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면 쉬어라".
SK 에이스 김광현(26)이 부상과 재활의 터널을 지나 화려하게 부활했다. 2008~2010년 3년 동안 전성기를 보냈으나 이후 3년을 어깨 통증과 싸우며 최고 컨디션으로 던진 적이 거의 없었다. 그랬던 그가 전성기를 방불케 하는 투구로 재기 스토리를 쓰고 있다. 올해 19경기 11승6패 평균자책점 3.19. 7월 이후 4경기 4승 평균자책점 1.04로 압도적이다.
김광현은 최근 인터뷰에서 삼성 배영수(33)에게 고마움을 나타내 눈길을 끌었다. 두 선수는 같은 학교 출신도 아니고, 같은 팀에서 뛴 적도 없다. 대표팀에서도 함께 한 것도 아니라 개인적 인연이 전무하지만 김광현은 자신이 한창 힘들고 어려울 때 언론을 통해 용기의 메시지를 준 배영수에게 고마워한 것이다.

배영수도 김광현의 고마움을 듣고는 뿌듯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배영수는 "광현이에게 한 말은 별 것 아니었다. 무리하지 말고 '아프면 쉬어라'고 말해준 것이 전부였다. 아직 나이가 젊기 때문에 급한 마음에 서두르지 말라는 뜻이었다"며 김광현의 고마움에 쑥쓰러워했다.
배영수는 "나도 젊을 때에는 파이팅이 넘쳤고, 빨리 급하게 하려는 생각이 많았다. 내가 경험해봤기 때문에 잘 안다. 무리해봐야 좋을 게 없어 그런 이야기를 해준 것"이라며 "요즘 광현이가 잘하는 모습을 보니 선배로서 뿌듯한 마음이 든다"고 이야기했다.
배영수에게 김광현은 자신의 젊은 날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줄 것이다. 강속구를 앞세운 공격적인 투구와 날카로운 슬라이더 그리고 팀을 위해 투혼을 불사르는 의지와 파이팅 넘치는 세리머니까지 많이 닮았다. 20대 초중반 어린 나이에 팀의 에이스를 맡아 강력한 투구로 팀 우승까지 이끌며 MVP를 받은 적도 그렇다.
그 과정에서 부상을 입었고, 수술 또는 재활로 인고의 세월을 보냈다는 점도 비슷하다. 배영수는 2007년 팔꿈치 인대접합수술로 1년을 통째로 재활에 전념했고, 복귀 후에는 더 이상 과거 강속구를 던지지 못했다. 2009년에는 1승12패 평균자책점 7.26으로 최악의 시즌도 경험했다.
강속구를 버리고 기교파 투수로 거듭나 재기에 성공했지만 그 과정에 눈물 나고 피나는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어깨 통증으로 시련을 겪은 김광현도 그와 같은 길을 걸을지도 모른다는 마음에 걱정을 내비친 것이다. 김광현도 선배의 진심 어린 조언을 잊지 않았고, 시간이 지나 보란듯 재기에 성공했다.
배영수는 "광현이 같은 선수에게 '부진'이라는 표현은 맞지 않다. 지난 몇 년은 잠깐의 슬럼프였다고 보면 된다. 선수가 계속 잘 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 "광현이는 원래 클래스가 있는 선수다. 나이도 아직 젊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젊은 시절을 보는 듯한 후배의 부활, 배영수도 남몰래 뿌듯해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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