흩어졌던 퍼즐 조각들이 하나씩 맞아가고 있다. 실패의 대안들을 찾아냈다. LG가 양상문 감독의 마스터플랜에 따라 베스트 라인업을 가동하려 한다.
LG는 7일 마산 NC전에서 5점차 열세를 뒤집는 데 성공, 9-8로 짜릿한 역전승을 맛봤다. 이로써 LG는 지난 7월 26일 잠실 롯데전부터 거둔 6승을 모두 역전승으로 장식했다. 주전 유격수이자 테이블세터가 부상으로 엔트리서 제외됐고, 중견수와 클린업 한 자리를 맡는 외국인타자가 정상 출장하지 못하는 가운데서도 질주는 계속된다. 특히 7일 NC전 승리는 양 감독이 세운 대안들이 대적중했기에 의미가 깊다.
▲ 이병규, 4번 타순에서 동점 투런 빅뱅

이병규(7번)가 4번 타순에서 첫 홈런을 터뜨렸다. 이병규는 4-6으로 뒤지고 있던 7회초 이민호의 바깥쪽 패스트볼을 그림처럼 밀어쳐 동점 투런포로 만들었다. 이날 이병규는 홈런 포함 4타수 2안타, 4번 타자로서 처음으로 멀티히트도 달성했다. “계속 4번 타자로 나가다보면 전광판 4번 타순에 자기 이름이 걸려있는 게 익숙해지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되면 병규가 자신이 갖고 있는 것을 다 보여줄 것이라 생각한다”는 양 감독의 예상이 들어맞는 순간이었다.
그동안 LG는 4번 타자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2008시즌과 2009시즌 외국인타자 로베르토 페타지니 이후로는 누구도 한 시즌 내내 4번 타자를 수행한 적이 없다. 2011시즌 박용택 2012시즌 정성훈 2013시즌 정의윤 등이 각 시즌 4번 타순에서 가장 많이 출장했으나, 고정 4번 타자에는 실패했다. 올 시즌에 앞서 모든 팀이 외국인타자를 영입했고, LG는 조쉬벨을 4번 타자로 낙점했었다. 하지만 조쉬벨은 5월부터 급추락하더니 방출 당했다. 조쉬벨 대체자로 데려온 브래드 스나이더도 4번 타자로 나섰으나 지난달 28일 허벅지 부상을 당한 후 일주일동안 선발출장하지 못했다.
그러자 양 감독은 이병규를 4번 타순에 배치했다. 양 감독은 “내년과 후년에도 이병규(31, 7번)를 4번 타자로 고정시키려 한다. 우리 팀의 4번을 맡아줄 타자는 이병규가 아닌가 싶다”고 발표했다. 양 감독은 지난 5월 중순 부임 직후 이병규를 두고 “LG가 밝은 미래를 열기 위한 키 플레이어 중 한 명이다. 잠실구장이 아닌 다른 구장을 사용했다면 훨씬 전부터 대형타자로 더 주목 받았을 것이다. 항상 한 고비를 못 넘어서 잠재력이 다 터지지 않았는데 잘 해줄 것이다”고 이야기하며 이병규를 클린업에 올려놓았다. 이후 이병규는 팀 내 최다홈런(12개)과 타점(65점)을 기록하며 양 감독의 기대를 충족시켰고, 4번 타순서도 진가를 드러내고 있다.
▲ 정성훈, 해결사 리드오프가 되다
상식파괴다. 클러치히터 이미지가 강한 베테랑 정성훈이 1번 타자로 나선다. 컨택능력과 장타력을 겸비한 정성훈은 이전까지 클린업에 자리하곤 했다. 2012시즌과 2013시즌 간혹 2번 타순에 배치되는 경우도 있었으나, 1번 타자 출장은 2011시즌 이후 올 시즌이 처음이다. 무엇보다 정성훈은 지난달 26일 잠실 롯데전서 왼쪽 무릎을 다쳐 슬라이딩이 불가능한 상태다. 100% 주루플레이가 안 되는데도 1번 타자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양 감독은 이를 두고 “일단 현재 (오)지환이가 빠져있다. 지환이가 있더라도 지환이의 타격 컨디션이 좋지 않다면 성훈이를 1번 타자로 쓸 것이다”며 “성훈이는 컨택 능력이 매우 뛰어난 타자다. 주루플레이에 제약을 받고는 있지만, 어차피 1번 타자라고 해서 매 이닝 첫 번째로 나가지는 않는다. 성훈이 스스로도 컨택 위주로 투수를 상대할 수 있는 1번 타순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정성훈의 1번 타순 기용 이유를 밝혔다.
