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는 7일 잠실 넥센 히어로즈전에서 자주 나오지 않는 작전을 폈다. 5-5 동점이던 10회말 1사 1루 상황. 타석에 선 김재호는 번트를 댔다. 그러나 타구가 떴다.
결국 이 이닝에 점수를 내지 못한 두산은 12회초에 오현택이 김민성에게 결승 솔로홈런을 내줘 5-6으로 재역전패했다. 선발 매치업에서 우세가 예상됐던 경기였지만, 9회초 이용찬이 동점 3점홈런을 맞아 연장전에 돌입한 두산은 불펜 싸움에서 졌다. 하지만 단순히 불펜의 패배라고 보기는 힘들었다. 두산 타선은 6회말부터 12회말까지 7이닝 동안 득점이 없었다.
사실 찬스가 없지는 않았다. 10회말 역시 그런 찬스들 중 하나였다. 그러나 두산은 선택한 작전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고, 10회말 희생번트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두산의 작전은 생각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 여러 정황을 고려했을 때 반드시 옳다고 보기는 힘든 일이었다.

우선 2이닝째 접어든 조상우의 제구가 불안정했다. 조상우는 10회말 선두타자 오재원을 상대로 초구에 볼을 던졌고, 1사에 만난 이원석은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내보냈다. 조상우는 10회말에 김재호의 번트 상황을 빼고는 한 번도 초구 스트라이크를 넣지 못했다. 김재호가 번트를 댄 공도 그냥 두었으면 심판이 손이 올라가지 않을 공이었다. 그러나 두산은 맥락과 관계없이 희생번트로 넥센에 아웃카운트 하나를 주겠다는 의사를 적극적으로 보였다.
물론 2사 2루를 만들어 후속타자 민병헌이 안타를 치면 경기를 끝낼 수도 있다. 앞선 9회말 1사 1루 상황에서 양의지가 강공을 시도했으나 병살타로 이닝이 끝났던 잔상이 남아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그렇다 해도 직전 타자가 가만히 서서 볼 4개를 보고 걸어 나간 뒤에 번트로 아웃카운트를 희생시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아깝다.
김재호의 타격감이 나쁜 것도 아니었다. 김재호는 이 타석 이전까지 3타수 1안타 1볼넷 1타점을 기록하고 있었다. 이전 경기였던 5일 잠실 KIA전에서도 3타수 2안타 3타점으로 맹활약했다. 안타를 치지 못한다고 해도 김재호는 주자를 한 베이스 전진시키는 팀 배팅에 능한 선수다. 당시 제구가 흔들렸던 조상우의 폭투나 볼넷, 몸에 맞는 볼 허용도 기대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산은 번트를 선택하며 이러한 모든 가능성을 스스로 막아버렸다. 이 번트마저 실패로 돌아가 상황은 2사 1루가 됐지만, 번트의 성패와 관계없이 이 대목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더구나 1사 1루에서 희생번트는 일반적으로 잘 나오지도 않는 작전이다.
승부수를 띄운 작전은 성공하면 신의 한 수가 되기도 하지만, 실패하면 악수가 된다. 그리고 자주 활용되지 않는 작전은 묘수보다는 악수가 되기 쉽다. 어쩌면 10회말 두산의 작전에 있어 가장 큰 문제는 수행 과정에서 일어난 실패보다 발상 자체에 있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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