아낸 것은 우타자 몸쪽을 파고드는 투심패스트볼이었다. 브렛 필 역시 이 투심에 꼼짝없이 당했다. 2회 안치홍을 삼진으로 잡아낸 구종은 체인지업, 이성우는 빠른 포심패스트볼이었다. 3회 김주찬을 삼진으로 잡아낼 때는 커브를 썼다. 112㎞짜리 커브에 타이밍을 잃은 김주찬은 마지막까지 공을 주시했으나 방망이는 헛돌았다.
6회 이범호는 슬라이더를 통해 삼진을 잡아냈다. 5가지 구종으로 모두 삼진을 잡아낸 것이다. 구종이 많다는 것이 꼭 성공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시즌 중간에 입단해 아직 밴와트에 대한 파악이 덜 된 상대팀으로서는 골치 아픈 일이 될 수 있다. 밴와트의 남은 시즌이 기대를 모으는 또 하나의 이유다.
skullboy@osen.co.kr
인천=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