덧붙여 양 감독은 “최근 우리 팀은 하위타순에서 상위타순으로 공격이 이어지면서 빅이닝이 많이 나오고 있다. 성훈이가 1번 타순에 자리하고 있으면, 이런 모습을 꾸준히 연출할 수 있다. 1번 타자지만 특유의 해결사 능력을 발휘하는 순간도 찾아올 것이다”고 했다.
실제로 정성훈은 1번 타자로 나서면서도 5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7일 NC전 8회초 1사 2루에서 원종현을 상대로 의도적으로 우측으로 밀어 쳤고, 1루수 조영훈의 실책으로 2루 주자 김용의는 결승득점을 올렸다. 양 감독의 의도대로 정성훈은 1번 타자의 임무인 출루는 물론, 하위타선이 만든 찬스를 해결해주는 ‘해결사 리드오프’ 역할도 수행 중이다.
▲ 손주인, 핫코너 붕괴 막다
조쉬벨이 떠난 후 LG는 3루 수비에서 허점을 노출했다. 김용의가 스프링캠프 내내 3루 연습을 했지만, 시즌 개막 후 실전에선 2루수로 자주 나가며 2루수가 몸에 배고 말았다. 그러면서 김용의는 주전 3루수의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김용의 다음으로 백창수가 3루수로 선발 출장했는데, 타석에서 부족한 모습이었다. 그러자 양 감독은 주전 2루수로 활약하고 있는 손주인을 3루수로 전환시키는 강수를 뒀다.
손주인은 지난달 26일 롯데와 홈 3연전부터 주전 3루수로 나서기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정말 긴장하면서 경기를 치렀다. 숨 막혀 죽는 줄 알았다”고 너스레를 떨었으나 공수 모두에서 맹활약을 펼치는 중이다. 7월 30일 대구 삼성전에선 9회초 역전 홈런포로 임창용에게 블론 세이브를 안겼고, 7일 NC전에선 추격의 스리런포를 가동했다. 6회말 무사 1, 2루 수비에선 번트시프트를 완벽히 수행했다. 김태군의 희생 번트 타구를 전진수비로 잡았고, 곧바로 3루에 송구, 그림 같은 5-6-4 더블플레이(2루 주자·타자 주자 포스아웃)의 스타트를 끊었다.
손주인은 3루수로 출장한 경기서 30타수 11안타(타율 .367) 2홈런 6타점 OPS 1.059를 찍고 있다. 타격 상승세가 시즌 끝까지 이어진다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3루 수비에선 팀 내 내야수 중 가장 안정적이다. 강습타구도 가뿐하게 받아내며 특유의 강한 어깨로 타자 주자를 처리하는 데에도 문제가 없다. 지난해 LG의 2루를 지켰던 손주인이 이제는 핫코너 철통방어에 나서고 있다.
▲ 공수 베스트 라인업, 100%에 가까워지다
이대로라면 LG는 최적의 타선과 최적의 수비 진형을 한 번에 구축한다. 이병규(9번)와 오지환이 돌아오고 난 후에는 양 감독의 머릿속에 있는 베스트 라인업이 드러날 것이다. 오지환은 타선에서 정성훈과 테이블세터를 맡고, 이병규는 하위 타선의 핵이 된다. 오지환의 주루에 이병규의 해결사 능력이 더해진다면, LG 타선은 지금보다 더 강한 응집력을 갖출 것으로 보인다. 수비에선 스나이더와 오지환이 각각 중견수와 유격수로 돌아와 안정적인 센터라인이 가동된다. 둘의 각자 포지션에서의 수비범위와 송구 능력은 리그 최정상급이다.
LG는 4위 롯데를 2.5경기차로 따라붙었다. 그럼에도 양 감독은 4위 경쟁을 길게 보고 있다. 인천 아시안게임 이후 다시 페넌트레이스가 시작할 때가 되도 순위가 결정나지 않는다고 예상했다. 그만큼 양 감독은 조급해하지 않고 한 부분씩 답을 찾아나갔다. 5월 13일 취임식에서 내건 5할 승률 복귀 시점도 9월로 약속했다. 지금의 4위 경쟁구도라면, 5할 승률 복귀가 곧 4위권 진입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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